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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사의 뿌리 - 10.26, 대통령 비서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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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3-03-04 12:29 조회9,4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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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대사의 뿌리, 10.26,대통령 비서실 편 

 

김계원 비서실장의 비상소집에 따라 고관들이 속속 도착했다. 오후 8시 25분부터 8시 40분 사이에 최광수, 고건, 유혁인 등이 나왔고, 이어서 다른 수석비서관들이 줄을 이었다. 8시40분, 최규하 국무총리가 나오자 김계원은 다른 사람들을 부속실로 내보낸 후, 총리에게만 이렇게 말했다.  

오늘 만찬장에서 김재규와 차지철이 싸우다가 김재규가 잘못 쏜 총에 각하가 맞아 서거하셨습니다. 계엄을 선포해야 합니다.  

최규하를 물렁하게 보고 하는 말이었다. 행여 최규하의 입에서 조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봐 미리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며 입막음을 한 것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최규하 총리는 박대통령과 차지철이 함께 김재규의 총에 사살됐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사실을 인지하게 된 것이다. 국무총리는 대통령 유고시에 자동적으로 권한을 대행한다. 그런데도 최규하는 김계원에게 더 이상 아무 것도 캐묻지 않았고, 조사를 시키지도 않았다. 대통령과 경호실장이 중정부장의 총에 사살됐고, 이를 김계원이 알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암시하는가? 김계원과 김재규가 한 통이 되어 새 세상을 열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이를 직감했기에 최규하는 입을 닫은 것이다. 같은 시각인 오후 8시 40분경, 경호실 차장 이재전 중장이 비서실장실로 달려 왔다. 김계원이 달려온 이재전 차장에게 차디찬 음성으로 말했다.  

각하가 유고다. 지구병원에 모셔놓고 오는 길이다. 차지철 실장은 부대를 지휘할 처지가 아니다. 경호실장 직무를 대행하라.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마라. 경거망동 하지 마라. 경호실 병력 출동을 금한다.  

대통령과 차지철이 사고를 당했다면 이재전 경호실차장은 당연히 청와대 경호비상 제1호인 “호랑이1호”를 발령하여 경호실 병력을 사고현장으로 출동시켜 대통령과 차지철의 신원을 확보해야 했다. 이런 입장에 있었던 그가 김계원으로부터 “경거망동하지 말고 병력출동을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것이다. 이는 “나도 관련돼 있으니 너는 더 이상 알려하지 말고 이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명령이었다.  

이재전은 8시 40분, 제22특경대에게 안가접근을 금지시켰고, 이에 따라 안가로 출동하던 태양요원들이 즉시 발길을 돌려 되돌아 왔다. 여기까지의 행위로 인해 김계원은 10월 29일 구속됐고, 12월 20일 계엄보통 군법회의에서 김재규 등과 함께 사형선고를 받았다. 이날 재판장은 사형선고를 일곱 번이나 내렸다. 죄명은 내란목적 살인 및 내란 중요임무 종사 미수죄였다. 그러나 며칠 뒤 김계원의 사형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2년 5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경호실 병력의 출동을 금지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경호실 병력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여 진실을 밝혀내는 것을 방해하고, 범인을 체포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계엄을 선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쿠데타 또는 혁명에서나 생각할 수 있는 초비상조치인 것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이런 김계원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김계원이 쿠데타의 중심축에 서 있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이재전 경호실차장에게 “경호실 병력 출동금지”를 지시한 것은 김계원만 취한 조치가 아니었다. 8시 5분경에 육군 B-2 벙커에 도착한 정승화 역시 거의 같은 시각에 이재전에게 전화를 걸어 경호병력 출동을 금지시킨 것이다. 김계원과 정승화는 서로 공모한 사이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공모라도 한 것처럼 똑 같은 사람에게 똑 같은 지시를 내렸다.  

이것이 육군참모총장 정도를 지낸 사람들의 상황조치 수준이요 일종의 상황처리 공식인 것이다. 정승화(1926년생)는 현역 참모총장이었고, 김계원(1923년생)은 그로부터 10년 전인 1969년경에 육군 참모총장을 지낸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똑같은 사람에게 취한 조치가 똑같다면 이 두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을까? 김재규가 있는 것이다. 그를 보호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오후 9시5분, 구자춘 내부, 김치열 법무가 비서실 직원으로부터 ‘각하가 변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달려와 김계원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다그쳐 물었지만 김계원은 “간신배를 제거한다는 것이 각하가 다치셨다”라고만 말했다. 법무장관이 “차지철이 그 새끼 무엇을 했어”하고 흥분하자 김계원은 “죽었을지 모른다”라고 대답했다.  

여기까지 김계원이 한 발언들을 통해 그 자리에 있었던 국무총리, 장관들 그리고 청와대 수석들은 박대통령과 차지철이 동시에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군가가 대통령과 차지철을 쏘았고, 그 사실을 김계원이 알고 있다는 것까지 안 것이다.  

대통령과 차지철을 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직감적으로 김재규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지철은 이들 누구나 싫어했고, 김계원도 싫어했으며, 특히 김재규와 차지철과는 앙숙관계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일 김계원이 사고에 관련되지 않았다면 김계원은 누구보다 더 큰 음성으로 흥분하며 진상을 밝히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계원은 사고의 공론화를 막고 있었다.  

아마도 그가 던지는 어두운 그림자에서 나오는 무성의 언어는 입에서 나오는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했을 것이다. 대통령과 차지철이 동시에 살해됐다는 사실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엄청난 사건이다. 각료들이라면 김계원에게 자초지종을 캐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매우 기이하게도 이들 중에 이를 채근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 각료들이 침묵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도 김계원이 살해사건에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김계원은 김재규가 요청한 바와 같이 비밀을 지키며, 대통령 시신을 수도병원에 옮겨 사망했음을 확인한 후 비서실장실로 돌아와 계엄선포를 위한 비상국무회의를 준비하고, 국무총리에게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경호실 차장에게는 경호실 병력이 살해현장으로 출동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등 뒷일을 착실하게 수행했다. 이 정도의 뒷일은 김계원이 충분히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김재규는 대통령에게 마지막 실탄을 발사하자마자 대기 중이던 정승화에게로 달려갔을 것이다.

   

2013.3.4.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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