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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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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7-07-29 21:05 조회3,8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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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과 바다

 

그 유명하다는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사관생도 때 영어로 읽었다

영어 공부하겠다고

싱거웠다

혹시 내 영어가 모자라나

번역문을 읽었다

그건 더 싱거웠다

아무리 문장이 단문이라 해도

뭐 이런 내용이 노벨상인가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다 

오늘 나는 우거진 숲 속에서

우연히 자아를 인식했다

늘 그러했듯이 어느 날

바다로 나간 노인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고

무심한 갈매기들이

쉼 없이 노인의 어깨에 올라탔다 

지루한 시각

어쩌다 큰 고기가 입질을 했다

이날의 운세는

고기잡이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전쟁이었다

고기와 싸웠다

한 없이 풀어주기도 했고

조심껏 당기기도 했다

인생이 그렇듯이

불청객들이 달려들었다

상어 떼였다

사느냐 죽느냐

상어 떼와 싸우며

지쳐 돌아왔다 

이웃 소년이 그를 기다렸다

와~ 큰 고기 잡으셨네요

그럼 아주 큰 고기였지 얼마나 컸다고

남은 건 오로지 큰 고기의 뼈다귀뿐

거기에 깃든 추억만 무용담처럼 남은 것이다 

오늘 오후 한 시골 정취에

잠시 젖으면서

잊혀진 그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오늘 생각해 보니 그 소설은

역시 명작이었다

노벨상 깜이었다 

나는 살면서 큰 물고기들 많이 낚았다

하지만 고기들은 다 남들이 먹었다

그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상어 떼처럼 나까지 삼키려 했다

그래도 나는 상어들의 머리를

때리고 또 때렸다

이제 지친 상태에서 내가 건진 건 오로지

헤밍웨이 노인의 그 뼈다귀 뿐

많고 많은 잃음을

가슴에 담은 노인을 반가이 맞는 철부지 소년

노인엔 조금의 관심도 없는

야구 이야기만 자꾸 한다

 

2017.7.29.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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