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자력의 운명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한국 원자력의 운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2-13 17:44 조회22,562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한국 원자력의 운명 

2월12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한국 원자력 발전의 병목현상에 대해 막연하나마 희망적인 발언을 했다.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한국의 희망(aspirations)과 핵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 사이에 합의점을 찾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발언인 것이다. 

한·미 원자력 협정은 1956년 체결돼 73년 재개정됐고 2014년 3월 종료된다. 현재 한국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국가과제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 처리문제다. 한국에는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 핵연료’가 지난 2008년 현재 1만1백여t에 달하고, 오는 2016년에는 저장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며 세기말에는 사용후 핵연료가 무려 11만t이 넘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원자력 강국은커녕 기존 원자로의 폐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에는 타지 않고 남아 있는 우라늄이 94%나 된다. 이를 재활용을 하게 되면 쓰레기의 분량은 6% 수준으로 줄어든다. 94%의 우라늄은 재사용하고 6%의 재만 처리하면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94%의 자원을 재사용하는 측면에서나 핵쓰레기의 양을 6% 수준으로 줄이는 측면에서나 우리는 반드시 이번 협정의 개정 기회를 죽기 살기 식으로 활용해야 한다.  

시급한 것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거나 재활용을 해서 핵연료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핵폐기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재처리를 일본 정도 수준에서 할 경우 핵폐기물 처분장의 면적이 1백분의 1로 줄어들고, 처분장 관리기간도 1천분의 1로 줄어든다 한다. 따라서 2014년 한미 원자력협정 협상에서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허용 문제가 쟁점이 돼야 할 것이다. 재처리에 대한 미국의 포괄적인 승인을 얻어내는 노력이 매우 시급하다 할 것이다. 한국은 주요 원자력 국가이고,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처리가 허용된 일본, 인도, 유럽연합과 동일한 권리가 부여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 할 것이다.  

반면 미국의 입장도 존중돼야 할 근거를 가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플루토늄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핵무장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은 한반도에서 어떤 형태든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특히 `핵무기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핵확산 방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 한국의 재처리를 허용하는 것은 곤란하며, 북한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는 인식이 미국 내 비확산, 무기 통제론 자들 사이에 널리 확산돼 있다. 여기에 더해 노태우 정부는 1992년 바보 같은 짓을 했다. `남과 북은 핵재처리 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가 ‘파이로 프로세싱'이다. 한국은 건식처리 공법인 `파이로 프로세싱'이 플루토늄 등 민감한 핵 물질을 분리, 회수할 수 없는 공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공법 정도는 인정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재처리가 아니라 핵 쓰레기의 `재활용'이며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파이로프로세싱은 아직 그 기술이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러하기 때문에 미국 전문가들은 `파이로 프로세싱'이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닌 연구. 개발 수준에 있기 때문에 파이로 프로세싱이라는 구실을 악용하여 한국이 북한처럼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이런 의심은 당연한 의심인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협정 개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바로 지금부터 국력을 총동원하여 대미 원자력 외교에 나서야 한다.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일본의 경우 외교·통상·과학·국방 등 정부부처들이 유사 이래 처음이라 할 정도로 똘똘 뭉쳐 미국을 상대했다. 전력회사와 재계도 팔을 걷어붙이고 힘을 보탰다. 전문가에 의하면 미·일 원자력협정 협상 당시 일본 외무성 소속으로 협상에 참여했던 엔도 데쓰야(遠藤哲也) 전 뉴질랜드 대사는 미국의 의회를 움직이는 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회고한다 한다.  

설사 정당한 방안이 나왔다 해도 미국의회와 한국의 특수한 국회를 통과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이렇게 중차대한 과업을 앞에 놓고 세종시냐, 4대강 이냐, 4대 당파 싸움을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두가 쪼잔해 보이고 못나 보이는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의 호의적인 발언을 확대 해석하는 것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공짜점심을 바라는 사람들의 허망한 꿈일 것이다.

  

2010.2.13.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3,861건 401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1861 이명박 중도, 본색을 드러내다 (만토스) 댓글(2) 만토스 2011-05-09 14369 215
1860 [LA에서 온 편지] (2)-'지방 자치제' 문제가 많다.(김피터… 댓글(1) 김피터 2011-05-09 11891 154
1859 5.18재판 기일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지만원 2011-05-08 30119 185
1858 대한민국 왜 위험한가?(인강 칼럼) 댓글(1) 正道 2011-05-08 14479 184
1857 한나라당 비대위도 싹수가 노랗다.(소나무) 소나무 2011-05-08 13890 127
1856 역적모의하고도 활개치는 정치꾼들(만토스) 댓글(1) 만토스 2011-05-08 13560 137
1855 대통령, 불신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지만원 2011-05-06 22224 199
1854 빨갱이 박지원보다 한참 작은 평양기생 손학규 지만원 2011-05-06 18171 206
1853 삼성에서 배운다. 댓글(3) 팔광 2011-05-05 18717 152
1852 미국에 비수 꽂는 조선일보 지만원 2011-05-04 20996 285
1851 긴박했던 순간의 미 행정부 수뇌부들의 모습(stallon) stallon 2011-05-04 14521 112
1850 시스템클럽 해외가족께 부탁드립니다 지만원 2011-05-04 22335 111
1849 저축은행사태로 500억 날린 삼성장학재단(팔광) 팔광 2011-05-04 16544 133
1848 역적 곽선희와 박찬모 등을 응징하자 지만원 2011-05-04 25734 358
1847 시스템클럽 모임 안내 (푸른산) 푸른산 2011-05-04 17725 112
1846 빈 라덴의 상주노릇하는 좌익매체들(자유의깃발) 댓글(1) 자유의깃발 2011-05-04 12693 98
1845 빈 라덴과 제주인민해방군 (비바람) 댓글(3) 비바람 2011-05-04 13141 84
1844 5.10 선거 방해 작전 지만원 2011-05-03 15829 98
1843 국가는 우리의 안전을 얼만큼 지켜주나? 지만원 2011-05-03 15394 139
1842 [LA에서 온 편지] (1)- '빈라덴이 사살되었습니다"-(김피터… 김피터 2011-05-03 11730 128
1841 빈 라덴 사살의 의미와 미국인들의 감격 지만원 2011-05-02 15291 224
1840 대한민국은 상놈의 나라 지만원 2011-05-01 16876 348
1839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필수 알 권리 (펌) 댓글(1) 솔내 2011-05-01 14294 201
1838 4.3의 성격에 대하여 지만원 2011-05-01 19877 101
1837 살인강도가 김정일 주권행사?(소나무) 소나무 2011-05-01 15453 134
1836 1948년의 제주도 정세 지만원 2011-04-30 15207 75
1835 이승만의 건국투쟁 지만원 2011-04-30 14642 121
1834 지미 카터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김피터) 댓글(1) 김피터 2011-04-30 11689 167
1833 1948년의 전국 상황 지만원 2011-04-29 13793 109
1832 제주 한나라당 '부상일'을 견제해야 지만원 2011-04-29 22979 197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