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퇴근길의 따끈한 오뎅탕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비오는 퇴근길의 따끈한 오뎅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7-12-06 22:32 조회4,661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비오는 퇴근길의 따끈한 오뎅탕

 

내일 인생의 종말을 고할지라도

오늘 저녁도 식구마다

각기 다른 공간에서 시간을 즐긴다

전쟁 난다며 움츠리고 있는 인생들

그 실루엣들이 여기에 오버랩 된다

겁내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초라하고 비겁하다

 

사관학교 시절

명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보았다

그것이 스페인 전쟁이었다는 것은 훗날에야 알았다

역사적 배경도 모르고 무슨 명화를 보았다는 것인가

그래도 그 영화는 내게 명화였다

평론가들이 말해서가 아니었다

 

사관학교 3학년 때

그 소설을 영문판으로 읽었다

영어 교수가 생도들에 물었다

영화를 보았나?

책 다 읽었나?

그 영화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이 무엇인가?

잉그리드버그만의 빛나는 눈빛

케리쿠퍼의 멋진 제스처

그건 멋있는 장면이었지 교훈은 아니었다

 

내가 손을 들었다

그 영화는 한 평생의 사랑을

72시간에 농축한 영화입니다

교수는 나를 의심했다

생도는 평론가가 쓴 글을 읽었는가

?

아닙니다

당시에는 물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그 영화를 나처럼 해석한 평론가는 없다

 

전쟁?

아름다운 인간성도

아름다운 사랑도

전쟁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난다

인생은 언제 죽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아름답게 죽느냐로 평가된다

많이 올라갔다고 아름다운 게 아니다

많이 벌었다고 아름다운 게 아니다

하직할 때 얼마나 당당하고

얼마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하직하느냐에 의해 결산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교훈은

임종의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보이고 가는 것이다

나도 저렇게 임종해야지

나는 전쟁을 예고하면서도

전쟁을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밤 전쟁이 와도

나는 창밖의 빗방울을 즐기며

따끈한 오뎅탕을 즐겼다

 

정해진 식당 없이 걷다가 들린 호프집

오뎅탕과 감자 후라이를 시켰다

오뎅탕이 나왔는데 오뎅만두가 얼어붙었다

기분이 좀 상했지만 다시 끓여 달라 했다

여인들이 거기출신들이다

감자 후라이는 색깔이 까맣다

나쁜 기름

나는 손조차 대지 않았다

전라도에 대한 불신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그래도 그 순간 나는 행복해야만 했다

자기 식구들끼리 피자를 시키고 치킨을 보태

맛있게 먹고 있다

자기들 요리를 자기들이 맛있게 먹고 있었다

좀 누구러진 나는 말했다

치킨이 맛있어 보이는데 왜 피자를 시키세요?

치킨 매일 먹으니까 질력이 나요

남자 1명 여자 3

그들은 내 말을 못 알아들었다

 

좀 있다가 내가 또 말했다

치킨 맛없으시면 이 프라이감자 좀 드릴까요?

네 명 중 주인인 듯한 여성이 의미를 알아챘다

접시에 치킨 덩어리들을 담아왔다

차디 찬 장벽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센스 없으면 그냥 가려 했는데

센스 꽤 있으시네요
호감을 느낀 주인 여성

코카콜라 한 잔씩을 따라주었다

얼굴을 붉히고 나올 수 있었던 순간이

화기애애하게 마무리됐다

또 오세요

연세 있으신데 애교 있으세요

비오는 날 다시 올께요

 

2017.12.6.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3,858건 9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3618 [지만원 메시지 (48)] 보훈 장관이 전해온 첫 번째 낭보 관리자 2023-04-02 7031 259
13617 [지만원 메시지 (47)] 집권세력, 총선에 질 것 같아 걱정 관리자 2023-03-30 8804 224
13616 [지만원 메시지 (46)] 자유 가장 많이 외친 대통령이 자유탄… 관리자 2023-03-27 9663 261
13615 [지만원 메시지 (45)] 일사불란 포비아_대통령 불가사의 관리자 2023-03-27 9574 253
13614 [지만원 메시지 (44)] 5.18은 ‘정치사’가 아니라 ‘전쟁사 관리자 2023-03-27 5312 229
13613 [지만원 메시지(43)] 집권그룹을 위한 고강도 충언 관리자 2023-03-23 7607 248
13612 노숙자담요님께 부탁합니다. 관리자 2023-03-23 7082 282
13611 [지만원 메시지(42)] 총선진단 관리자 2023-03-23 6542 207
13610 [지만원메시지(41)] 탈북자 사건의 개요 및 피고인의 우려사항 관리자 2023-03-22 6776 187
13609 [지만원시(13)] 인과응보 관리자 2023-03-19 7311 273
13608 [지만원메시지(40)] 이병기, 이병호 그리고 지만원 관리자 2023-03-15 8036 335
13607 [지만원메시지(39)] 이흥구, 국보법 위반자가 대법관이 되어 지… 관리자 2023-03-15 7439 271
13606 [지만원메시지(38)]남북 공산주의 멸망이 코앞에 관리자 2023-03-13 8957 323
13605 [지만원메시지(37)] 지속적 분석에만 진실 보인다 관리자 2023-03-11 7542 275
13604 [지만원메시지(36)] 5.18 진실의 활자화 관리자 2023-03-11 7498 264
13603 [지만원메시지(35)] 코너에 몰린 북괴와 남빨 관리자 2023-03-11 7419 270
13602 [지만원 메시지(32)] 김대중을 삼각지 하늘에 관리자 2023-03-10 8218 251
13601 [지만원메시지(31)] 문화유통의 통로 교보문고 등에 대하여 관리자 2023-03-09 5838 216
13600 [지만원메시지(29)] 교육은 사육이었다 관리자 2023-03-09 4557 195
13599 [지만원메시지(28)] 민주란 무엇인가? 관리자 2023-03-09 4100 190
13598 [지만원 시(10)] 무등산 진달래 475송이 관리자 2023-03-09 3732 210
13597 [지만원메시지(27)] 깨달으라고 노무현을 이 땅에 보내셨건만~ 관리자 2023-03-09 3281 200
13596 [지만원메시지(26)] 전두환 리더십 포인트 관리자 2023-03-08 3198 180
13595 [지만원 시(12)] 이완용과 전두환은 쌍둥이 관리자 2023-03-08 3370 170
13594 [지만원 시(11)] 한큐에 세계영웅 관리자 2023-03-08 2402 136
13593 [지만원메시지(34)] 이완용은 전두환처럼 억울한 사람 관리자 2023-03-07 2705 195
13592 [지만원메시지(33)] 한국 대통령이 연 세기적 이니시어티브 관리자 2023-03-07 2678 166
13591 [지만원메시지(30)] 윤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의 의미 관리자 2023-03-07 2313 155
13590 [지만원메시지(25)] 귀순한 박승원 상장, 행방을 찾자 관리자 2023-03-02 5223 285
13589 [지만원메시지(24)] 저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관리자 2023-02-27 7206 297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