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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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12-24 00:34 조회17,26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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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받은 연말
12월 19일, 급보가 우리를 춤추게 했습니다. 그 한사람의 죽음이 전 세계 사람들을 기쁘게 했습니다. 그는 빈라덴이나 가다피처럼 보기 흉하게 저항하지 않고 스스로 얌전하게 갔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마지막 피를 흘리지 않게 하고 매우 고맙게도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가 사라진 게 아니라 염라대왕님이 멱살을 꼬나들고 달랑 데려 갔습니다. 그로부터 학대받던 북한 주민들이 해방되었습니다. 현재는 희망뿐이지만 아마도 곧 그렇게 실현될 모양입니다.
병신 같은 대통령을 가진 우리는 아무런 역량이 없기에 그저 그를 데려가신 염라대왕님이 고맙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2011년 12월 19일의 국민 마음은 1948년 8월 15일의 마음이었습니다. 1948년 일본에 원자탄을 떨어트려준 미국이 그토록 존경스럽고 고마웠던 것처럼 이번에는 몹쓸 김정일 놈을 체포해 가신 염라대왕님이 그토록 고맙고 성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난 3일 동안 내년 1월호 시국진단 책을 쓰느라 그야말로 옆에 있는 화장실조차 가지 못하고 글을 쓰고 다듬었습니다. 어깨가 짓누르고 눈이 흐렸습니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을 넘길 수 없어 글을 썼습니다. 8시간 동안 쉬는 시간은 단 5분도 없었습니다. 혹사이지요.
하지만 여기에 오시는 모든 분들의 염력으로 저는 아직 건강합니다. 눈도 비교적 밝구요. 하루에 8시간 이상 꼬박 컴퓨터 화면을 보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그게 신이 제게 내려주신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은 과연 제게 이렇게 혹사당하는 축복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내려 주실 수 있을까요? 시국진단 원고를 모두 인쇄소로 넘겼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만큼은 저도 해방입니다.
버스를 탔습니다. 밤 10시가 좀 못된 시각이었습니다.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가 조금 달리면서 눈발이 기운차게 휘날렸습니다. 차창 밖에 내리는 함박눈, 바람이 세게 부는지 눈발이 세차게 휘날렸습니다. 이따금씩 비치는 불빛에 휘날리는 눈송이들은 야성을 띈 화려한 은색꽃잎들이었습니다.
“내가 탄 이 버스가 영원을 향해 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부의 습기가 차창을 덮을 때마다 장갑 낀 손등으로 저었습니다, 밖이 보일 때마다 탄성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오늘의 이 시각이 얼마나 화려한가?” 함박눈 쏟아지는 오늘의 밤 10시는 참으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내려서 일부러 눈을 많이 맞는 길을 걸었습니다. 지하상가에 들려 마주앙 레드와 화이트를 한 병씩 사들고 쏟아지는 눈을 즐기며 일부러 천천히 걸었습니다. 눈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마냥 아름다웠습니다. 누구에라도 말을 걸고 싶은 여유 있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이런 느낌, 이게 마음속의 모든 파일을 지워낸 다음 눈밭처럼 하얗게 전개되는 아름다운 천국이 아닐까요?
지금 쓰는 이 글은 12,000원 짜리 마주앙 화이트가 저를 통해 쏟아낸 담담한 시정일 것입니다. 이 글을 접하시는 모든 분들께 ‘거침없이 그리고 아낌없이 신나게 휘날린 오늘의 함박눈발’이 제게 안겨 준 그 소박한 속삭임 그리고 하얗고 하이한 솜 속에 내재한 그 포근함을 조금씩 나누어드리고자 합니다.
2011.12.24. 0시 30분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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