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에 대한 정부 및 조선일보의 소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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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2-05-03 14:40 조회11,28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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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에 대한 정부 및 조선일보의 소통력
5월 3일 조선일보는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 대통령 보좌 능력 없다”는 제하의 사설을 썼다. 5월 1일,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국회 농수산식품위원회에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를 검역 중단 또는 수입 중단 조치하라"는 의원들의 요구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 짓을 왜 하느냐"고 대답했는데 이 대답이 정부 산하 연구소의 연구원의 대답만도 못하다는 것이다.
사설은 먼저 2008년 광우병 소동은 과학적 근거에 의해 발생한 게 아니라 정부가 타이밍을 맞춰 국민의 불안을 해소해 주어야 했는데 그걸 못해서 근거 없는 괴담이 국민의 머리를 먼저 점령해 버렸기 때문에 빚어진 사태였다고 지적했다. 맞는 지적이다.
사설은 또 이번 미국에서 발생한 광우병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72.5%였고, 검역 강화를 추진해온 정부방침에 동의하는 여론은 19.1%에 불과했다며 지금의 국민은 2008년처럼 촛불과장에 나가지는 않지만 찜찜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런 불안을 제때에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맞는 말이다.
사설은 또 2008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정부가 광고를 통해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서 장관은 그때의 약속은 지킬 필요가 없는 것으로 취급했는데 이런 서 장관 말을 듣고 어느 누가 '그래 당신 말이 옳다'고 고개를 끄덕이겠는가 지적했다. 서 장관은 광우병 보도가 나온 지 35시간이 지나서야 기자회견을 열어 수입 중단 조치를 않겠다는 정부 입장을 설명했는데 이런 수준의 사람이 장관을 해어야 되겠느냐는 질타도 했다. 대체로 맞는 말이다.
조선일보의 자세에도 문제 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데 그 짓을 왜 하느냐"는 서장관의 말은 맞는 말이다. 그리고 서장관이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는 조선일보 사설의 지적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장관이 대답한 결론은 맞는데 잘못된 것은 장관이 내세운 논리다.
“지난 4월 27일 미국 측이 현재까지 파악해 보내온 내용을 검토한 결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 최우선으로 대응하겠다” “OIE(국제수역사무국) 규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장관이 내건 논리다. 국민과 소통해야 하고 대통령에 논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장관의 임무인데 여기까지를 보면 사설의 지적대로 그는 자격이 없어 보인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번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렸다는 127개월짜리 ‘젖소’는 우리가 수입하는 30개월짜리 ‘식용 소’와는 사돈의 팔촌도 안 된다. 이는 마치 TV방송을 하는데 채널9로 송출되는 콘텐츠가 채널6으로 건너 탈 수 없는 이치와도 같은 것이다. 젖소는 젖소이고 식용 소는 어디까지나 식용 소다.
젖소를 127개월까지 키운 사실은 극히 이례적이요 ‘시스템’(Typical 전형적) 밖에 존재하는 예외적 존재다. 이러하기에 미국 사람들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으며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100여개 국가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평소에 미국이라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빨갱이 사상을 가진 사람들이며, 많은 국민이 이들의 말에 솔깃해 하는 이유는 대통령과 장관이 타이밍을 맞춰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다급할 때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문을 내놓고 이제 와서 약속을 뒤집었다는 사설의 지적은 적절한 지적인가? 필자가 보기에는 아니다. 위 광고문에 표현돼 있는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약속은 어디까지나 “‘식용 소’ 시스템 내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으로 해석돼야 할 것이다. 127개월 된 젖소에는 광우병만이 아니라 무슨 병이든 나타날 수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자간을 읽은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은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런 서투른 지적을 통해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을 대거 모셔다가 과학적 논리를 독자들에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을 안심시키는 일을 먼저 해놓고 나서 정부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지적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2012.5.3.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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