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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45년이 흘렀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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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ewyorker 작성일17-04-19 07:12 조회52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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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있을 때는 하루하루 그녀와의 마주침이란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육사에

들어오니 '마주침의 즐거움'은 이미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해 있었다.  Beast training

(짐승훈련)으로 불리는 힘든 기초군사훈련 속에서도 그녀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수업시간

에는 노트에 그녀의 이름을 한글로한자(漢字)로 써 보기도 했다. 나의 이런 모습을 대전의

그녀는 알기나 할까빨리 여름방학이 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래서 멋있는 생도

제복의 모습으로 그녀와 마주치는 상상을 해보곤 했다.

드디어 3주간의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그녀와의 마주침이 있기 위해서는 내가 그녀의

등하굣길에 맞춰 대문 밖으로 나가야만 했는데 자존심상 그렇지는 못했다. 생도복장

으로는 꼭 용무가 있을 때만 나갔다어떻게 된 것이 3주 동안 그녀의 여동생은 몇 번

마주쳤는데 정작 그녀와의 마주침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이성을 느끼지 않을 나이인

그녀의 여동생은(중학생) 나를 멋있는 국군아저씨로, 부끄럼 없이 미소 지으며, 당당하게

쳐다 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3주는 금방 지나갔고 아쉬운 마음으로 서울로 돌아왔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방학이 가까웠다. 겨울방학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마주침'이 아닌

그녀와의 만남'을 꼭 가져보고 싶었다.  궁리 끝에 미리 육사신보를 그녀의 학교로 보내

기로 했다. 신문 보내기는 글을 쓸 수고도 필요 없고 주소만 쓰면 되니 힘들이지 않고 사

람과 연결되는 아주 쉬운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마주침 속에 고은 정 미운

정이 다 들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드디어 무언가를 행동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벌어질 일에 조금 두려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모든 생도들은 별단추가 16개나 달린 

눈이 부실 정도로 멋있는 long coat를 입고 각자의 고향으로 떠났다그녀를 만나기 위해

서는 집으로 전화를 거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전화번호는 그녀의 집 대문 옆 문패 성함을

전화번호부에서 찾아 알아냈다. 그때만해도 전화가 있는 집이 많지 않아 쉽게 찾을

있었다. 정말 힘든 것은 전화를 해도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여학생과는

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전혀 감이 안 오는 것이었다.

 

전화를 그녀의 어머니가 받을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긴장된 마음 속에, 마지막 번호를

돌리지 않고 끊기를 수 차례 했다. 손에 땀이 났다. 결국 사고치는 기분으로 마지막 번호도

돌리고 말았다. 다행히도 젊은 여학생의 목소리가 받는다. 그녀임을 직감했다. 죄지은

사람처럼 쑥스러운 태도로 아랫집 학생임을 밝히자 그녀도 금방 알고 부끄러워했다.

그리고는 내가 어색하지 않게 아주 편하게 대해 줬다. 육사신보를 미리 보내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는 매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지만 길게 말하지 않고

다음 날 저녁에 동네 근처 다방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음 날 저녁, 다방으로 약속시간 보다 한 20분 정도 일찍 나간 것 같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조그만 다방, 썰렁한 분위기 속에 연탄난로가 있는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도 보고 싶었던 그녀가 이제 정말로 내 눈 앞에 나타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뛰고

긴장이 되었다. 만나면 무슨 얘기부터 해야 하는 건지…… 그녀를 기다리는 이 20분이 

인생에서 가장 마음 설레고 thrill 넘쳤던 순간으로 기억 된다.

 

 

댓글목록

맹추님의 댓글

맹추 작성일

아름다운 추억의 글월과 애잔한 배경음악 잘 감상하였습니다
소생(서울출생의 남,71세)이 고1(서울광운전자공고)때인 1963년

당시 소생을 무척 아껴주시던 조동열(렬?)영어선생님께서 그해
미국을 가셨다는데 미주한인 동문회에 연락해도 알길이 없어서

평생을 회한에 젖어 삽니다 이젠 팔순이 훨씬 넘으셨을텐데요...
먼 타향에서 가족분들과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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