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계가 고장 났네요, 함께 수리하면 안 될까요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시] 시계가 고장 났네요, 함께 수리하면 안 될까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4-14 00:34 조회1,448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시계가 고장 났네요, 함께 수리하면 안 될까요

 

잠시라도 떨어졌던 엄마가

당신을 바라보시던 시선 생각나시나요

당신 전체를 눈에 담으려는 그윽했던 그 시선을

저는 그런 엄마곁를 열세 살에 떠났습니다

서울에서 고학했습니다

엄마가 그리워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습니다

 

잠 잘 곳이 없어 미나리 밭 한 구석에 지어진

판잣집 교실에서 잠을 잤지요

밤중에 천둥번개가 치고 귀신바람이 불었습니다

눈을 뜨면 귀신이 붉은 눈 해가지고

저를 덮칠 것 같았습니다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몸이 오그라드렀습니다

한동안 용기를 축적했습니다

창문을 제치고 뛰었습니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었습니다

가로등에는 뽀얀 은가루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몸을 적셔주는 그 은가루가 엄청난 축복이었습니다

또 다른 은가루를 향해 정신없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보니 울타리 없는 집

연탄 부뚜막 위였습니다

가난한 천사가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야간학교가 없었다면

저는 육사를 갈 수 없었습니다

신문 돌리고 공장 일 하고

영양이 부족했습니다

두툼한 두드러기가 온 몸을 덮었습니다

야간 학교

돈 생기면 가고 없으면 안 갔습니다

중고등학교 6년 중 3년 정도만 다녔습니다

육사를 갔습니다

필기시험은 합격했지만

키도 모자라고 몸무게도 모자랐습니다

그런데 난데없이 의무관 소령님과

대령이 나타나 기적처럼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학습다운 학습은 육사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던 시절에

독서에 심취할 수 있었습니다

영웅전 위인전 고전소설이

제 가슴에 무언가를 심어주었습니다

 

스산한 가을바람

이리 가서 푹 저리 가서 푹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나비를 보았습니다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도 보았습니다

거기에 인생의 단면이 들어있는 듯 했습니다

푸른 숲 사이를 뚫고 나오는

고색창연한 붉은 벽돌 건물에

수많은 꿈들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게 감수성이었나 봅니다

 

나폴레옹을 읽을 때는

개선장군의 꿈을 키웠고

한니발의 전기를 읽을 때는

사람의 마음을 잡는 꿈을 꾸었습니다

주홍글씨를 읽을 때는

가녀린 헤스터를 동정하며 베개를 적셨습니다

 

지휘관 자격으로 하급생들 앞에서

연설을 할 때에는 파리와 벌이 뺨 위를 기어도

손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했던 품위였습니다

거울을 보고 품위의 모습을 다듬어도 보았습니다

이런 것이 20대 초의 중닭 같은

제 어설픈 모습이었습니다

 

월남전에 갔습니다

영웅전을 되새기며 부하를 통솔했습니다

순간의 기지로 부하들을 살렸습니다

소위로부터 대위에 이르기까지의

참전 44개월이 제 26년 군생활의 꽃이었습니다

미국에 갔습니다

길을 건널 때마다 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이

멀리에서부터 속도를 줄이고

웃어주었습니다

 

을씨년스럽게 비가 내리는 어둑 녁

제가 몰던 차에 펑크가 났습니다

인적 없는 그 곳을 지나는 부부가

다가왔습니다

비를 맞으며 타이어를 갈아주었습니다

아름답게 차려 입은 파티 복에

비가 내리고 검은 때가 묻었습니다

젊은 부부가 천사처럼 보였습니다

 

길가가 공원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람쥐들이 사람들을 따랐습니다

물개들이 사람을 따랐습니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모션을 크게 하지 말고 말소리를 낮추라 했습니다

아이들이 동물에게 친절하고

이웃에 친절하게 자라더군요

 

저는 그 시대의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아파트 2층에서 병아리를 갖고 놀았습니다

병아리를 던지면서 누구 것이 살고 누구 것이 죽는지를

걸고 돈내기를 했습니다

 

태평양 해안가를 자주 걸었습니다

덩치가 큰 갈매기들 옆에는 늘

실 다리 미니새들이 따라 다녔습니다

큰 새가 게를 먹으려면 모래 위에서 부셔야 했습니다

그 부스러기를 먹으려고 실다리 새들이

죽자사자 따라다닌 것입니다

이것이 약한 나라가 살아가는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것이 인생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인생의 품위는 여유와 아름다움에서 피어납니다

인생은 태어날 때 절대자와 결산할

하얀 도화지를 갖고 태어납니다

그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가지고

절대자와 결산할 것입니다.

 

인생은 절대자로부터 탤런트를 받고 태어납니다

절대자는 태만과 부지런함을 결산할 것입니다

그것을 열심히 갈고닦아

세상을 이롭게 한 사람에 상을 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게을렀습니다

대한민국의 시계를 방치했습니다

그래서 고장을 냈습니다

 

옛날에 있던

따뜻한 긍휼심 어디로 사라졌나요

다뉴브 강가 푸른 숲을 연상게 하는

목가적 낭만은 어디로 갔나요

아름다워도 뽐내지 않고

돈 많아도 티내지 않고

직위가 높아도 높은 줄 모르고

권력이 있어도 사용할 줄 모르는

선비정신 어디로 날아갔나요

아무리 급해도 강자에 비굴하지 않는 품위

이디 갔나요

 

이 시각 대한민국 시계가 보이시나요

고장이 났네요

좌파세상을 만나니 시계조차

거꾸로 가고 있네요

거짓과 위선과 깽판으로 얼룩진 

요마악귀의 세상이 보이시나요 

이대로 두실 건가요

함께 수리하면 안 될까요 

 

2022.4.14. 지만원

www.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3,862건 3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3802 [지만원 메시지(203)] 한강은 전두환 작품, 한강변에 전두환 … 관리자 2023-12-05 18254 205
13801 [지만원 메시지(202)] 5.18족, 내 가족 위협하지 말라. 관리자 2023-12-04 14479 292
13800 [지만원 메시지(201)] 시급한 국힘당에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 관리자 2023-12-04 12781 166
13799 [지만원 메시지(200)] 전두환 VS 5.18, 어느 쪽이 민주… 관리자 2023-12-04 13453 134
13798 [지만원 메시지(199)] 국민의 요구: 5.18이 왜 민주화운동… 관리자 2023-12-02 13603 188
13797 [지만원 메시지(198)] 다시쓰는 5.18 관리자 2023-11-26 13918 210
13796 [지만원 메시지(197)] 현대사의 주역은 전두환, 김일성을 13… 관리자 2023-11-24 15791 241
13795 [지만원 메시지(196)] 상징성 있는 한 사람은 한 사람이 아니… 관리자 2023-11-23 11462 175
13794 [지만원 메시지(195)] 대통령과 국민사이 소통 불가 이유 관리자 2023-11-19 15071 192
13793 [지만원 메시지(194)] 국민제위께 호소합니다 관리자 2023-11-19 13893 216
13792 [지만원 메시지(193)] 다급해진 시국, 국민 스스로 동아줄 찾… 관리자 2023-11-19 13510 175
13791 [지만원 메시지(192)] 5.18 인민족, 무슨 천벌 받으려나 관리자 2023-11-19 13374 145
13790 [지만원 메시지(191)] 타도(他道)국민 등쳐먹는 전라인민 관리자 2023-11-19 11651 131
13789 [지만원 메시지(190)] ‘진상규명’으로 먹고사는 바퀴들 관리자 2023-11-18 7769 155
13788 준비서면: 5.18기념재단 외8 손배사건 관리자 2023-11-16 7233 107
13787 [지만원 메시지(189)] 인요한은 한국판 라스 푸틴 관리자 2023-11-12 11205 270
13786 [지만원 메시지(188)] 탈북자 송금 철저히 단절시켜야 관리자 2023-11-12 7147 185
13785 [지만원 메시지(187)] 5.18현장 지휘반장 간첩 손성모와 5… 관리자 2023-11-12 8020 182
13784 [지만원 메시지(186)] 대통령과 카네기 관리자 2023-11-10 9406 180
13783 [지만원 메시지(185)] 동서고금 최악의 국제범죄는 5.18 사… 관리자 2023-11-10 9895 178
13782 [지만원 메시지(184)] 민생, 어느 현장 가야 답 나오나 관리자 2023-11-04 14053 179
13781 [지만원 메시지(183)] 군복이여 깨어나라! 관리자 2023-11-04 22428 205
13780 [지만원 메시지(182)] 인요한과 여당을 진단한다. 관리자 2023-11-04 11227 158
13779 [지만원 메시지(181)] 빨갱이 판사 노정희의 교활성 관리자 2023-11-04 8028 172
13778 [지만원 메시지(178)] 패배하기로 작정한 여권 관리자 2023-10-31 11875 202
13777 [지만원 메시지(180)] 전라도 선언: “한국군은 전라도 웬수” 관리자 2023-10-29 12330 236
13776 [지만원 메시지(179)] 인요한과 국힘당 관리자 2023-10-29 10797 240
13775 [지만원 메시지(177)] 4.10 선거 혁신, 통계학회 빨리 나… 관리자 2023-10-29 9886 171
13774 [지만원 메시지(176)] 흉물덩어리 전라도 그 끝은 어디인가? 관리자 2023-10-29 6009 160
13773 [지만원 메시지(174)] 대통령을 진단한다. 관리자 2023-10-27 7947 212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