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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유가족의 팽팽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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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10-03 09:07 조회17,8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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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과 유가족의 팽팽한 대결


노무현 시대의 한 복판이었던 2005년 6월 19일 자정을 조금 넘긴 암흑의 시각, 경기도 연천군 중면 숲속 비무장지대에 지어진 콘크리트 벙커 530GP에서는 매우 슬프고도 납량특집보다 더 괴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벙커를 지키는 우리 병사 36명의 GP요원 중, 8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한 사건이 발생했기에 슬픈 것이고, 이 비극적 사건에 대해 군 당국이 발표한 수사결과가 납량특집에 나오는 귀신보다 더 음산하기 때문에 괴기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5년이 넘는 기간, 정상적인 생업을 영유하지 못하고 내 자식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증거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군은 야간 매복 작전을 나갔다가 적의 포탄에 전사한 엄연한 전사자들을 놓고, 순진무구한 일등병이 람보식으로 휘두른 총탄에 의해 사망한 패륜의 하극상 사건으로 조작했다. 죽은 자식은 국방의 의무를 신성하게 수행하다가 적의 포탄에 산화했는데 군은 그런 내 자식에게 영광을 안겨주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그 자식이 못돼먹어서 군에서 고참이 되도록 어린 일등병을 괴롭히다가 인과응보의 보복사살을 당했다는 취지의 불명예를 안겨 주었고, 부모 역시 잘 못 키운 자식을 신성한 국방의 장에 내보내 남들에게 그리고 국가에게 몹쓸 피해를 끼친 불명예스러운 국민으로 매도당했다”

유가족들은 하극상 사건으로 조작하기 위해 이미 목숨이 끊긴 전사자들에 군 당국이 총을 쏘아 소총 구멍을 냈다는 의심까지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의심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이라크 전에서 전사한 한 병사가 유해가 되어 고국의 공항에 내렸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몸소 공항에 나와 그 병사에게 거수경례를 했다. 그리고 그 병사가 안장될 때 미국정부는 최고의 예우를 표하며 예포를 쏘아주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최전방 GP에서 밤중에 작전을 하다가 적에 의해 산화당한 우리 병사에게 국가가 총질을 했다? 사실이라면 그리고 제대로 된 국민이라면 피가 거꾸로 솟아야 할 것이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앞으로 독자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살아 있을 때 맞은 총상의 생김새와 시체상태에서 맞은 총상의 생김새는 확연히 다르다. 군이 시체를 향해 총을 쏘았다는 사진을 유가족들은 가지고 있다.

그러면 군은 이 사건을 어떻게 발표했는가? GP의 2인자인 부GP장의 당번병 김동민 일병을 감히 10여명의 선임자들이 못살게 굴었고, 이에 앙심을 품어오던 김동민 일병이 계획적으로 내무반에 있는 장병들을 몰살시키고 GP 전체를 불태워 버리기 위해 저지른 범죄행위였다고 발표했다.

사실이 이랬다면 김동민 일병에 의해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은 김동민 일병을 미워하고 증오해야 하지만 그 어느 유가족도 김일병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썼다며 그를 동정하고 배려한다. 같은 GP에서 살아남은 20여명의 병사들 역시 김동민을 증오하고 분노해야 하지만 그런 병사들도 없다. 김동민 일병은 7분 동안 숨소리조차 에코처럼 증폭돼 들리는 콘크리트 건물 복도를 군화를 신고 저벅저벅 걸어 다니면서 수류탄을 던지고 여러 곳에서 연발총을 쏘아댔다. 하지만 생존자들 중에서 그의 얼굴이나 총 쏘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이 단 1명도 없다.

적에 의해 입은 피해사건을 놓고 군이, 한 순진무구한 일병, 소리 한 번만 질러도 어리어리해지는 일병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는 것은 문명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국가범죄다. 더구나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이미 죽은 시체에 총을 쏘아 증거를 만들었다는 것은 국가로서는 저지를 수 없는 패악의 극치다. 누구에게 호소를 해도 “에이, 설마? 저 사람 돌았구먼! 쯧쯧, 자식을 잃더니 환장을 했구먼, 하기야 왜 안 그렇겠어, 생떼 같은 자식을 잃었으니, 에구!” 이런 반응 밖에는 얻어낼 수 없을 만큼 있을 수 없는 행위,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행위를 바로 ‘내가 믿었던 국가’가 저지른 것이다. 이것이 유가족이 얻어낸 결론이다. 적과 싸우라고 존재하는 군이 겨우 한다는 일이, 자기 부하들을 불법으로 비참하게 죽인 적장을 옹호하고, 국가를 지키다가 산화한 자기 병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조작하여 덮어씌우고, 자식을 국가에 보낸 유가족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한을 안겨주는 것이었다. 국가가 이러해도 되는 것인지 온 국민에 묻고자 한다.

여기까지만 읽어도 숨이 막힐 것이다. 그런데, 이 보다 한층 더 무서운 사실들이 있다. 참으로 무서운 사실들은 군의 발표내용 자체에 숨어 있다. 군이 발표한 김동민 일병의 범행경로를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우리나라 군의 범죄수사가 무협지보다 더 황당하다. 시체들에서 발견된 상처들에 대한 군의 설명은 눈물이 날 정도로 분노의 조소를 자아낸다. 그런 상처를 내기까지의 총알이 몸속에서 어떤 식으로 날아다녔는가에 대한 군의 발표를 보면 아예 할 말을 잊는다. 궁금증을 덜기 위해 처음부터 간단한 예를 조금만 소개해 본다. 이는 방과학수사연구소 군의관 유성호 대위의 시체검안 결과다. 그는 그후 서울대학교 법의학 교수로 일약 신분 상승을 했다.

A병사의 대퇴부(넙적 다리)를 향해 들어간 총알은 대퇴부를 관통해 나가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대퇴부 속에 남아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증발해 사라졌다. 그리고 5.56mm의 소총 알이 들어가면서 낸 상처가 수십mm나 된다. 이게 군의 시체검안서 내용이다.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에게 5.56mm의 총탄을 쏘면 세포의 수축작용에 의해 살갗에 볼펜으로 점을 찍은 정도의 상처만 낸다. 탄력성 있는 살이 반사적으로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참고로 6명을 앞뒤로 세워놓고 K-1소총을 발사하면 6명이 모두 관통된다.

B병사의 귀밑에는 종이컵만큼의 커다란 함몰된 상처가 있는데 그 상처는 불과 1m 거리에서 쏜 3발의 총알이 만들어낸 자국이라 한다. 살아있는 사람에게 5.56mm 총탄 3발이 사입됐다면(들어갔다면) 세포의 수축작용에 의해 볼펜 끝으로 점을 3개 정도 찍어놓은 것처럼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 3개의 총알이 귀 밑으로 들어갔는데 3발 모두 관통도 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머릿속에 남아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다만 머리 정수리 부분에 크기와 모양이 전혀 다른 수십 개의 파편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총알이 귀 밑에서 수십 개의 불규칙한 파편으로 변해 머리 정수리로 타고 올라가 두골 뼈 속에 박혀있다는 것이다. 이게 군의 과학수사라 한다.

C병사의 경우는 아예 말문을 막는다. 김동민 일병이 쏜 총알에 다리를 맞고 뒤로 넘어져 천장을 향해 누워있는 조정웅 상병에게 김동민 일병이 다시 조정웅 상병의 다리 쪽에 서서 머리 쪽을 향해 총을 쏘았는데 그 총알이 우측 갈비뼈로 들어갔다. 서 있는 사람이 누워 있는 사람을 향해 발끝부분에 서서 쏘았고, 그 총알이 갈비뼈로 들어갔다면 그 총알은 어깨 쪽으로 직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군의 시체검안서에 의하면 갈비뼈로 들어간 총알이 어깨 쪽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뼈를 만나 진로 방향을 거의 180도 역주행으로 바꾸어 발끝을 향해 전진했다고 한다. 창자를 뚫고, 고관절 뼈를 뚫고, 기다란 대퇴부(넙적다리)의 살을 길~게 내리 뚫고 한참을 내려가 무릎 뼈를 뚫고 종아리를 타고 한참을 내려가 종아리 중간 부분에서 다시 90도로 L턴을 하여 종아리 살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갔다는 것이다. 이는 2007년 12월 12일, SBS 뉴스추적 447회에서도 코미디 식으로 방송된 바 있었다.

A병사와 B병사의 경우에는 얇은 부위도 관통하지 못할 만큼 힘이 없는 총알이 C병사의 경우에는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데다가 몸속에서 180도 역주행도 하고 90도 회전도 하면서 신비의 요술을 보였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발표를 내놓고 울부짖는 유가족들을 찍어 내리며 “군의 발표는 지극히 과학적”이라고 하니, 유가족들이 그동안 당한 고통과 설움이 얼마였겠는가? 가슴이 숯검정이 된 것이다.

총알이 마음대로 요술을 부렸다는 위 내용 말고도 또 많이 있다. 궁금증을 위해 극히 작은 예를 몇 개만 든다면 다음과 같다.

겨드랑이 속은 곡선이다. 그런데 군은 총알이 겨드랑이 속으로 들어가 문방구 커팅 칼로 자를 대고 찢은 것 같은 기다란 상처를 상하로 냈다고 설명한다. 곤히 잠들어 있는 두 병사의 사이에 떨어진 수류탄이 한 병사에게는 신체의 반쪽을 찢어 내간 반면 다른 한 병사에게는 7개의 가벼운 파편만 얕게 입혀 경상을 선사했다고 설명한다. 수류탄이 요술을 부렸다는 뜻이다. 수류탄은 또 어느 한 병사의 머리 부분에서 터졌는데 수류탄 파편이 관물함 밑에 숨어있는 발바닥을 찾아가 역시 문방구 커팅 칼로 자를 대고 지르듯이 길게 쭉 찢어놓았다고 설명한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적의 파편을 맞아 길게 쭉 찢어진 상처를 꿰매놓고 이 꿰맨 상처가 소총에 의한 상처라고 우긴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피 묻은 전투복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는 유가족들에 보여주지 않았다. 내무반에서 잠옷들을 입고 잤는데 어째서 관물함에 고이 간직된 전투복에 피가 묻었다는 것인가? 작전 중에 적의 포탄을 맞았다면 그들이 지참했던 많은 총기들도 손괴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군은 그 총기들에 대해서도 유가족을 속였다. 총기점호를 취했는데 보유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진실을 알고 있는 병사들의 입을 봉쇄하기 위해 입을 열 위험성이 있는 생존병사들을 모두 조기 전역시켜 530GP를 전원 물갈이 했고, 2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입을 열 위험성이 있는 21명에 대해 전례도 없고 규정에도 어긋난 6.7급의 유공자 대우를 제공하여 평생 유공자 연금을 받도록 해주었다. 사고의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아야 할 지휘선상의 장교 장군들이 한동안 출세의 가도를 달렸다.

군이 설명한 것 중에 이치에 맞는 것은 하나도 없다. 상처부위에 대한 설명은 허황되기 이를 데 없고, 사건 당시 김동민이 했다는 행위, 그 때 다른 장병들이 했다는 행위에 대해서도 상식에 맞는 것이 없으며, 군의 증거인멸행위들이 마치 야반도주를 연상케 한다. 짓궂은 어른이 입에 사탕을 물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어린 아이를 놀리는 것처럼, 군은 이런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을 내놓으면서 힘없고 돈 없는 유가족들을 장장 5년 동안이나 놀리고 울린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일단 안 다음에야? 우리 모든 국민은 결코 이를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2010.10.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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