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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다시 묻는다(윤창중/문화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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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10-31 14:02 조회21,5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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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다시 묻는다

윤창중/논설실장


넘어설 수 없는 절벽(絶壁).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는다 해도 ‘이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압도돼 글 쓸 때마다 망설이게 하는 절벽 앞에 선 듯한 무기력.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5대 정권을 거치며 글을 써온 인간적 소회를 뒤적이다보면 MB와 박근혜가 절벽 앞의 절망감에 가장 깊숙이 사로잡히게 하는 글 속의 주인공이었음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중·노무현보다 더! 어느 누가 MB 고집을 당하겠나? 인사 때마다 군대 갔다오지 않고, 위장전입하고, 투기한 사람…3년반을 그렇게 끓어오르는 민심과 엇나가다가 내곡동 사저 파문까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발상! 국민이 너무 불행하다!


박근혜가 MB와 반목의 절정에 이르렀던 2009년 어느 날, 난 박근혜와 커피숍에서 1시간40분 정도 단둘이 만났다. “박 대표께선 MB에게 협력할 건 협력하고, 비판할 건 비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야지, 이렇게 신비주의에만 빠져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박근혜는 이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메모 종이 위에다 뾰족히 깎아놓은 연필만 빙글빙글 돌리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딴 생각하는 표정. 더 이상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려 하지도 않았고, 설득 당하기도 거부하는 듯한. 잘못 자극하다간 감정만 상할 것 같아 딴 얘기로 돌렸다. 설득하려고도 않고 설득 당하지도 않으려는 MB와 박근혜. 아! 저 고집들 때문에 그토록 어렵게 세운 정권이 파국으로 날 새며, 정권을 잃어버리는 길로 가겠구나. 머릿속이 너무 혼란스러워 어둑어둑해진 길을 한참 걸었다. 결국 박근혜는 누가 뭐라 하든 3년반 동안 자신의 의지와 계획대로 침묵하다가 이번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지원에 나섰다. 저 난공불락의 고집!


안철수 돌풍과 그의 박원순 지지가 성공한 배경? 한나라당이 스마트폰을 할 줄 몰라서? 20, 30, 40대를 겨냥한 ‘대책’이 없어서? 트위터로 대화하면 바뀐다고? 근본적으로 MB와 박근혜는 다가설 수 없는 인간형,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약이 오르게 만드는, 공감(共感)할 수 없는 ‘딴나라 인간’들로 보이기 때문! 안철수 현상까지 나왔는데도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고, 박정희가 5·16 일으키자 남 얘기처럼 했던 대통령 윤보선의 딴청을 흉내낸 MB, “정치가 위기다”고 사돈 남 말한 박근혜에게 절망한 20, 30, 40대들이 침묵 속에서 한나라당을 향해 외친 메시지를 읽어야 한다. 너희들이 박원순을 욕할 자격 있어? 친서민한다고 요란하더니 내곡동에 사저 지으려다 들키고, 대통령 측근들은 돈받아 챙기고, 박근혜는 침묵하고.


박근혜가 서울시장 보선에 뛰어들면서 “모든 게 내 책임이다. 무엇보다 권력형 부정부패는 내 손으로 뿌리 뽑겠다”고 두 마디만 외쳤다면 그래도 민심이 작은 위안이라도 받아 ‘충동투표’를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뭐? 정치의 위기? 옛날 디지털 시대 같았으면 돌멩이 들고 광화문에 뛰쳐나가 민중혁명이라도 일으켰을 20, 30, 40대들이 취직해야하고 먹고살기 힘들고 바쁘니 투표소에 들어가 꾹꾹 소리나게 박원순을 찍은 것! 이런데도 당대표 홍준표? 뭐, 진 건 아니다? MB 정권 최대실세라는 이재오, 나경원 패배가 거듭 확인돼 한나라당 지지층이 잠못 이루던 27일 새벽 1시30분 페이스북에 “…지금 방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잘랍니다…”고 올렸다. 이건 집권당이 아니다! 통탄한다.


박근혜에게 다시 묻는다. 머리 질끈 매고, 손에 흙 묻힐 각오가 돼 있는가? 또 신비주의 속으로 은둔해 그럭저럭 현 한나라당 체제 유지하다가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반짝 등장한다? 민심은 끝장을 보고야 말 것! 다음엔 당신 차례다! 박근혜는 자신의 이름만 빼고 체질을 다 바꿔라!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못 이긴다. 대선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부터 길바닥으로 나가 실패한 국민, 힘들어하는 국민의 영혼부터 보듬어주는 공감할 수 있는 인물로 재탄생해야 한다. 박근혜가 자신부터 변화시키고, 자신의 손으로 한나라당을 기초부터 완전 해체해 재건축하지 않으면 남은 건 보수·우파 전체의 몰락뿐이다. 역사의 죄인이 달리 되는 게 아니다. 박근혜, 진화(進化)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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