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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 군의 기형적 지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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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20:03 조회9,7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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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기형적 지휘체계

1996년 판문점 무력시위에 육군참모총장이 나섰다. 전방에 있는 부대들을 방문하여 전투준비태세를 독려했다. 참모총장은 그의 양심에 따라 당연한 직분을 수행했다 하겠지만, 언론은 이를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지적은 옳은 것이었다.현재의 법령에 의하면 이상하게도 군령권이 참모총장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합참의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사례는 지금 우리의 군 지휘체계가 얼마나 희극적인 것인가를 매우 적나라하게 나타내 주고 있다. 첫째, 지금의 한미연합 체제에서는 막상 전쟁이 나도 합참의장은 전쟁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한다. 실질적인 전쟁지휘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수행하기 때문에 합참의장은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전쟁지휘권은 한미 연합사령관인 미군 대장이 갖는다. 그의 휘하에는 세 사람의 한.미 구성군 사령관이 각기 육해공군 지휘를 맡는다. 해군 구성군사령관은 한국해군작전사령관이, 공군 구성군사령관은 미7공군사령관이, 그리고 육군 구성군사령관은 매우 이상하게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인 한국군 4성 장군이 맡는다.

미 7함대 사령관은 미군 3성 장군이고 한국 해군작전사령관도 3성 장군이다. 전투력 면에서 보면 한국해군은 미7함대에 비하면 매우 열세하다. 한국이 원체 자존심을 내세워 주장한 일이긴 하지만 미7함대 사령관을 한국해군 작전사령관이 지휘한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격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미 해군이 작전을 담당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볼 때,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합장의장은 모두 다 곁가지에 불과하다. 군령권이 없는 각군 총장들도 전쟁지휘에 끼어 들 여지가 없지만, 군령권이 주어져 있다는 합참의장도 전쟁지휘에 끼어 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한국군에게는 아무에게도 군령권이 없는 것이다.

둘째, 실질적인 리더십와 지휘권이 일치하지 않는다. 모든 육군 사단장, 군단장, 그리고 군사령관들에게 누가 그들의 실질적인 리더냐고 묻는다면 100%가 육군총장이라고 대답하지 합참의장이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하물며 미군 부대 내에 푹 파 묻혀, 일선 사단장들에게 얼굴한번 나타내지 않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누가 그들의 리더라고 생각하겠는가.

어떻게 해서 이런 연합사 부사령관에게 육군 구성군 사령관직이 위임될 수 있는가. 공군과 해군 지휘관들에게 물어봐도 그들 역시 그들의 총장을 최고의 리더라고 생각한다. 평시에는 얼굴한번 본 적이 없는 낯선 합참의장이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전시에 갑자기 나타나 나를 따르라고 한다면 누가 그들을 따를까.

셋째, 군사력계획을 주도하는 사령탑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율곡사업이 업체의 잔칫 돈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것이다. 군령권이 없는 육군 총장이 어떻게 군사력 소요를 낼 수 있는가. 합참이라는 기구는 덩치만 컸지 과 단위로 분해돼 있어서 아무리 봐도 군령권을 수행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작전과라 해봐야 육군 과장 밑에 각 군에서 파견된 중령급 장교가 연락장교 역할밖에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합참의 어디를 봐도 종합적인 전략목표를 세우고 육해공군의 전력수단을 종합적으로 계획할 수 있을 만큼 분석력을 가진 기구는 없다.

결국 군령권이 없는 각군 총장이 나눠먹기 식으로 율곡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사업들은 비싸기만 할 뿐 북한의 서울불바다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사업은 하나도 없다.

판문점 위기상황에서 전방에 나타난 사람은 육군 총장이었지 합참의장이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 아니었다. 일선 사령관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리더로 인정받는 사람은 각군 총장들이지 합참의장이나 연합사 부사령관이 아니기 때문에 총장이 나선 것이다. 육군총장 역시 그가 실질적으로 육군의 리더라고 생각하며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일선 장병들을 독려한 것이다. 사실과 규정이 정반대인 것은 유사시의 지휘권 공백을 의미한다. 이는 우리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국방예산이 목표 없이 낭비되고, 전쟁이 나면 한국군을 지휘할 수 있는 사령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승패는 리더십이 좌우한다. 군은 지금 리더십으로 전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탁상행정으로 전쟁을 수행하려 하고 있다. 이런 이상한 지휘체계를 가지고 무슨 군사력을 건설하며 무슨 전쟁을 수행하려 하는가.

한국군은 언제나 미국의 겉만 흉내내 왔다. 미군이 군복을 바꾸면 우리도 똑같은 군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미군이 세계 최강의 군이 되게 하는 데 필요했던 제반 시스템은 조금도 흉내내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합참의장이 군령권을 가지고 있다. 각군 장관과 총장들은 군정권만을 갖는다.

태평양 사령관은 비록 해군 제독이지만 태평양 지역에 배치돼 있는 육해공군 부대를 총지휘한다. 육해공군 별로 별도의 상황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상황실을 가지고 있다. 나토 유럽 사령관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그들은 매트릭스 조직이라고 말한다. 고정적인 편제기구에 의해 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육해공군 부대를 융통성 있게 편조해서 군을 지역단위로 운용한다. 이 모든 방면군 사령관들은 합참의장으로부터 작전통제를 받는다. 이런 경우에는 합참의장의 군령권이 의미를 갖는다.

우리도 합참의장 체제를 살리려면 지역 사령관제를 택해야 한다. 예를 들면, 동부지역 사령관이 동부지역에 배치된 육해공군 부대를 총지휘하는 식의 용병개념을 구사할 때에는 합참의장의 군령권이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지금의 모든 부대들은 각 기의 총장 밑에 있다. 합참의장이 무슨 전문능력과 재주로 총장들을 제치고 그가 잘 알지도 못하는 프로의 셰계에서 그 많은 함대사령관과, 공군 작전사령관, 그리고 육군의 수많은 야전 사령관들을 동시에 지휘한단 말인가. 미국의 흉내를 내려면 제대로 내야 할 것이다.

만일 합참기구 전체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매우 놀랍게도 지금으로서는 합참 기구가 없는 것이 훨씬 전쟁수행에 도움이 된다. 합참 기구가 없어지면 방위력 증강에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 이제까지 합참은 전문능력도 없으면서 중간에 끼어들어 전력화 시기만 지연시켰다. 전쟁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기구는 합참뿐만이 아니다. 군사령부나 군단사령부, 이 두 가지 기구중의 하나는 걸림돌이다.


2001. 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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