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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보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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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7-15 16:46 조회3,5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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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보는 시스템

 

"각자가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어찌 잘 안될 리 있겠느냐".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 바로 이것이 한국적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한국적 상식이 국민, 기업, 정부 기관들로 하여금 1990년대 초 신바람운동을 신봉케 했다. "서있는 자리에서 각기 최선을 다하면" 과연 국가와 기업이 잘 되는가? 최선을 다하면 잘 되는 패러다임이 있고 최선을 더 할수록 손해를 보는 패러다임이 있다. 최선을 다하기 이전에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시스템 즉 패러다임이다. 기업마다 패러다임을 바꾸자(paradigm shift) 표어들이 회자되지만 아직은 본래의 뜻을 모른다. 1980년대 제가 유행이었다. 한국의 기업과 정부 조직 등 모든 조직들이 팀제를 두입했다. 하지만 한국의 모든 조직들이 도입한 것은 이름만 이지 실제로는 기능별로 쪼개진 과거조직 그대로였다.

 

최선을 다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우를 보자. 도요타 자동차에 12대의 기계가 하나의 공정을 이루고 있었다. 12대의 기계에 12명의 근로자가 배치됐다. 일감을 기계에 걸어놓으니까 기계가 일을 했다. 기계가 일하는 동안 근로자는 할 일이 없었다. 일하는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를 지켜본 사장이 각자에게 똑같은 기계를 하나씩 더 사주었다. 근로자 개인 당 생산성이 2배로 올랐다. 2배의 생산성은 우리의 신바람운동으로서는 도저히 꿈꿀 수 없는 높은 수치였다. 우리의 신바람운동은 10%의 생산성 향상에도 매우 만족해하지 않았던가.

 

열두 사람이 쉴 새 없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장의 마음은 기뻤다. 그만큼 이윤이 상승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손익 계산서에는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갔다.회계자료가 사장의 상식을 뒤엎은 것이다. 열심히 일하면 할수록,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점점 더 내려가는 이 기막힌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유명한 다이이찌 오노라는 부사장이 있었다. 이 명제에 골몰하다가 차안에서 무릎을 쳤다.

 

그는 각 근로자 앞에 미처 소화되지 못한 재고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후 공정""전 공정"이 금방 만들어 낸 부품만 사용했다. 맨 밑에 있는 부품은 1년이 가도 사용되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재고의 높이가 올라갔다. 맨 밑에 있는 재고는 한 달 후에 소재를 구매해서 만들어도 되는 것이었다. 재고가 많이 쌓인다는 것은 늦게 구매해도 되는 소재를 미리 은행돈을 빌려 구매한 것을 의미했다. 이자까지 내면서 재료를 미리 샀다는 것은 자금이 불필요하게 사장되고 있었다는 것이 된다. 열심히 일할수록 생산성이 향상될수록 더 많은 돈이 사장됐다. 어지럽게 던져진 재고는 또 다른 일손에 의해 정리정돈 돼야 했다. 더 많이 만들면 더 많은 일손이 필요했다. 작업자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될수록 이윤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이이치 오노씨는 재고를 없애기 위해 하나의 작업 원칙을 만들었다. "전 공정은 후 공정에서 소화한 것만큼만 만들고 시간이 남아도 그대로 서 있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니까 두 가지 비용이 일거에 절약됐다. 자금이 사장되지 않고 쌓인 재고를 정리정돈 하는 인력이 절감된 것이다. 이윤이 상당한 폭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시간이 남는다는 원래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사장은 시간이 남았을 때 똑같은 기계를 더 사주었다. 한 사람이 한 가지 기계만 다뤄야 숙달이 되고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고정 관념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사장은 왜 한 사람이 열 가지 스무 가지 기계를 다룰 수 없느냐고 반문했다. 간단하지만 이는 엄청난 발상의 전환이었다. 그는 1번 기계를 다루는 근로자에게 2번 기계를 다루도록 했다. 2번 기계를 배우면서 기계의 오묘한 원리를 터득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몰두야말로 가장 아름다움 모습이며 몰두의 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행복은 금전적 보상으로 안겨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심지어는 봉급에도 관심이 없었다. 정복한 기계수가 증가할 때마다 그의 자부심과 직업에 대한 안정감도 향상됐다. 각자는 스스로를 직장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기술을 습득할수록 자유와 해방감을 느꼈다. 회사를 나가더라도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드디어 12사람이 다루던 12대의 기계를 한 사람이 다루게 됐다. 한 사람으로 하여금 여러 대의 기계를 다루게 하는 데에는 작업 반경이 문제가 되었다. 작업 반경을 줄이기 위해 그는 기계의 설치를 일렬로 하지 않고 U자형의 연속으로 배열했다. 몸만 돌리면 여러 대의 기계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인건비가 12분의 1로 절약됐다. 간단한 발상의 전환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적시 생산(JIT; Just In Time)시스템을 탄생시킨 것이다. 1970년이었다. 이렇듯 재고 없이 딱딱 맞물려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을 우리는 경영학적 용어로 Coupling System이라고 부른다. 위에서와 같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열심히 일하라고 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일하는 방법 즉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1인당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1인당 2대의 똑같은 기계를 다루게 했던 전자의 시스템 속에서는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를 보았지만, 한 사람이 12대의 기계를 다루게 했던 후자의 시스템 속에서는 열심히 일할수록 이윤이 상승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언제나 "최선"을 외쳤다. 하지만 "최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표(Goal). 목표가 틀리면 투입된 노력이 모두 허사가 된다. 1993년 대에 우리의 기대를 모았던 신바람 운동은 일하는 방법 즉 시스템을 바꾸는 운동이 아니라 현 시스템 속에서 더 열심히 일하자는 운동이었다. 거의 10여 년간 우리기업들은 근로자들에게 신바람 인센티브를 마련한다며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만 부추겼다. 열심히 일할수록 손해인 경우는 얼마든지 많다.

 

2019.7.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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