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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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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2-05-24 23:32 조회12,3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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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의 보수


멜랑코리에 빠져 있었던 20대에 잔잔한 리듬이 흐르는 로맨스 영화 “마음의 행로”를 보았다. 그 영화는 호슨의 ‘주홍글씨’와 함께 20대 초의 내 인생에 로맨스에 대한 감각과 시적 패러다임을 깊게 심어 주었다.

반면 나에게 남성적인 멋이 무엇인지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각인시켜준 영화가 있었다. 육군 소위 때(1966)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하는 황야의 무법자를 보았다. 인습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스스로 정한 자기 규율과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참으로 부러웠다.

그 후 영화 속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내 인생의 우상(idol)이 되었다. 황야의 무법자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 휘파람 소리는 거칠 게 없다는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최 고수의 총잡이가 내는 소리였다. 자기 기율에 따라 세상을 자유분방하게 살아가는 그에게는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돈만 필요했고, 거금의 돈 뭉치는 불필요했다.

황금으로 집을 짓고 호화롭게 사는 거부보다 더 멋있는 사나이! 그는 최 고수의 총잡이가 될 때까지 각고의 노력과 극기를 쌓았을 것이다. 그는 거금의 돈 뭉치를 손에 쥐고도 그것을 땅에 버리고 석양을 향해 훌훌 떠났다. 그야말로 자유인이었다. 그에게는 빵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 이상의 욕심이 없었다. 그러하기에 자유공간은 무한했다. 그가 누리는 무한의 자유공간, 그것은 그가 노력했기 때문에 확보된 것이었고, 욕심이 없었기에 더 넓었다.

2001년? 영화 타이타닉을 보았다. 더러는 그것이 아름답고 시원한 로맨스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필자에게는 인습과 통념에 사로잡힌 상류사회 처녀의 억압된 영혼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하류계급의 청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해방시켜주는 해방의 영화였다.

바로 이런 자유의 영혼을 가지고 누구로부터도 간섭받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필자가 지향했던 인생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나는 우연히 스틸스버그 감독의 영화 “아미스타드”를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다 보았다. “아미스타드”는 아프리카에 가서 흑인을 잡아다 노예로 파는 스페인 선박 이름이었다. 건강해 보이는 남녀 흑인들을 욕심껏 배에 싣고 돌아가다가 풍랑을 만나 항해시간이 지연되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싣고 가던 노예 일부를 버릴 필요가 있었다. 식량도 부족하고 연료가 떨어져 선박의 중량을 줄여야만 했다. 발목에 쇠사슬을 매어 줄줄이 바다에 쳐 넣었다.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 미 해군 함정이 이 노예 선을 미국으로 나포해갔다. 일단 흑인들을 감옥에 가두어 놓고 스페인 노예 상들을 재판에 회부했다.

이 노예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젊은 변호사가 지혜를 짜냈다. 아프리카에서 왔다지만 지역마다 언어가 달라 잡혀온 노예들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다, 손가락을 펴고 접고 해가면서 하나, 둘, 셋, 넷을 발음하게 한 후, 이를 외워 가지고 시장에 다니면서 하나, 둘, 셋, 넷을 아프리카 말로 소리 지르고 다녔다.

시장을 보러 나왔던 흑인들 중에 이 말을 알아듣는 흑인이 다가왔다. 그가 통역을 했다. 흑인들이 끌려오게 된 전말을 파악했다. 이들의 억울한 처지에 공분을 느낀 젊은 변호사가 법정에서 열변을 토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국회가 열리면 맨 뒷좌석에서 잠을 자는 윌리엄 해리슨 상원의원이 영화 속에 등장했다. 그는 의석에 앉아 잠을 잘 자는 관계로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야유를 받았지만 그는 괘념하지 않고 소신껏 코를 곯았다. 젊은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그 윌리엄 해리슨의 무거운 힘이 절실했다.

청년 노예를 데리고 윌리엄 해리슨 저택을 찾아갔다. 해리슨은 쇠사슬로 묶여진 노예 청년을 풀어 주라 했다. 그를 데려온 경찰은 규정 위반이라며 풀어주기를 거부했다. 해리슨이 즉시 풀어 주라 고함을 쳤다. 쇠사슬이 풀려지는 순간 청년 노예의 눈에서 우정의 불꽃이 튀었다.

해리슨이 법정 변호에 나섰다. 거대한 몸집의 노구를 이끌고 절룩절룩 법정을 왔다 갔다 하며 연설을 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동등하게 태어났다.(all human beings are created equal). 이는 미합중국의 독립정신이며 헌법의 전문입니다. 우리는 이 인권의 대원칙을 존중받기 위해 전쟁을 했습니다. 이 원칙, 우리에게만 중요하고, 저기 저 아프리카 오지에서 죄도 없이 잡혀온 나의 친구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그런 것입니까?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이 한 장의 종이는 대법정 저쪽 벽에 금박이 프레임으로 포장돼 걸린 헌법전문과 똑같은 것입니다. 지금 쇠사슬에 묶여 있는 나의 아프리카 친구를 해방시켜주지 않는다면 저 벽에 걸려있는 금박이 문장도 파기돼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그는 그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를 품위 있는 모습으로 찢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웅장하고 아름다워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그리고 재판장은 노예들을 즉각 해방하라고 명령했다. 평등해질 수 있는 권리란 곧 자유였다. 남이 나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을 용서할 수 없듯이 나 역시 저 흑인의 자유를 박탈 할 수 없다는 것이 평등의 요체였던 것이다.

그 후 그는 미국 제 9대 대통령이 됐다. 이 영화를 보는 나는 “인생을 사는 동안 저런 감동의 모습을 한번만이라도 연기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841년, 지금으로부터 170여 년 전의 일이었다.

신이 부여한 이 평등할 권리,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평등의 권리는 힘을 가진 자들에 의해 하루아침에 간단한 방법으로 박탈당할 수 있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했다, 1865년,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링컨은 정부의 리더십을 이렇게 강조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

필자가 눈물을 가장 많이 흘린 영화는 한국 영화 “동심초”였을 것이다. 남우 김진규와 여우 최은희, 비록 고무신부대, 눈물부대를 위한 영화라고 폄훼 당했지만 나는 그 영화로부터 인생의 단면을 읽는 듯한 감동을 받았고, 그러했기에 그 영화를 명화라고 생각한다.

극히 일부를 예로 들었지만 이런 영화들은 나로 하여금 ‘정신적 귀족’과 ‘멋’을 종교 이상의 ‘이상’으로 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의 이상은 ‘정신적 귀족’이고 나의 종교는 ‘멋’이다.





2012.5.2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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