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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20-26일 사이는 내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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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4-26 23:27 조회16,9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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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달 20-26일 사이는 내가 가장 스트레스 받는 날


좋은 일을 하는 데에도 스트레스가 있다. 집중하는 순간에 전화가 오면 집중이 분산된다. 집중하고 있는 순간에는 옆에 있는 화장실도 가지 않고 한동안 집중한다. 끼니가 와도 짜증나고 화장실이 불러도 짜증난다. 이러한 시간을 나이 20-30에 보내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나는 지금 말띠 70이다.

매월 시국진단을 발행한다. 한 달 동안 쓴 자료들을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놓고 정리를 한다. 시간이 지난 글, 중복되는 글을 말끔히 정리하고 순간적인 발상을 첨가한다. 이렇게 한 달 내내 순전히 내가 쓴 글로 200쪽 짜리 월간지를 채운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한다.

2005-7년에는 가끔 전화를 걸어 내 신경을 자극한 분들이 있었다. “야, 이 사기꾼 놈아, 이 200쪽의 글을 어떻게 니 혼자 채운당가, 거짓말 좀 작작 하랑께” 그러나 분명 내가 쓴 시국진단의 글들은 내가 운용하는 시스템클럽에 분명히 있는 글들이다. 단지 시국진단에는 글들이 좀 더 정제되고 세련되어 있을 뿐이다.

매달 20일부터는 내가 그동안 쓴 글들을 노트장에 올린다. 그리고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보강을 하고, 중복을 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탠다. 매달 한권씩의 단행본을 발간하는 셈이다. 이러한 과정은 내게도 많은 도움이 된다. 종합정리를 하는 것이니까. 여기에 더해 나는 5.18이나 4.3 그리고 다른 근대사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고 자료를 정리한다. 그래서 시간이 모자란다.

매월 25-26이 되면 ‘회원님들께 드리는 인사말씀’을 쓴다. 일종의 기조연설 즉 키-노트 스피치인 것이다. 이게 월중에 해야 할 가장 큰 일이다. 그리고 표지글을 쓴다. 나는 이 글들만큼은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두 개의 글을 쓰는 것은 내게 남은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많이 소모시킨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의 엑기스를 추출해내는 아픈 과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국진단을 한권도 빠짐없이 모으고 계시는 회원님들이 참으로 많이 계시다. 이
런 분들은 가끔 책들을 뽑아 읽으신다 한다. 표지 말들만 읽어도 역사책을 읽으시는 것 같다고 말씀들 하신다. 주마등을 보는 것처럼! 시국진단 책들은 영원한 그리고 다른 데에서는 구할 수 없는 고전적인 역사책이 될 것이라고 말씀들 하신다.

이 책들은 내가 그때 그때의 시국을 최고의 사진기로 찍은 것들이다. 그래서 이 책들은 그 누구에게보다 내게 가장 참고가 되는 자료집이다. 최근글을 쓰는 내 자신도 내가 쓴 것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월간 시국진단은 그 누구보다 내게 가장 귀중한 참고서인 것이다. 자연인이 일기장을 써서 사실기록을 남기듯이 나는 국가적인 역사를 이 시국진단에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개인적인 일기를 쓰지 않는다. 스케줄 북이 유일한 개인적 일기장일 것이다.

나는 오늘 시국진단 5월호에 대한 모든 내용들을 인쇄소에 넘겼다. 한 사무실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내 이런 사정을 알 리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내 마음의 사정을 사무실 식구들에 알렸다. 이제부터는 내 사정을 알고 참작해서 "오늘 한잔 하시지요?" 하고 마음을 써주겠지. 물론 지금도 정말로 여러가지 과분하게 챙겨주고 있지만.

지금의 내 낮 생활은 아마도 미국에서의 대학원의 석사과정 학생들의 생활과 동일할 것이다. 미국에서의 박사과정은 그야말로 사람 죽이는 과정이라 거기에는 감히 비교를 하지 못한다. 나는 지금도 자유가 없는 스파르타식 생활을 한다. 그런데, 내가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런 생활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들이 좀 있다. 하지만 아직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앞서의 의문들은 하나의 사치요 막걸리 술잔을 앞에 놓고 독백하는 상념의 유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술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술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혼자서도 술을 마신다. 미국에서 석사를 하고 박사를 했다, 그 때도 술을 했다. 맥주로부터 코냑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술을 즐겼다. 그런데 내가 마신 그 술들은 내게 엄청난 집중력을 키웠다. 내가 마신 술은 마신게 아니라 약처럼 조금씩 혀에 댄 것이었다.

내가 술을 알게 된 것은 월남에서 전속부관을 할 때부터였다. 월남에서는 국제장군들의 파티가 매일 있었다. 전속부관인 내가 파티를 지휘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나는 29세에 국제 파티문화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같은 영어를 해도 외교관으로서의 영어는 어휘표현과 제스처가 매우 달랐다. 이를테면 대위 때부터 서양의 상류사회에 적응돼 있었던 것이다. 그런 자세로 미국에 가서 석사와 박사를 공부할 때 외국 교수들이 성적 좋은 나를 사랑했던 것은 자연스러웠던 현상이었을 것이다, 석사 박사의 나이는 예의와 품위도 있어야 하는 나이였다. 공부만 잘 하고 예의가 없고, 문화인으로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에티켓이 없으면 누가 아무개를 위한 박사위원회의 위원으로 나서려 하겠는가?

술은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멋이요 낭만이다. 그리고 에너지다. 나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밤 11시부터는 코냑 잔을 책상 앞에 놓고 혀로 핥았다, 사고력이 대담해지고, 여유가 생김으로써 수학에 낭만적 해석이 분출되었다. 이런 것이 술의 매력인 것이다.

미국에서도 파티가 가끔 있었다.
와인을 마시겠느냐 할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어떻게 와인 없는 디너(dinner)를 상상이나 할 수 있느냐?" 물론 허풍이었다. 그런데 나는 허풍의 언어들을 자주 구사했다. 미국에서는 ”요새 어때?“ 이런 인사가 보통이다. 그런데 나는 시적으로 인사를 했다. ”요새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대우합니까?“ 이렇게 인사를 했다. 내가 기존의 수학공식을 따라서 사용하지 않고 내 스스로 창안한 공식을 따로 쓰듯이 나는 내 인사말을 스스로 개발했다.

나는 물론 사교장에서는 와인을 좋아했지만 거의 매일 와인 없는 저녁(supper)을 했다. 디너는 사교이고 저녁식사는 생명을 이어가는 영양공급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내게 있었던 가장 아름다운 사교는 역시 미국에서 있었다. 술이 있고, 지적인 교수와 아름다운 교수 부인들이 있었다. 외국장교들과 그들의 부인들이 있었고, 바다 위에 깔린 출렁이는 은색 도로와 교교한 달빛이 있었다. 그들 하나하나의 얼굴을 다 기억을 하지는 못한다 해도 그들과 어울렸던 사교의 분위기와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웃음소리들은 내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는 영원한 로고로 부각돼 있다.

한잔 술은 아름답다. 그리고 술은 아름답게 마셔야 한다. 술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아름다움에 대한 순종이 있고, 복잡했던 마음의 갈래를 하나로 단순화시켜주는 마력이 있고, 까실까실 했던 인생사를 달빛에 물든 뽀얀 안개처럼 아련하게 덮어주는 포근함이 있다.

한잔 술에는 새 세상이 있다. 과거에 집착하면 편집증이라 하던가? 계절은 1년에 딱 한 번씩만 새싹을 트게 하고 꽃을 피게 하지만, 아름다운 사회적 환경과 개인의 환경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꽃을 피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사회를 가꾸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무실에서는 여러 날,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어제 밤에는 사랑하는 식구가 보내준 진토닉을, 오늘 밤에는 위스키 앤 소다를 마시면서, 복잡한 세상을 잊는다. 그리고 먼 옛날, 아름다웠던 마음의 고향에서 천진난만하게 살았던 수십 년 전의 미국친구들을 그리워 해 본다. 지금 만난다면 서로가 아주 많이 부둥켜안고 놓아주려 하지 않을텐데! 내가 죽기 전에, 그리고 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만나봐야 할 텐데!

그러면 그동안의 시국진단은 누가 쓰나? 나는 독서가 시작됐던 육사 시절부터, ‘영원한 자유인’이기를 선망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완전히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다. 미국에서 마셨던 그 파워 있던 쿠바시에 코냑을 얼마나 더 많이 마셔야 이 철창 없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려나!


2011.4.2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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