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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한국호의 침몰 - 이대로 가면 진짜 망한다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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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7:43 조회9,42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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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의 침몰 - 이대로 가면 진짜 망한다 (요약)

한국호의 침몰 - 이대로 가면 진짜 망한다 / 지만원


경제개혁

한국의 교육은 창의력을 기르는 교육도 아니고 실험실에 익숙한 교육도 아니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기가 선진국보다 매우 어렵다.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도 품질을 평가해 주는 공신력 있는 시스템이 없어 믿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하기는 더욱 어렵다. 기업의 핵심은 경영이다. 지난 IMF 사태 이전 우리는 참으로 돈을 잘 썼다. 외화를 흥청망청 쓰는 모습을 보고 경제가 잘 굴러간다고 생각한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또 다시 흥청망청 돈을 쓰고 있다. 그 돈은 바로 한판승부에 돈을 걸었던 주식 투자자가 날려 버린 판돈과 정부가 자손에게 떠넘기면서 만들어 낸 빚이다.

현재 우리가 진 빚은 450조를 훨씬 넘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채와 공적자금을 털어 넣을 수밖에 없다. IMF 사태는 외환위기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기업과 금융기관, 정부가 경쟁력을 상실한 데서 온 위기였다. 금융기관은 해마다 적자경영을 한데다 천문학적인 돈을 기업체에게 떼였다. 1999년만 해도 은행은 13조원의 적자를 보았고 떼인 돈은 계산조차 안되고 있다. 돈이 거덜난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내주지 못하게 됐다. 재경부가 64조원이라는 맹물통장을 만들어 금융기관에 채워 주었다.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기관이 다시 갚을 수 있다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 금융기관의 경영능력으로 보아 매년 공적자금을 더 마셔댈 것이다.

지금까지 부실해진 금융기관과 기업에 털어 부은 국민세금은 250조 이상이다. 이러한 자기자본 규모는 30대 재벌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큰 것이다. 중앙정부가 경영하는 108개 공기업, 지방정부가 경영하는 297개 공기업의 빚을 합치면 200조 이상의 또 다른 빚이 있다. 정부가 국민 개개인에게 지운 빚은 430만원이고, 공기업의 빚까지 포함하면 1,000만원이 된다. 4인 가족이 4,000만원의 빚을 떠 안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현재 개혁이라는 것은 경영능력이나 구조는 개선하지 않고 100조의 빚을 얻고 거기에 또 다른 100조에 가까운 맹물을 타서 부실한 곳에 쏟아 붓는 과정이다. IMF 사태의 범인은 불량한 경제시스템의 산물이다. 시스템을 고치지 않는 한 모든 개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개혁은 불만스러운 현재의 모습을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개혁의 비젼을 제시하려면 현재의 모습과 미래의 모습, 그리고 현재에서 미래로 옮겨가는 구체적인 방법 즉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개혁의 방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첫째, 시장 경제 시스템을 선진국형으로 만들고 둘째, 모든 경영체의 경영능력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 두 가지가 발전하지 않는 한 기업, 농어촌, 정부, 금융기관 모두 빚을 키워 갈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현정부는 모든 기업이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 경영능력을 키울 수밖에 없도록시스템을 짜주고, 국가 경쟁력을 기르는 범 국민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모든 경영주체의 경영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은 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김으로서 그들의 부실만 키우고 있다. 정부에게서 돈을 지원 받은 은행과 기업은 공짜에 맛들여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정부와 기업이 하나가 되어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하려면 정부 스스로가 모범을 보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 곳곳에서 제갈 공명을 등용해야 한다. 이들이 기업을 지도해 주는 식으로 개혁 리더십을 발휘하면 기업은 스스로 장래를 결정할 것이며 설사 기업을 해외에 판다 해도 더 좋은 값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실상

1960년대 초만 해도 한국엔 일자리가 없었다. 공장이라고는 겨우 제분, 제당, 제약회사 같은 것뿐이었고 기계공업은 아예 없었다. 사회 전체가 무력감으로 가득 차 서로 엽전이라고 불렀다. 이때 박정희(오카모도)는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청구권 자금이라도 끌어와 기능학교들을 세워 기능공을 대량으로 길러낸 후 한국에 값싸고 질 좋은 기능공이 많으니 한국에 들어와 공장을 지어달라고 외국에 호소했다. 한국의 일자리는 이렇게 해서 갑자기 늘어났다. 이어서 정부는 대규모 공단을 지어 기업인을 입주시키고, 이 기업에게 일본에서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수많은 제품의 기술도면을 얻어다 주었다. 생활 필수품마저 부족했던 당시엔 물건이 없어서 못 팔았다. 공장을 가진 기업은 땅 집고 헤엄치듯이 돈을 긁어모았다. 그후 정부는 빠듯한 나라 살림에서도 미래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을 키우기 위하여 과학단지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박정희가 일본의 전문가에게 배워들인 방법이었다. 그래서 일본의 경제 식민지란 형태를 갖추었지만 일자리가 있어 먹고 살수는 있었다.

지금 한국엔 설계인력이 없다. 설계인력은 박정희 이후의 대통령들이 키워야 했다. 과학자, 기술자, 설계 인력이 없는 우리 나라에 어떻게 부가가치가 생길 수 있으며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설계인력을 키우는 일은 현정부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한국에선 국가 자원의 75% 이상을 정부가 쓰고있다. 정부가 인수한 금융기관과 대기업을 포함하면 90%의 돈을 정부가 쓰고있다. 그래서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설계 인력을 키우는 일이다. 정부가 하는 모든 사업에 시스템 설계를 의무화하고 돈을 들이면 설계인력이 양성된다. 외국 선진 설계업체에게 설계를 맡기고 한국의 젊은 공학도를 고용하게 해야한다. 그러면 설계를 해야 대우받는다는 정서가 일시에 확산될 것이다. 머리좋은 학생이 설계에 몰려들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머리 좋은 학생을 과학기술과 설계 분야로 보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과학적인 방법이다.

한국시장이 선진국 시장만큼 생산적이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신용 시스템의 낙후성이다. 한국에서는 신용을 전적으로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한다. 선진국에서는 시스템에 의해 강요된다. 선진국에서 개인이나 기업이 신용을 지키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법 집행 시스템에 의해 파산하기 때문이다. 1998년 한해에 자영업자 50%가 사업을 포기했다. 환전이 불가능한 어음쪽지, 끈질기게 질질 끌다가 떼어먹는 외상 매출로 포기한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어음제도와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이 부자가 되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허술한 법 체계가 있어 지금처럼 대금 결제 기율이 엉망이면 점점 더 많은 국민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의 돈을 떼어먹으면서 사업을 하겠다는 업체는 철저히 도태시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남의 돈을 떼어먹고는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없다. 일단 블랙 리스트에 오르면 폐인이나 다름없이 살아가야 한다. 취직조차 안 된다. 한국에서는 어떠한가? 남의 돈을 갚지 않고도 부자가 되고 떳떳이 지낼 수 있다. 어찌 모든 사람이 제날짜에 척척 갚으려 하겠는가?

사회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진 거대한 시스템이다. 거대한 사회가 내는 힘도 그 사회를 움직이는 운용 소프트웨어의 질이 좌우한다. 컴퓨터에 운용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깔려 있어야 하듯이 우리 사회도 그런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깔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도로, 항만, 건물, 인적 자산 등 눈에 보이는 자산만 많이 널려 있을 뿐 이들을 논리적으로 운용하는 소프트웨어는 깔려 있지 않다. 우리에겐 시장이라는 하드웨어는 있어도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는 없다.

과학경영이 생활화된 외국기업과 방만한 경영에 찌든 한국 기업이 WTO라는 링 위에서 싸우면서부터 한국 기업이 속속 패하고 있다. 비전을 잃은 기업주는 은행돈을 떼어먹고 외화를 밀 반출하여 노후를 외국에서 보내려고 한다. 모든 기업은 도덕적 해이에 깊이 빠져 은행에서 더 많은 돈을 빌려 가려고만 한다. 더러는 그 돈으로 월급과 퇴직금을 올리고, 더러는 비자금으로 빼내 달러로 바꿔 외국으로 빼돌린다. 이들이 은행에서 진 빚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 안고 있는 것이다.

수출

지금 한국의 수출품목은 몇몇 품목밖에 없다. 한국경제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불과 몇 개의 기둥으로 지탱하고 있다. 이 기둥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무너진다. 그러나 자세히 보자. 반도체 산업은 속 빈 강정이다. 많은 경제 전문가가 21세기에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을 정보, 통신, 소프트웨어에서 찾는다. 그러나 응용능력이 없는 우리나라 교육 수준으로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을 양성하기 어렵다.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들기에는 교육수준과 인프라 모두가 함량미달이다. 한국의 반도체 업체가 수학적 응용능력을 필수로 하는 비 메모리 응용 소프트웨어 반도체 상품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요원한 바람일 뿐이다. 우리가 지금 자랑하고 있는 CDMA 휴대폰 전화기도 껍데기 산업의 상징이다. 배터리, 안테나 잭, 키 버튼까지 수입한다. 국산화 율은 25% 수준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핵심기술인 엔진과 트랜스미션은 아예 통째로 수입하거나 100% 부품을 수입해 와 조립만 한다. 대우의 레간자는 호주 홀덴사에서 직수입한 엔진을 달았고, 쌍용의 체어맨과 이스타냐도 독일 벤츠사에서 직수입한 엔진과 트랜스미션을 달고 다닌다. 자동차 하청 부품업체라 해봐야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중간 납품만 할뿐이다. 대기업과 친족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납품 권부터 따놓고 그 때부터 외국 부품을 들여와 마진을 남기고 납품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그래서 답답하다. 석유화학업종을 보자. 유화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잉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그런데도 현대, 삼성, SK, 대림, 한화, 대한유화 들이 저마다 우르르 뛰어들어 유화제품의 가격을 폭락시키고 10조가 넘는 빚을 졌다.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마지막 버팀목들이 이렇듯 허망하다. 수출고라는 것은 골다공증이고, 한낱 숫자 놀음이다. 기울어져 가는 한국호의 실상이 시스템 학자나 과학기술자에겐 훤히 보이는데 어째서 정부와 일부 경제학자에겐 보이지 않는가?

WTO 체제에서 호황은 경쟁력에 의해서만 올 수 있다. 정부, 기업, 농어촌이 다같이 국제 경쟁력을 갖도록 경영능력을 길러야만 호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많은 국가는 영원히 호황이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영원히 불황일 수밖에 없다. 이것이 WTO 이후를 지배하는 호황과 불황의 원칙이다. 그래서 미국은 지난 11년간 계속 호황이고 일본은 27년간 호황을 누린다. 최근 일본 경제가 어렵다거나 미국경제가 어렵다거나 하는 것은 찻잔 속의 작은 변화일 뿐, 찻잔 자체가 바다 밑으로 꺼져 가는 한국 경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한경쟁 시대에서는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경쟁력이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

기업

우리나라에는 3가지 기업이 있다. 첫째는 문을 닫아야 할 때 조용히 닫고 사라지는 기업이다. 이러한 기업은 종업원을 실직자로 만든다. 이들은 1998년 IMF 고금리를 맞아 이미 도산해 버렸다. 둘째는 쓰러지기 전에 욕심 껏 빚을 지고, 그 빚을 은행에 전가한 기업이다. 한보, 청구, 진로, 동아, 해태, 삼미, 대우 등 최근 수년간 쓰러진 대기업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기업의 총수는 회사를 이용해 은행돈을 빌려 개인금고로 빼내갔다. 근로자가 번 돈도 빼내 갔다. 그리고 기업을 부실로 만들어 국민에게 던져 버리고 사라졌다. 빚은 정부가 갚아 주었고, 정부가 갚아 준 돈은 결국 국민이 부담하게 되었다.

세 번째 기업은 갈 때까지 가 보자는 식으로 빚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기업이다. 지금 살아있는 기업의 대부분, 특히 대기업의 대부분이 그렇다. 5대 대기업의 빚만 해도 200조라고 하나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다. 빚을 쌓고 있는 기업주의 배짱은 뻔하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국민 돈을 우려먹자는 것이다. 수단 좋은 기업주는 은행돈을 빼내다가 감추고 해외로 도피시키고 도산할 것이다. 이렇게 누적되는 1,000조 이상의 빚은 결국 선량하고 근면한 국민이 대대로 떠 안을 것이다. 대우의 빚이 95조로까지 누적될 수 있었던 것은 은행과 정부와 기업이, 국민이 저축한 돈을 서로 나눠먹은 결과다.

또 405개 공기업이 해마다 빚을 수십 조 단위로 쌓아 올리고 있다. 은행 소유가 된 또 다른 400여 기업도 해마다 수십 조 단위의 빚을 누적하고 있다. 이들이 돈을 벌어 빚을 갚을 날은 사실상 없다. 경영실적이 유치한데다 관치 인사와 관치 경영이 판을 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진 빚도 1,000조를 넘는다. 정부가 하는 사업이 거의 다 부실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빚이 누적되고 예산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나라 대부분의 언론사, 대기업, 800여 국유 기업, 정부, 농어촌 모두가 해마다 빚을 누적시키고 있지만 갚을 날은 없다. 결국 그 빚은 어느 날 공적자금으로 메울 것이다. 공적자금 그것은 보약이 아니라 독약이다. 물밀 듯 들어오는 외국기업에 한국 기업은 제품개발, 품질, 가격, 마케팅, 경영능력 모두에서 턱없이 밀리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2년 이상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뿌린 250조 규모의 공적자금 즉, 대팻밥이 탄 효과였다. 그 대팻밥이 소비를 유발시켰고 공장을 돌려주었으며 묻지마 식 주식투자 붐을 조성하여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주었다. 그래서 비록 부실기업이라 해도 한시적이나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이 돈들은 더욱 가진 자들에게만 모여 또다시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다. 사회에 해악적인 불로소득 자 들은 그들의 여인네를 일주일만 감시하면 뻔히 소득 원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것을 하지 않는다.

기업의 부패는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창의력을 파괴한다. 기업의 가장 큰 부패는 기업주의 비자금 부패다. 기업의 부패를 예방하고 감시할 권리는 국민에게 있지만 국민에겐 전문화된 조직이 없으니 국민의 수임을 받은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에게는 전문능력이 없을 뿐아니라 스스로 부패를 선도해 왔다. 시스템은 성악설 즉 자원을 다루는 모든 사원이 최고의 지능을 지닌 도둑일 수 있다는 가정하에 설계해야 하고, 리더십은 성선설에 따라 매우 인격적으로 행사해야 한다.

기업의 신용은 공인회계사의 신뢰성에서 출발한다. 공인회계의 신뢰성이 타락하면 미국의 시장 경제라 해도 즉시 무너진다. 그런데 한국 기업이 내놓은 재무제표 자료는 전혀 믿을 수 없게 조작돼 있다. '회장님 올해 당기 순이익은 얼마로 할까요?' 기업의 회계 책임자는 연말을 앞두고 최고 경영자와 독대하여 재무제표에 반영할 당기 순이익을 통보받는다. 회장의 재가를 받으면 연말 재고와 비용 등을 맞추어 외부 발표용 당기 순이익을 조작해 낸다. 연말 정산을 곧이곧대로 하면 당기 순손실이 부각되고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금융기관의 대출이 차단되고 주가가 형편없이 추락한다. 그래서 한국적 상황에서는 회계 조작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믿고 있다.

한국의 모든 기업이 재무제표를 가짜로 만들어 내고 있고, 국가에서는 조작을 예방하는 시스템이 없다. 30대 그룹은 전두환에게 2,500억 원, 노태우에게 3,000억 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기업의 재무제표에는 흔적이 전혀 없다. 가짜 재무제표는 기업을 위해서나 투자자, 채권자,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시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재무제표 항목에 관한 한, 기업비밀이란 있을 수 없다. 기업은 완전공개원칙에 따라 공인회계사에게 모든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 만일 이에 저항하는 기업이 있으면 공인 회계 법인체에게서 감사불가 판정을 받게 된다. 그런 기업은 그날로 끝장이다.

한국에서는 법이 너무 멀리있다. 지금처럼 작은 사건이나 큰 사건이나 똑같은 절차를 밟게하고 변호사를 고용하게 하면 돈 없고 바쁜 약자의 인권은 언제 보호하겠는가? 한국의 재판 시스템을 미국처럼 국민을 위한 시스템으로 바꿔야한다. 특히 소액재판 제는 하루라도 빨리 가동해야한다. 단지 물건의 품질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남의 돈을 갚지 않는 것 등 모든 종류의 소액 분쟁에 대해 법원이 즉시 나타나 해결해 줘야한다.

재벌

한국 재벌은 덩치만 컸지 마음은 구멍가게 수준이다. 이러한 전근대적인 자세는 서양식 개념으로는 생각할 수도 없는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 재벌의 문제는 크게 3가지이다. 도덕적 해이의 문제와 경영 시스템상의 문제 그리고 국제 경쟁력상의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기업활동을 과학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치로 한다. 남의 돈을 떼어먹지 않고, 환경비용을 꼬박꼬박 부담하며, 세금을 정직하게 내면 절대로 살아 남을 수 없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너무 많아서 공무원과 결탁하지 않을 수 없다. 결탁능력이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것이다. 이렇게 정경유착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으므로 과학 경영이 필요 없었다. 은행돈은 많이 빌릴수록 이익이고 일단 빌리면 어떻게 쓰든 은행이 간섭하지 않으니 은행돈을 공기나 물 같이 썼다. 이 때문에 과학경영에 대한 동기가 차단되고, 도덕적 해이가 증폭되고, 재벌 총수의 직관 경영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만일 선진국 기업도 은행돈을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고, 주먹구구식으로 기업을 경영해도 정부의 도움으로 살아 남을 수 있고, 망하더라도 별로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과학적인 경영의 길을 걷지 않고 도덕적 해이에 중독 됐을 것이다.

재벌이 경영진을 선발하는 기준은 경영능력이 아니라 총수에게 얼마나 충성하고 비밀을 지키느냐 이었다. 한국에서는 문제가 노출되면 해당 간부가 불이익을 받는다. 그래서 기업도, 정부도, 군대도 문제를 은닉하기에 바쁘다. 또한 금전적인 결과만으로 상주고 처벌하는 한국 기업 문화권에서는 간부가 소신을 기를 수가 없다. 눈치꾼 만 양산한다.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비밀 유지였던 것이다. 가짜 재무제표를 만들고 주가를 높이는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한국의 거의 모든 재벌은 대우 그룹과 똑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신제품 연구개발 노력은 생략하고, 돈만 많이 빌려 장치 산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서 부가가치가 낮은 껍데기 산업을 독점해 왔다.

재벌총수는 무슨 근거로 황제식 경영을 해올 수 있었을까? 허술하기 짝이 없는 시스템 때문이다. 시스템이 허술하니 불과 2-5%의 지분으로도 수십 수백 계열사에게 호령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에 1인 총수제는 없어져야 한다. 주인은 여러 사람이어야 한다. 기업을 지키는 것은 총수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총수의 도둑질을 막아야 한다. 남의 제품을 복사해서 비싼 가격으로 팔아치우고 은행돈을 떼어먹고 재산을 자식에게 편법으로 물려주는 한국의 재벌은 왜 이렇게 초라한가?

선진 기업의 경영진은 과학 경영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경영능력은 한국 경영진의 경영능력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그런 그들도 모든 의사결정과 시스템 개선을 프로 분석 팀에 의존한다. 선진국에서는 어제의 문제가 학습의 원천이다. 어제의 문제는 오늘의 지혜요 교훈이다. 그래서 그들은 문제를 발굴해 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진국 국민은 왜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분석한다. 교훈을 추출해 내고, 다시는 유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실사구시적 대책을 마련한다. 선진 기업에서는 수리공학으로 무장한 분석팀이 시스템을 설계하고 정책을 만들고 의사결정을 한다. 한국에는 이런 분석팀이 없다. 한국 기업이 선진 기업으로 바뀌려면 재벌 총수의 독단적 의사결정과 황제 식 명령체계부터 처단해야한다. 기업경영을 100% 공개하고, 의사 결정을 과학적 분석 팀에 의존하며, 토의를 생활화하는 등 창의력을 유발하는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한국경제가 몰락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고품질의 경영인과 수리공학을 위주로 하는 프로 수준의 분석 팀을 양성하지 못한데 있다. 재벌 총수의 직관을 대신할 수 있는 수리공학적 분석팀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선도해 갈 때 비로소 과학경영의 궤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재벌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잃고 있는 지금, 기업의 운명을 정치세력에 의존하는 것은 스스로의 운명을 재촉하는 길이다. 이제는 아무리 막강한 정치 세력이라도 경쟁력 상실로 몰락하는 재벌은 구해 줄 수 없다.

금융

한국의 은행은 정부에게는 금고요, 고객에게는 담보를 잡고 돈을 대출해 주는 전당포이다. 한국의 금융기관은 생성단계부터 지금까지 관치로 일관해 왔다. 조직, 인사, 업무 등 모든 분야에서 철저하게 위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따르는 피동적인 관습에 젖어 왔다. 조직을 현대화하고, 업무를 개발하고, 가장 훌륭한 금융인을 영입하는 등 금융기관 자체의 경영능력을 자주적으로 키우는 문화는 처음부터 없었다. 대기업에게는 대마불사라는 신화만 믿고 얼마든지 돈을 대출해 주었고, 중소기업에게는 대출 액의 2-5배 이상의 담보물을 받아야만 대출해 주었다.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은행이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보다 더 큰 문제는 돈을 자꾸만 떼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년 간 추가적으로 떼인 돈은 계산조차 안 되고 있다. 그동안 대출기업의 신용과 위험을 평가하고 위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금융기관 본연의 능력을 향상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대출 커미션, 꺾기, 시설자금 대출시 공시 가를 부풀려 대출해 주고 더 큰 리베이트 챙기기 등 음산하고 비생산적인 관행이 더욱 늘어났다. 이러한 원인은 첫째, 은행간부의 보신주의이고, 둘째는 감독 당국의 강화된 처벌을 빌미로 삼아 뒷거래 액수를 높이려 하는 간부의 도덕적 해이이다.

금융기관이 살길은 우선 지점을 차별화해야 한다. 대출, 대부 업무만을 다루는 대출 전문 지점과 소매금융만을 관장하는 일반 소매 지점으로 분리해야 한다. 즉, 소매금융, 기업금융, 국제금융으로 지점을 특화하고 전문화해야 한다.

정부

절약의 규모 면에서나 파급효과 면에서 공공 개혁이야말로 개혁 1순위여야 한다. 공무원이 퇴직 후에 가는 일자리가 50만이나 된다. 국민에게 과도한 준조세를 걷어 가고 국민시간을 축내는 왜곡된 일자리이다. 현 정부는 비전과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능력이 없고, 시너지효과를 내지 못한 채 제각각 움직임으로서 중복과 낭비를 유발하며, 각종 인허가를 위한 규제를 만들어 기업의 발목을 잡거나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

청와대에 그대로 놓아둘 것은 의전실과 경호실 뿐이다. 나머지는 두뇌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행정업무에서 완전히 벗어나 관찰과 토의로 날을 지새야 한다. 장관의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주고 장관이 열심히 뛸 수 있게 도와주는 전문 컨설턴트가 돼야한다. 수석들은 각 분야에서 가장 월등한 전문가여야 하고, 토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비서실장은 국가경영에 필요한 선진 지식으로 무장하고, 토의를 통해 대통령 입장에서 종합적인 대안을 낼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청와대는 400여 행정 내시가 아니라 수십 명의 제갈공명이 필요하다.

인간의 힘은 미미하고 시스템의 힘은 막강하다. 자동차는 시스템이다. 시스템이 내는 힘은 괴력이지만 그것을 만든 인간은 그런 괴력을 낼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이 괴력을 내게 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제도다운 제도가 없다. 그래서 파행과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훌륭한 제도는 성악설에 근거해야한다. 성악설을 전제로 만든 정교한 시스템이 없으니 견물생심을 부추긴 것이다. 정경유착의 단절은 온 국민의 염원이다. 이는 의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경유착은 두 가지로 인해 발생한다. 공무원의 능력이 기업인 못하기 때문이고, 금전적인 유혹 때문이다. 모든 장관이 투명성을 약속할 수 있지만 그 약속은 오직 시스템으로 보장될 때에만 의미를 지닌다.

공무원의 비리가 아주 많다. 기업이 원칙대로 환경시설을 설치하면 환경청은 시설 감독이라는 명분으로 자주 나와 이것저것 트집 잡는다. 업체는 차라리 웬만한 시설은 생략하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만다. 세무서 담당관이 새로 부임하면 업체는 돈 봉투로 신고해야 한다. 명절이나 납세신고 기간이 가까워 오면 세무서 직원이 안부전화를 한다. 가져오라는 신호다. 국세 심판소에도 상납을 해야 승소할 수 있다고 한다. 기타 부스러기 돈을 주우러 다니는 공무원은 소방서, 경찰서의 정보과와 교통과, 파출소 등이다. 시청에서는 건축과와 공업과에 잘 보여야 특별자금 배당시 추천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장을 설치할 때, 재경부는 산업구조 차원에서 생산 품목의 수급전망을 판단하여 허가를 내준다. 그러나 이 판단서는 재경부 공무원이 작성하는 게 아니라 민원 기업이 외부 연구팀에게 의뢰해서 작성해 바친다. 재경부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업체가 해주고 돈까지 바치는 것이다.

조직을 개편하는 데에는 특별한 접근과 기술이 필요하다. 하나의 행정문서가 수십과를 통과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서류는 모든 과 단위 실무자의 손에서 수개월씩 정체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급행료와 도장 값이 생기는 것이다. 기존의 조직을 통폐합하고 부처간 기능을 이리저리 옮기는 누더기식 짜깁기로는 오히려 역기능만 증폭시킨다. 미국의 공무수행 시스템은 공무원의 능력을 날이 갈수록 진화시키는 반면, 한국의 공무수행 시스템은 날이 갈수록 퇴화시킨다. 매일 눈치와 절차와 형식으로 근무한다. 제공받는 교육도 형식적이다. 30년 전과 똑같다. 미국 사회는 두뇌집단이 만든 제도와 정책으로 사회를 경영하는 것이다. 시스템 기법을 사용해야만 지금의 39% 미만으로도 선진 행정을 구현할 수 있다. 즉, 행정조직을 팀조직으로 바꾸면 인력을 20-30% 수준으로 대거 절약할 수 있고, 소요시간도 수십 분의 1로 단축되며, 예산이 수십 분의 1로 줄어든다. 한국의 중앙과 지방정부 조직은 지금의 30% 수준으로 충분히 작게 하면서도 효율성은 수십 수백 배로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모든 규정과 제도, 정책을 이해 당사자가 만들어 냈다. 그래서 힘있는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제도와 정책은 만들어 냈고 그 약점을 이용하여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 공무원에게 공무원 수를 줄이라고 하면 오히려 늘어난다. 규제를 제거하라고 맡기면 오히려 개악한다. 군에게 군을 개혁하라고 맡기면 군 조직은 더욱 방만해지고 장군 수만 늘어난다.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공무원과 국회의원에게 부동산 정책을 만들게 하면 땅값이 올라가게 만든다. 변호사업을 개업한 국회의원더러 변호사법을 개선하라고 하면 아전인수 식으로 개악한다.

선진국 국민은 세금을 낸 만큼 늙어서 보상받는다. 선진국에서는 과세원칙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만해서 국민이 세금을 내는 데 대해 크게 억울해 하지 않는다. 탈세행위가 발각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포기해야 할만큼 엄청난 벌을 받으므로 세금포탈 행위는 스스로 자제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많은 과세원칙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게 정해졌다. 세금을 내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낸 세금은 영원히 날아갈 뿐, 늙어서 그만큼 보상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누구나 세금 내기를 싫어한다. 뇌물공여능력이 있는 부유층은 세금을 포탈하고 불쌍한 근로자만 꼬박꼬박 낸다.

정치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정치인의 품질은 정치 시스템의 산물이다. 한국 정치인의 품질은 매우 낮다. 더러는 정치인 개개인을 지탄하지만 문제는 그런 정치인밖에 양성할 수 없는 정치 시스템에 있다. 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주체는 오직 국민과 시민단체이다. 한국에서는 선거를 치르는 데에도 선거구를 관리하는 데에도 돈이 많이 든다. 단지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대 선거구제를 하면 넓은 지역에서 여러 국회의원을 뽑는다. 대선거구제로 청빈하고 실력 있는 사람이 뽑히면 너무 맑아서 돈도 생기지 않는다.

노동

노동운동이 정당해 지려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노동의 질을 개선하여 개인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노동자가 경영진의 목을 잡고 흔들고 있다. 과거 개발 독점 시대에는 노동자가 사용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았다. 근로자의 개별적인 요구는 표출할 수도 없었고, 설사 표출했다 해도 묵살되거나 보복을 받았다. 이 때에 시작된 노동운동은 명분도 좋았고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초창기 노동운동은 몰지각한 사용자를 견제하려는 것이었으므로 국민적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노동운동은 정권의 약점을 이용하면서 탈선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노동자는 맥가이버 능력을 지향한다. 한 사람이 몇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가에 따라 몸값이 달라진다. 몸값은 바로 개인의 능력이자 프라이드이므로 모든 근로자는 몸값을 올려 받기 위해 새로운 기능을 개발한다. 한국의 근로자는 수십 년 전에 외국 기업이 설치해 준 공장에서 외국 기술자가 가르쳐 준 손끝 기술 하나로 일생을 책임져 달라고 한다. 그가 익힌 손끝 기술은 그 직장을 떠나면 쓸데가 없다. 그래서 머리에 붉은 띠를 매고 투쟁하는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투쟁해도 그들이 만들고 있는 제품은 속속 사양화한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구식 제품은 외국 기업과 품질과 가격 경쟁에서 속절없이 밀려나고 있다. 그들의 직장이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한국 기업 모두가 국경 없는 무한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판에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면 근로자에겐 자극이 없고, 자극이 없으면 부패한다. 감원이 전제되지 않는 한 과학 경영은 영원히 꽃피지 못한다. 같은 제품을 일본은 20명으로 만드는데 우리만 100명으로 만들면 국제 경쟁력을 잃는다. 기업이 망하는 데 고용안정이 어디 있는가. 유일한 살길은 국제 경쟁력 뿐이다. 국제 경쟁력이 있어야 달러가 들어오고, 달러가 들어와야 고용이 창출된다. 똑같은 100명으로 일본은 다섯 제품을 만들지만 우리는 한 제품만 만든다. 기업이 경쟁력을 지니려면 80명을 해고시키든지 일본처럼 다섯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정서는 감봉을 통해 100명이 한 제품에 매달려 살도록 권고하고 있다. 감봉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당분간은 성장이 일본의 5분의 1에 머물러 있게 되고 근로자를 무마시킬 수 있겠지만, 한 제품마저 사양화하면 더 큰 실업이 발생한다. 결국 감원을 억제하는 것은 정치논리지 경제논리가 아니다.

구조조정은 대량실업이 아니다. 정부는 경쟁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노동의 유연성 확보는 국제 경쟁력에 절대적 요건이다. 그래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외국의 선진업체가 한국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경제 회생의 절대적인 관건이다. 그러나 엄청난 당위성에도 이 문제는 간단치가 않다. 우선 근로자 집단의 반발이다. '왜 근로자가 먼저냐? 정말로 근로자만 양보하면 경제가 빨리 회복될 수 있느냐? 빨리 회복될 수 있다는 비전이 있을 때에는 일시적인 고통을 감수하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우리만 죽는 게 아니냐?'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역할과 고통이 분명히 있는데 지금까지 정치인과 공무원은 조금도 양보한 것이 없다. 한국 경제 파탄의 제1의 원인 제공자인 금융인, 그들과 야합한 관료와 정치인은 아무 책임도지지 않았다. 그들이 유발한 고통을 국민과 근로자에게 떠넘긴 데 대한 책임을 규명하여 재산을 몰수하고 사법처리를 강행하는 최소한의 조치마저도 취하지 않고, 그들이 저질렀지만 책임은 약자가 지라는 식으로 슬쩍 넘기고 있다. 근로자가 왜 반발하지 않겠는가?

정리해고를 일반 근로자에게 적용한다면 공무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공무원의 임기보장은 없어져야 한다. 70% 이상의 공무원이 나가야 한다. 모든 정부 산하기관을 10% 이내로 축소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GNP의 20% 이내의 예산으로 살림을 할 수 있다. 공직자가 철 밥통을 끼고 있는데 근로자가 왜 반발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가장 먼저 선택된 설득 대상은 근로자였다. 근로자는 반발하였다. 왜 근로자가 먼저냐고.

정치인, 공무원, 재벌, 금융인, 근로자 중에서 누가 먼저 희생을 자청할 것인가. 바로 씌어진 순서대로 일 것이다. 누가 먼저가 아니라 다섯 집단이 동시에 대폭 희생되어야 한다. 100명중 10명을 자르면 로비와 불만이 높지만, 100명 중 80명을 자르면 모두가 체념하고 수긍한다. 현 정부는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집단의 대폭적인 양보 안을 동시에 내놓고 동시에 집행할 수 있는 청사진 말이다. 그러면 왜 내가 먼저냐, 왜 내 몫만 특별히 많으냐는 불만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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