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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5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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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yorker 작성일17-04-17 10:44 조회7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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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쓰라린 이별도쓸쓸히 맞이하면서~

그리움만 태우는 것이~ 사랑의 진실인가요~'

국민가수로 불리는 최진희 노래 '사랑의 미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내가 은숙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1970 3, 소위를 달고 임지에 부임하기 이틀 전,
11 서울 Y 간호대 기숙사 앞에서였다. 처음 마셔 본 막걸리에 너무 취해 헤어지는
인사도
, 다시 만날 기약도 하지 못한, 그야말로 쓰라린
마음의 희한한 이별이었다.
다음 날 아침 허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첫 부임지인
안동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녀가 그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우 보고싶었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쩌면 다시는 영원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놀라 잠을 설친 적도 있다
.
 

그렇게...  4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편리한 인터넷 세상이 됐으니 그녀를 꼭 한번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이름,
학교, 졸업연도 등 여러 가지 keyword로 검색을 해 보았다. 김은숙이란 이름은 매우 많이
나왔지만 그 중에 내가 찾는 김은숙 없었다. 어쩌다 H 간호대학 김은숙 학과장의 사진도
보게
 됐다. 그러나 너무 오랜 세월이 흘러 학창시절의 그녀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나는 이 사진을 동명이인으로 착각하고 지나갔다.
 


혹시 그녀의 모교인 OO 간호대 website 들어가면 쉽게 소식을 알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들어가 보니 미국에 동창회 지회가 있었다. Pennsylvania 72졸업생인 최경숙
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를 계속 받지를 않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73년 졸업생이고 그녀의 후배인 Chicago이미경씨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이 받는다.
아내를 바꿔달라고 하기가 무척 부담됐지만 용기를 냈다. 다행히도 쉽게 바꾸어 주었다.

전형적인 한국 아줌마 스타일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초지종을 말하고 연락처를 부탁했다.
신기하게도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단 5초 만에 주소록을 가져와 대전에 산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 그러나 전화번호는 본인의 동의 없이는 알려주기 곤란하다며 완곡하게 거절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대전에 산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 해도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Texas에 사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65년도 졸업생이다. 완전히 노쇠한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고향사람을 찾는데 너무 오래돼서 연락처를 잊었으니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자기를 어떻게 알았냐고 의아한 듯 묻는다. Y대 간호대 website에서 Texas 지회장으로 계신 것을 알았다고 했다. '회장'이란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회장은 돌아가면서 하는 건데 뭘..."하면서 겸손해 한다그러면서도 "이거.... 알려주면 안 되는데..." 하며 망설이는 듯 했다. 좋은 일 때문에 알아야 한다고 안심을 시켰다. 나의 목소리를 신뢰했는지 친절하게 묻지도 않은 집주소를 포함해서 전화번호를 알려 주었다.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역시 세상 연륜이 좀 더 쌓인 분이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드디어 연락처를 알아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실제로 전화를 하고 말고는 그리 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할머니 나이래도 남편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집으로 전화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만일 남편이 받는다면 무슨 말을 해야 되나?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혹시 다른 번호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 집 전화번호를 internet 검색 창에 넣어 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동명이인으로 생각했던 H 간호대 김은숙 학과장의 사진이 다시 떴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cell phone 번호는 물론 연구실 전화번호와 e-mail 주소까지 나와 있었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 보았다. 옛날의 김은숙은 안경이 아니라 contact lenses 낀 걸로 알고 있는데...... hairstyle도 다르고 화장도 했디. 코는 성형을 했나? 서서히 옛날 그녀의 눈매가 나타남을 느꼈다. 김은숙이 확실했다이후 며칠간은 옛날 생각이 자꾸 났다. 빨리 전화를 해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45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나를 금방 알아볼 수 있을까? 어떻게 반응할지를 상상하니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더 주저하지 않고 설렘과 긴장 속에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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