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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기본: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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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2-05-29 22:56 조회11,40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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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의 기본: 시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라


열 사람에게 특정 코스를 견학시켰다. 돌아와서 각자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본 내용들이 각기 달랐다. 똑같은 것을 보여주었는데 어째서 본 것이 각기 다를까? 각자는 자기의 머리에 있는 것만큼만 본 것이다. 학문적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 분석에 훈련되지 못한 사람은 말귀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 욕심이 있는 사람,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은 사물을 왜곡되게 관찰하고 말과 글을 소화하는 데에도 왜곡과 한계가 따른다.

지난 주, 필자는 과학자 모임에서 과학발전에 관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한다는 로켓트 박사이자 연구소장인 최 모 박사가 40분, 그의 뒤를 이어 내가 40분간 강연을 했다. 과학 현장에 있는 로켓트 박사는 한국의 과학을 매우 낙관했다. 한국 사람들의 두뇌가 좋고 손재주가 좋다는 것이 주요 근거였다.

반면 필자는 단상에 서자마자 한국 과학을 비관한다는 결론을 내고 비관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똑같은 시대를 살면서 과학계의 인사이더는 한국 과학의 낙관론을 폈고. 아웃사이더인 나는 비관론을 편 것이다. 한국과학이 어떻게 생겼는가? 이 역시 보는 사람의 머리에 있는 것만큼만 보이는 것이다.

과학의 발전 역시 역사의 산물이다. 1988년 12월 7일, 고르바초프가 UN에서 불과 253자의 아주 짧은 연설을 했다. “소련은 동구로부터 철수하고 군사력도 획기적으로 감축한다. 미국과 나토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주면 고맙겠고, 그렇지 않다 해도 소련은 군축과 철군을 일방적으로 단행한다”. 바로 이 연설문이 냉전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냉전시대에는 이데올로기가 최고의 가치관이었다. 공산주의 세계에서 민주주의 사상을 가진 사람은 죽음을 당했다. 냉전시대의 과학 역시 스파이 기술, 대량살상 무기, 명중률을 높이는 무기 등을 들어내기 위한 기술이 발달했다. 하지만 냉전 시대 이후에는 최고의 가치관이 [삶의 질]이었다. 따라서 과학 역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IT, BT, 장수 쪽으로 발달했다.

냉전시대에는 사고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제한을 받았지만 냉전 이후에는 사고방식에 가해지던 모든 올가미가 벗겨졌다. 그래서 예전에는 10년 걸리던 변화가 단 하룻만에 변화됐다. 미국에서는 매일 3,000명씩의 방위산업체 종사자들이 해고돼 나갔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50% 이상의 군축을 단행했다. 외부자의 시각에 보이는 과학발전의 이러한 패러다임이 어째서 과학계의 내부자들에게는 보이지 않는가?

한국과학은 어째서 어두운가?

첫째, 과학정책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지적할 수 있다. 과학정책은 어째서 부실한가? 과학계의 리더가 없기 때문이다. 리더는 어떠한 기능적 능력을 가져야 하는가? 하나는 제반 기술(Interdisciplinarity)을 가진 사람들을 통합하여 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경영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복잡한 과학세계를 정책결정자인 상식인들에게 통역할 수 있는 전달력이다. 한국의 과학인들은 과학을 상식인들에게 복잡하게 말한다. 커다란 맥을 잡지 못하고 미시적 시각을 견지하면서 과학의 문제와 비전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둘째 교과서 인프라의 영세성이다. 한국의 과학인들이 쓴 과학서적들이 요령부득으로 쓰여 있다. 초등학교 4학년 과학교과서를 박사가 읽어도 요령부득일 때가 있다. 교과서가 이렇게 쓰여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공부에 취미를 잃고 두려워한다. 총포를 만들고 함정을 만들어 외국에 판매해도 매뉴얼이 요령부득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은 이상하게도 표현능력이 부족하다. 어째서 선진국 과학자들이 쓴 과학 교과서와 참고서들은 그렇게도 이해하기 쉽게, 독학할 수 있도록 쓰여 있을까? 학생들의 두뇌는 좋지만 바로 이러한 한국적 교과서 인프라가 과학 두뇌 개발에 장애요소가 되는 것이다.

셋째, 실험실의 부족이다. 일류 대학의 전자학 교수가 미국 연구소에 취직하여 겪었던 가장 큰 애로는 저항과 커패시터와 인덕턴스를 실물로 구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부호를 가지고는 공부했지만 실물을 가지고 실험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에는 이공계 대학이 80% 이상이지만 한국은 지금 40%에 불과하고 거기에다 그나마 실험설비가 영세하다. 실험실이 있어야 벤처도 있고, 기술소화력이 생긴다. 선진국은 학교 제정 운영 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마음 놓고 기부를 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들은 경영을 투명하게 하지 않기 때문에 기부금을 내지 않는다. 실험실의 영세성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도 연결된다.

넷째, 기업에 과학자에 대한 수요가 없다. 한국기업들은 과학기술자들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인재들만 가지고 선진국 제품을 카피 생산하는 데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과학을 공부해도 취직할 데가 없다. 한국에서는 설계인력이 돈을 벌지 못한다. 그래서 머리 좋은 학생들이 고시공부만 하려한다. 한국에서는 과학자가 천대받는 반면, 입으로 먹고사는 인문계가 큰소리를 치기 때문에 풍토 자체가 과학이 자랄 수 없도록 조성돼 있다.

문제를 보는 시각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를 문제로 구성하는 데에는 패러다임이 있다. 문제를 기술하는 패러다임 중에는 해결책을 유도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있고, 말장난으로 끝나는 패러다임이 있다. 대안을 찾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구별하려면 문제를 기술하는 패러다임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의 안보를 보는 시각 역시 사람마다 시각이 다르다. 우익 인사들 간에도 시각이 다르다. 김동길 교수, 박경석 장군 등과 같이 한국은 절대로 적화통일 될 수 없다는 우익인사들도 있고, 조갑제, 이동복, 필자등과 같이 한국은 얼마든지 적화통일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이를 놓고 누구는 틀리고 누구는 옳다고 할 수 없다. 모두의 의견은 존중돼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공동의 선을 추구하는 삶의 메커니즘이다. 틀린 의견과 소신도 존중되어야 한다. 위험한 것은 좌익이든 우익이든 다양성을 수용하지 않고 폭력과 권력과 비난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거나 탄압하려는 데 있다.

2003. 11. 2. 시스템클럽 구홈페이지에서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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