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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용은 무엇이고, 국가정체성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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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5-31 11:59 조회22,52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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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실용은 무엇이고, 국가정체성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여 참으로 듣기 거북한 말들을 했다고 한다.


"자칫 천안함 사태로 우리의 중도실용 기조가 흔들리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우리 정부의 중도실용 기조는 변함이 없다. 국제사회에 원칙과 비전을 제시하면서도 국정운영 과정에서 중도실용 정책이 확고하게 유지되도록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분단된 국가상황에서 국가정체성을 더욱 확립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청소년,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도 들여다보고 노력을 기울여 달라"


대부분의 국민은 ‘중도’를 이념의 차원에서 해석해왔다. 좌익도 우익도 아닌 경계인이라는 뜻으로 이해해 왔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비판해왔다. ‘실용’이라는 말은 미국이 말하는 실용(Pragmatism)이 아니라 정권안보 차원에서 실리를 추구하자는 것 정도로 이해해왔다.


이런 와중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고, 국민 대다수는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며 연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5월 24일, 대국민 발표를 통해 대통령도 분명히 이런 국민 편에 섰다. 이로써 대통령은 중도를 포기한 것으로 인식됐다.“대통령이 공연히 중도라는 말을 해서 대북경각심을 희석시켜놓았구나” 하고 내심 후회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중도는 없다”고 선언하지 않아도 5월 24일의 단호한(?) 발표가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한참 북한을 응징하는 프로그램이 실행돼야 할 찰나에 “대통령은 중도실용을 확실하게 추구한다”는 메시지를 국민에 주고 있는 것이다. 온 몸에 맥이 풀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그렇지 않아도 대북심리전을 사실상 무기 연기한다는 일부 보도가 있어 힘이 빠져 있던 차에 이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중도와 국가정체성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말들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설마 이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국민 각자가 알아서 입맛에 맞게 해석하라는 뜻인 모양이다. 우익은 국가정체성이라는 말에 위안을 삼고, 좌익은 중도라는 말에 위안을 삼아 좌우 모두 이명박을 지지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참으로 힘이 빠진다. 소통의 정부, 소통의 대통령에 이렇게 소통능력이 없는 것인가?  


북한에 강경하고 내부의 적을 소탕해야 할 이 마당에, 북한에는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내부의 적들에게는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다음 달 부터는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기 이를 데 없다.


2010.5.3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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