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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어 문드러진 남한이나 제대로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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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4-17 13:24 조회9,0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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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썩어 문드러진 남한이나 제대로 챙겨라

 

69세의 선장이 477명이나 되는 승객을, 가장 크다는 여객선 ‘세월호’에 태우고도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바다를 달리다 침몰했다. 선장과 그 승무원들은 자기들 혼자 살겠다고 배와 승객을 방치한 채 도주했다. 바다 한 가운데도 아니고, 파도마저 조용한데다 육지에서 가까운 지점에서 사고를 당한 것도 이상하지만 사고를 당했을 때 취해야 할 매뉴얼 조차 없어 아깝고 억울한 생명을 60%나 절단냈다. 정부는 사망자 수에 대한 보도마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살아나온 사람들은 시스템에 의해 구출된 것이 아니라 불행 중 다행으로 운이 좋아 살아났다.  

어린 나이에 제대로 마음 놓고 한번 놀아보지도 못하고 차디 찬 뿌연 물에 수장된 학생들과 그 부모들을 향해 지금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말이 있다. “안타깝다”? “미안하다”? “슬픔을 함께 한다”? 이런 말은 배와 수백 명의 승객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도 했다. “앞으로 잘하도록 노력하겠다”? “우째 이런 일이, 뼈를 깍는 아픔을 느낀다”? 이 말은 서해페리호 사고, 삼풍참사, 성수대교, 씨프린스 사고를 연달아 당하고 있을 때 김영삼이 수도 없이 했던 말들이다.  

그 후 국가는 똑같은 종류의 사고를 당하면서도 사회를 발전-진보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은 더 유치한 사고를 내고 있다. 사고를 당했을 때 취해야 하는 조치들이 매뉴얼 화돼있지 않다. 이 나라 국민은 자기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임에 틀림없다. 한마디로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국민인 것이다. 이런 국민이 어쩌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만나 호의호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고는 시스템의 산물이다. 세월호 참극이야말로 순전히 시스템 사고다. 시스템이 없어서 발생한 사고인 것이다. 대통령은 ‘윈칙’이라는 단어를 박근혜의 로고말로 인식될 만큼 강조해왔다. 그 ‘원칙’이라는 단어가 이제까지 우리 사회를 바꾸어 놓았던가? 아니다. 그냥 구두선이었을 뿐이다. 그는 그가 생각하는 ‘원칙’을 시스템으로 심어서 시스템으로 하여금 사회의 안녕과 안전을 보장하도록 가동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오직 말로만 했고, 그 말을 실행하는 국민이 없었다.  

이 시각(4.17. 정오)현재 이미 사망한 9명과 물속에 갇혀 있는 287명의 생명에게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아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고를 언제라도 당할 수 있는 잠재적 국민에 대통령은 지금 말해야 한다. 사고에 대한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대안을 말해야 한다. 도대체 대통령 주변에는 이번 사고가 시스템 사고라는 사실, ISO9000(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 의 부재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인가?  

지금 나는 이 나라 대통령에 가장 필요한, 아니 이 나라 국민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얘기해주고 싶다. 대통령이 배우려고 찾아가야 할 것은 드레스덴이 아니라 ISO의 본산지인 영국이나 이를 전 세계적으로 전파하고 있는 스위스였다,  

북해(North Sea) 주변에 국제항구이자 해안휴양지로 유명한 쩨브뤼헤(Zeebrugge)라는 영국령의 해양도시가 있다. 쩨브뤼헤호로 명명된 유람선이 1987년3월, 사고를 일으켜 18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로서는 국제적인 참변이었다. 쩨브뤼헤(Zeebrugge)호가 손님을 가득 싣고, 수많은 문들 중에 몇 개의 문이 채 잠겨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어느 지점에서 빠른 속도로 커브를 틀다가 잠그지 않았던 문들이 활짝 열렸다. 그 열린 문으로 188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쏠려나갔다.  

영국정부는 누가 범인지를 찾아내려 했지만 딱 부러지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 문단속을 책임진 직원들은 그 날 승객이 원체 많아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다 배가 출발할 때까지 미처 문을 잠그지 못했으며, 그 날은 평소에 비해 승객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선장이 이를 감안하여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고려해 줄 것으로 믿었다고 항변했다. 따라서 정부는 승무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수사의 초점은 선장을 향했다. 하지만 선장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었다. 여객선의 이미지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시출발이며 선장은 정시출발이라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항변했다. 사고로 수많은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지만 국가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었다. 영국 정부는 사고의 원인이 시스템 부재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장과 문단속 요원 간에 의사를 전달하는 통신 기기도 없었고, 출발 전에 체크해야할 업무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영국 정부는 시스템 운동을 전 사회적으로 전개했다. 많은 인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병원, 학교, 수송시설, 기업, 백화점, 호텔 등에 안전이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의 설치를 강요했다. 이것이 바로 영국표준(BS5750)이었고 이는 다시 국제표준인 ISO-9000 시리즈로 채택되어 전 세계 기업들에 강요되었다. 영국에서 출발한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가 1987년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각국의 표준 기구를 회원으로 하는 연합기구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에 기업들을 중심으로 ISO 열기가 확산됐다. 그러나 기업에 이 시스템 바람이 부는 동안 우리정부는 관심조차 없었다. 기업들은 영국정부를 따라 했는데, 진작 국민의 생명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관심 한번 가져 본 일이 없다. 재난본부라는 걸 만들 놓기는 했지만 공무원들만 우글거리는 정부조직으로 무슨 사회 안전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공공사고에 대해서는 사실상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국민은 운명만 믿고, 동물세계의 생존 방법에 따라 확률에 의해 생명을 부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정부에는 사실 세금을 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시스템 황무지이고, 밑 빠진 독이다. 나사가 제대로 조여진 곳이 없고, 썩지 않은 곳이 없으며, 그나마 빨갱이들이 지배하고 있는 아비규환의 사회다. 세월호에 나타난 무질서가 바로 이 대한민국호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이렇게 썩어빠지고 금방이라도 북한으로 넘어갈듯 위태로운 국가를 앞에 놓고, 이 국가가 북한을 흡수통일하고 통일 후에는 선진국으로 달린다? 제발 충고한다. 하루라도 빨리 꿈에서 깨어나기를! 북한 걱정일랑 접어두고 남한의 반쪽이나 제대로 경영할 생각이나 하라고! 통일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현실의 떡’이 절대 아니다. 가장 무능한 정치인, 그것 말고는 다른 생각이 없는 정치꾼이나 부르짖는 단어가 바로 '통일'이라는 단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2014.4.17.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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