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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의 지혜 - 강신주 (SERI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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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海眼 작성일12-01-15 15:08 조회12,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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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가난의 지혜
강신주 철학박사 조회수: 3945
 

 니체는 자신의 주저'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Also sprach Zarathustra)'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낙타에서 사자로 변해야만 한다고 말이다. 낙타는 수동적인 인간, 따라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을 상징한다., 따라서 자유롭지 못한 인간을 상징한다.


기존의 공동체가 부여한 규범이나 가치를 하나의 숙명이나 본성인 것처럼 등에 지고 살아갈 때, 우리는 낙타에 다름 아닐 것이다.

바로 여기에 우리는 사자가 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누가 감히 사자 등에 올라탈 수 있겠는가? 사자의 등에 타려면 우리는 사자를 죽여야만 할 것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사자의 시신 위에 우리는 걸터앉을 수 있다.


그래서 사자는 부정의 전사이자 동시에 자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니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사자는 최종적으로 어린아이로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어린아이는 삶을 긍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위베먼쉬(Ubermensch), 즉 초인을 상징하는 것이다. 했다.

그렇지만 사자가 되기 위해서 아직도 우리의 등에는 많은 짐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얹혀 있다. 너무나 오랫동안 짐들을 지다 보니, 이제 우리는 그것이 짐인지 아니면 나의 몸의 일부인지 헛갈릴 정도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짐들로는 니체는 국가, 종교, 자본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사자의 정신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삶의 태도를 취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의 부당한 권력에 대해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는 용기'가, 내세를 약속하는 종교의 유혹에 대해서는 '삶을 긍정하는 유쾌함'이, 그리고 최종적으로 끝없는 재산축적을 명령하는 자본에 대해서는 '자발적 가난의 행복'이 필요한 법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이들은 '자발적 가난'이 '행복' 일 수 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다. 이 점에서 가난을 뜻하는 한자, '빈(貧)'이란 글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한다. 이 빈이란 글자는 나눔을 상징하는 '분(分)'이란 글자와 조개 화폐를 상징하는 '패(貝)'라는 글자가 합쳐져서 만들어져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진 재산을 나누어주었기 때문에 도래하는 상태가 바로 가난이라는 것이다. 청빈(淸貧), 즉 맑은 가난이란 말이 나온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바로 여기에 행복의 비밀이 있다. 자신이 애써 수확한 재산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을 때, 우리는 축적의 행복과는 질적으로 다른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더 많은 재산을 가지라고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하는 체제를 말한다. 항상 자본주의는 자본의 양이 자유의 양이라고 사탕 발림하며 우리를 미혹의 길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보며 우리는 무엇인지 모를 부자유와 우울함을 느끼곤 한다. 많은 지혜로운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결국 자본주의 말하는 자유는 소비의 자유, 소비할 때 일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덧없는 자유에 다름 아닌 셈이다.
 

이 점에서 자본주의의 자유는 일종의 마약과 같다. 달콤한 쾌락은 주지만 약효가 떨어지면 우리에게 심한 금단증상을 제공한다는 점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발적인 가난'은 가장 자본주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려는 의지이자, 동시에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라면 자발적 가난은 단순한 결단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기 위한 적극적 방법이라고까지 이야기했을 것이다. 자본주의가 명령하는 것처럼 부를 축적하기만 한다면, 우리는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아이가 계속 음식을 먹는다고 해 보자. 이 아이에게 과잉된 영양분은 몸에 계속 축적될 것이다. 물론 아이는 과잉된 영양분을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덩치도 더 크고 키도 더 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과잉된 영양분을 자신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이상으로 계속 섭취하면 어떻게 될까? 분명 아이의 몸은 터질 듯이 불어 날 것이다. 그리고 몸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서 아이의 뼈대가 그것을 지탱하지 못할 수순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서라도 아이는 자신에게 제공된 음식을 타인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양분의 과잉 섭취뿐만 아니라 부의 과도한 축적이 한 사람의 인격이나 가족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우리는 종종 보아왔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스스로 결단하여 발생한 가난과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가난은 질적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자신이 노력을 하지 않아서 초래된 가난, 혹은 사회의 경기가 좋지 않아서 불가피하게 겪는 가난은 우리에게 불쾌함과 불안을 가져다 준다. 그래서 이런 가난은 우리에게 어떤 행복감도 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스스로 결단한 가난, 즉 자발적 가난은 무엇인가를 가졌을 때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법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옷을 벗어 주었을 때, 혹은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였을 때, 우리는 분명 가난해진 것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것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춥지만 혹은 다리가 아프지만, 우리에게는 옷을 입고 있었을 때보다, 그리고 좌석에 앉아 있을 때보다, 더 크고 뿌듯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렇다. 행복은 두 종류가 있었던 셈이다. 평범한 사람이 알고 있는 유일한 행복은 무엇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되었을 때에 얻게 되는 행복이다. 그렇지만 몇몇 사람들은 다른 종류의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그것은 타인에게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을 자발적으로 주었을 때 기적처럼 찾아오는 행복이다. 된다.


후자의 행복을 맞본 사람은 전자의 행복이 얼마나 초라한 행복인지를 알게 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가난하고 곤궁한 이웃들에게 계속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독거노인들을 위해 가파른 길을 오르며 연탄을 나르는 사람을 보라. 주중에 직장에서 그렇게 고생해놓고서 주말에 봉사활동을 나온 것이다.

"도대체 저 사람은 초인이라도 되는 것인가? 어떻게 주말에 쉬지도 않고 저렇게 일을 하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자선행위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자선행위를 하는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연탄 묻은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을 때 보이는 해맑은 미소는 그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를 웅변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노동과 타인을 위한 노동 사이에는 이런 엄청난 간극이 숨어 있는 법이다. 힘이 들지만 그럴수록 행복이 찾아 드는 기묘한 역설. 이것이 바로 자발적인 가난이 가진 마력이다. '마태복음(The Gospel According to Matthew)'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명언, 즉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도 아마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통찰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유사 이래 동서양의 많은 철인들은 한결같이 '자발적 가난'이 가져다 주는 행복을 통찰하고 있었다. 청빈한 삶을 영위하던 서양의 은둔자들, 노동하지 않으면 먹지도 않겠다고 선언했던 동양의 선사들, 그리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본주의의 폐단을 지적했던 현대의 사상가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위대한 정신들은 직접 노동하며 남에게 나누어주는 삶, 그래서 자발적으로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삶에서 가장 인간적인 행복을 발견했다.

 

혹시 자본이란 마약에 아직도 취해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자발적 가난은 진정한 행복을 약속하는 좋은 처방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먹을 것을 친구에게 나누어주는 어린아이의 미소, 니체가 그렇게도 요구했던 초인의 미소는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던 셈이다.

 

강신주 철학박사
- '상처받지 않을 권리' '철학 VS 철학' '철학 삶을 만나다' 등 저서 다수
- 동아일보 '강신주의 철학으로 세상읽기' 연재 중

인터뷰 제공: samsungblog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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