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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은 시스템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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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9-07-22 22:52 조회1,22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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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

 

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고, 문화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의식의 집합체다. 우리는 선진국 문화를 동경한다. 그들의 문화를 동경하기만 했지, 그 문화를 만들어 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동경하지도 착안하지도 못했다. 문화를 훌륭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의식을 훌륭하게 가꿔야 하며, 의식을 훌륭하게 가꾸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훌륭하게 가꿔야 한다. 시스템이 어떻게 의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자. 세 대의 공중 전화기가 있다. 한국인들은 세 줄을 선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가장 짧은 줄을 골라서 섰지만 그날은 재수가 안 좋아 오래 기다렸다. 그때 무엇을 느낄까.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회 곳곳이 이처럼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분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행의식이 자랄 것이다. 요행이 차례를 배당해주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저축할 것인가?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맨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끝나는 전화를 차지한다. 일찍 오면 일찍 차례가 온다. 예측도 가능해진다. 사회 곳곳이 이렇게 논리에 의해 차례가 배분되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논리의식이 자란다.

 

동대문과 종로통은 상가 밀집 지역이다. 짐차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짐을 날라야 경기가 활성화된다. 뉴욕같이 복잡한 도시도 대형차가 상점 앞에 20분 간 정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상가에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가끔씩 단속반이 나와 있으면 용달차들이 짐을 부리지 못해 수십 바퀴를 돌면서 눈치를 살핀다. 시간, 자원, 공해상의 엄청난 낭비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성의 파괴다. 눈치보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의식은 선천적으로 못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의식이 개혁돼야 한다는 말이 아직도 유행이다. 모든 국민의 의식이 천사처럼 개혁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램일 뿐이다. 그 누구도 수많은 타인들의 의식을 고치지 못한다. 자기 자식의 의식도 고치지 못하지 않는가? 그래서 의식 개혁 운동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개선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설사 모든 이들의 의식이 천사처럼 깨끗하게 개혁됐다 해도 의식 자체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 시너지는 반드시 시스템이라는 기계를 거쳐야만 나오는 것이다.

 

수십년 전 미국의 어느 조그만 마을에 이발소가 하나 있었다. 이발소 입구에는 은행나무 잎 만한 크기의 노란 플라스틱 조각들이 걸려있었으며 각 조각들에는 번호를 표시하기 위한 숫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손님들은 각기 하나씩의 번호표를 빼들었다. 이발을 하고 있는 사람의 번호와 자기의 번호를 비교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대충 계산한 후 손님들은 각기 남은 시간을 선용했다.

 

만일 그 이발소에 번호 시스템이 없었다면 미국인들 역시 한국인들처럼' 내 차례가 누구 다음이냐', '화장실 좀 다녀 올 테니 내 자리 좀 지켜달라' 하면서 차례대로 줄을 지어 앉아 있었을 것이다. 이발소 내에서 보여주는 미국인들의 여유 있는 행동과 한국인들의 각박한 행동은 단지 그 번호 시스템에 의해 구별되어진 것이다. 시스템이 의식구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싱가포르 공항건물은 김포공항 건물보다 훨씬 작다. 그러나 싱가포르 공항 운영시스템이 선진국에 속한다면 김포공항 운영 시스템은 후진국에 속한다. 가장 간단한 택시 승차시스템 하나만을 비교해보아도 우리는 김포공항시스템 전체에 대한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자극받게 될 것이다. 싱가포르 공항건물 처마 밑에는 택시 손님들이 마치 전기요의 전기 줄처럼 지그재그 식으로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을 차례로 세우는 방법이다. 일 열로 들어온 택시는 평행으로 만들어진 6개의 승차대 앞에 정차하여 6팀의 손님을 동시에 태우고 떠났다.

 

반면 김포공항에서는 손님도 일 열, 차량도 일 열로 늘어서 있다. 손님과 택시는 통상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택시 기사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었다. 택시기사들은 기다린 시간에 해당하는 돈을 누군가로부터 보상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에 대해 정부와 이용객들은 손가락질만 해왔다. 그러나 정작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싱가포르 공항을 구경한지 수십년이 지나도록 싱가포르 공항하나 흉내내지 못한 김포공항 관리공단이다.

 

김포공항 택시기사들의 바가지요금은 공항의 원시적인 택시 승차시스템이 유발시킨 것이었다. 싱가포르 공항에 내리기 전에 기체 내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공항이 도심지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손님은 요금표에 3달러를 더 얹어주라는 것이었다. 3불을 더 주니까 싱가포르 택시기사들은 '좋은 시간을 가지라'고 상냥하게 인사했다.

 

나는 이러한 취지의 글을 어느 일간지에 투고했다. 김포공항 담당과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첫마디가 왜 그런 일을 자기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고 신문에 냈느냐고 서운하다고 했다. 그는 기고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했다. 상당한 시간에 걸쳐 설명해주어도 그는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국가의 얼굴인 공항 시스템에 대해 책임지고 있는 과장의 이해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 납득할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항관리공단은 국영 조직체였기 때문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유능-무능에 관계없이 각기 자기 주변 사람들을 갖다 앉힌 것이었다. 국영 조직과 국영업체는 어찌 보면 주인이 없는 조직들이다. 이들에게 있어 국가 예산은 '네돈이냐 내돈이냐'로 표현될 수 있었다.

 

1982년도의 일이었다. 싱가포르 공항에는 손님 수를 보아가면서 무전으로 택시회사에 택시를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 싱가포르의 웬만한 백화점에는 택시가 줄줄이 들어와 쉴새없이 손님을 싣고 떠났다. 손님이 많을 때는 택시도 많이 왔고 손님이 없을 때는 택시도 별로 없었다. 택시 승차 장소에는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온 손님들이 단일민족인 우리 나라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줄서있는 사람들 뒤에는 젊은이 하나가 쪼그리고 앉아 엄지손가락으로 카운팅 기계의 스위치를 누르고 있었다. 그는 무전기를 가지고 택시 회사에 기다리고 있는 손님 수를 통보해주고 있었다. 이 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질서를 지켜가며 불편 없이 지내고 돌아갈 수 있는 이유는 이러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 질서가 없다면 그것은 한국인의 의식구조가 나빠서라기보다는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질서 부재의 책임은 정치가와 공무원들의 무능 때문이지 절대로 국민의식 때문이 아니다.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50분간을 기다려도 택시는 가뭄에 콩나듯 드문드문 나타났다. 그나마 일 열로 서니까 뒤에서 기다리던 어느 택시는 기다림에 화가 난 듯 배참의 표시로 엔진을 공회전시키면서 손님을 태우지도 않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세번째 서있던 택시가 답답하다는 듯 앞으로 나와 맨 앞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던 택시와 나란히 주차해서 손님을 태우려 했다.

 

2열종대로 택시가 늘어서서 손님을 태운다면 택시의 기다리는 시간은 반으로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돌출해 나온 그 택시기사의 처사는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곳의 질서를 유지하는 공항직원은 택시기사와 몸싸움을 했다.

 

앞에서 기다리던 영국인이 그것을 보더니 나를 처다 보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저런 모습을 10년간이나 보아왔습니다. 한국은 한국의 얼굴인 서울의 공항을 어떻게 저렇게 방치할 수 있습니까'. 남산에 있는 어느 호텔에서 나온 버스가 주차장 쪽으로 나타나자 그는 재빨리 그차를 타러 달려갔다.

 

그가 묵을 호텔은 여의도에 있지만 일단 호텔 버스를 타고 남산까지 갔다가 거기서 택시를 타고 여의도까지 가는 것이 또 다른 한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었다. 그 몸싸움은 30분간이나 계속됐다. 경찰도 옆에서 구경만하고 있었다. 경찰에게 왜 말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실실 웃으면서 대답했다. '저 사람들 매일 싸워요, 하루에도 몇 번씩 저러는걸요 뭘'.

 

이 글은 2,000년에 쓴 글이다.

 

2019.7.2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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