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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에 갇힌 한 육사인의 시, 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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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4-16 23:03 조회1,57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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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에 갇힌 한 육사인의 시

       고 목

 

모진 비바람 이겨내고

살 에이는 엄동설한에 떨던

한그루 고목

 

내려쬐는 태양에 그을리고

수많은 삭풍 할퀴고 갔건만

그래도 한 그루 고목이어라

멋없이 잘려나간 앙상한 가지들

얼기설기 거느린 채

볼품은 없지만

늘 그 자리에 서 있노라

 

어째서 세월은

오로지 그 한그루 고목에만

그토록 가혹했던가

 

수없이 많은 새들 날아와

아주 조금씩만 머물다 간

볼품 없이 그을린

잎새없는 나무

 

어쩌다 길 잃은 한 마리

파랑새 날아오려나

새야새야 파랑새야

흔들리지 않는 내 가지에

영원히 머물렴

 

그 노래

어쩌면 내 고목 뿌리

일깨워

어느 한 봄날 맞아

푸르른 잎새 피우리

 

지만원 시집 [사랑엘레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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