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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경영 | 금보다 더 귀한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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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23 조회9,1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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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동쪽과 서쪽에 신발가게가 하나씩 있었다. 하루에 평균 열 켤레씩 팔렸다. 분산돼 있던 신발가게를 한 곳에 모았더니 하루에 백 켤레씩 팔렸다. 흩어져 있던 것을 단지 한 군데 모았을 뿐인데 열 배의 효과가 난 것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을 경영학에서는 시너지 효과(synergy effect)라고 부른다. "시너지"란 "시스템 에너지"의 준말이다. 떨어져 있는 두 개의 가게는 낱개 가게의 합에 불과했지만 한 곳에 모여 있는 두 개의 가게는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됐다. 이 시장이 시스템 에너지를 창조해낸 것이다. 이처럼 시스템 효과는 "더하기"효과가 아니라 "곱하기" 효과인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미국에서는 많은 백화점들이 쇼핑센터에 옹기종기 몰려있다. 먹자골목에 들어 있는 음식점들이 더 잘된다. 을지로-충무로 지역에 인쇄 관련 업체들이 벌집처럼 모여 있다. 어선을 만드는 지역에 어구 업체들이 몰려 있다. 자동차 조립업체가 있는 곳에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모두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사례들이다.


개별 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 업체군(群)을 형성하는 것은 본능적인 현상이다. 본능에 의해 떼를 짓고, 떼를 지으면 시너지는 자연히 발생한다. 떼를 지음으로써 나타나는 에너지는 각 업체의 노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모임" 자체가 내는 힘이다. 모임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해서 개별 기업이 시너지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기업군 내에서도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기업은 밀려나게 되어 있다.


경영이란 무엇인가. 시너지를 내는 기술이다. 수많은 타인의 능력을 이용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기술인 것이다. 수많은 타인들이 모인 집합체로 하여금 어떠한 에너지를 발산케 하느냐는 전적으로 시스템에 달려있다. 조직에 시스템이 허약하면 더하기 효과도 발휘화지 못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힘들은 조직 속에서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치는 과정에서 대부분 소실돼 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자가 가장 먼저 가꾸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시스템이다. 시스템은 목수의 연장과 같아서 사용자의 역량만큼만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무리 역량이 훌륭한 목수라도 도구가 없으면 집을 짓지 못한다. 그래서 목수는 끝없이 훌륭한 연장을 개발해야 한다.


일본의 제품과 서비스의 품질은 세계 정상급에 속한다. 가장 두드러진 이유는 남들이 흉내 내기 어려운 일본식 토의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가는 토의시스템이 앞서가는 생산시스템을 개발해온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1차로는 미국을 모방하고(copy the west) 2차로는 미국을 따라잡자(catch up with the west)는 일본인들의 끈질긴 목표가 있었다. 일본이 품질관리 이론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미국보다 25년 뒤늦게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는 거꾸로 미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우고 있다. 이론은 미국이 먼저 개발하지만 그 이론을 가지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는 일본이 미국을 앞서왔던 것이다. 일본 품질시스템이 미국에 앞선 이유는 일본의 토의시스템이 미국보다 앞서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작업시스템의 창시자는 미국의 F.W.Taylor(1856-1915)다. 테일러 생산방법은 미국에서는 물론 유럽과 소련에서도 바이블로 여겨졌다. 소수의 과학기술자가 작업절차를 개발해서 이를 표준화시키면 근로자는 오직 그 표준화된 작업절차만 반복하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100여 년 전에는 미국에서도 한 개의 업체가 고용할 수 있는 과학 기술자의 수가 많지 못했다. 근로자의 학업 수준은 잘해야 초등학교 졸업 수준이었다. 그때에는 생활 물자가 원체 딸리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누구든 물건만 만들어 내면 모두 팔렸다. 생활이 궁핍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당시의 경영전략은 대량생산체제로 생활물자를 값싸게 공급하는 것이었다. 대량생산체제에 의한 원가절감 노력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라는 개념을 유행시켰다. 학력수준이 낮았던 당시의 근로자들을 가지고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테일러 방법이 최고였다. 


이는 마치 제2차세계대전시 아프리카 전투에서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이 사용했던 용병개념과 같은 것이었다. 훈련수준이 낮은 대규모 병력을 가지고 잘 훈련된 롬멜 장군의 병사들을 물리치는 방법은 병사들의 전투행동을 표준화하는 것이었다. 그의 병사들은 기껏해야 정해주는 참호 속에 몸을 숨기고 정해주는 방향으로 무턱대고 총만 쏘아댈 수 있었다. 그 이외의 행동을 이들에게 요구하면 오히려 자체 혼란만 야기할 뿐이었다. 몇 사람의 유능한 참모가 각 병사들의 위치와 사격 방향을 설계했다. 그리고 병사들은 사격 명령에 따라 무조건 일러 준 대로만 사격했다. 산업 전선에서 테일러가 창안한 경영방식과 군사작전에서 몽고메리 장군이 창안한 용병방식은 조금도 다른 것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은 같은 문제를 놓고도 각기 다른 해답을 이끌어 낸다. 그러나 응용능력과 지혜가 뛰어난 사람들은 각기 다른 문제를 놓고도 같은 해답을 이끌어 낸다. 기업을 경영하든 군사를 경영하든 뛰어난 사람은 언제나 시스템적 접근을 하는 것이다.


테일러 시스템과 몽고메리 시스템은 대량생산 시대에 가장 어울리는 천재적인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면서 세상은 다품종 소량 생산시스템 시대로 바뀌었다. 여기에서부터는 일본이 미국을 앞섰다. 미국이 일본에 뒤떨어진 것은 과학적 경영관리의 조상이라고 불리던 테일러의 생산방법에 너무 오랫동안 중독된 나머지 시대의 변화에 일본만큼 재빨리 적응하지 못한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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