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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물로 가게 만드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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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만세대한민국 작성일19-03-30 20:35 조회4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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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나충

사람을 물로 가게 만드는 기생충

 

9시 뉴스 앵커 흉내를 내본다. “1미터짜리 벌레가 사람 몸에 살다가 새끼를 낳을 때가 되면 사람을 물로 뛰어들게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1미터짜리 벌레가 몸 안에 있다는 것만 해도 소름이 끼치지만, 물로 뛰어들게 한다는 건 더 엽기적이다. 게다가 이 벌레에 감염된 사람 중 일부는 발목이나 무릎이 구부러져 영구적인 불구가 된다니, 기생충은 대부분 착하다던 그간의 주장이 무색해진다. 이 나쁜 벌레가 바로 그 유명한 ‘메디나충’(Dracunculus medinensis, Guinea worm)이다.

메디나충은 주로 발에 수포를 만들며, 사람을 물로 가서 발을 담그도록 유도한다.<출처 : Greenaway C. Dracunculiasis (guinea worm disease).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2004; 170: 495-500.>

성서에 나오는 불뱀?

처음 들어보는데 왜 유명하다고 하느냐고 항의할 분이 계시겠지만, 이 기생충은 성서에도 기록된 몇 안 되는 기생충이다. 기원전 1200년 경, 그러니까 이스라엘인들이 홍해를 건너 ‘엑소더스’(exodus, 출애굽기)를 감행한 직후 그들을 괴롭혔던 게 바로 메디나충이란다. 민수기 21장 4절-9절의 내용을 보자.

“여호와께서 불뱀들을 백성 중에 보내 백성을 물게 하시므로 이스라엘 백성 중에 죽은 자가 많으리라.”

수천 년부터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켜온 기생충이다. <Credit : The Carter Center>

여기 나오는 ‘불뱀’(fiery serpent)이 바로 메디나충이라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원전 1550년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의학관련 파피루스(ElbersPapyrus)에도 이 기생충이 등장하고, 실제로 이집트 여성미라에서 이 기생충이 발견된 바 있다.

이 기생충에게 왜 메디나충이란 이름이 붙었느냐면, 이슬람 성지인 메디나(Medina)라는 도시에서 이 기생충이 많이 발생해서 그랬다는 설이 있다. 이 기생충의 또 다른 이름인 기니웜(Guineaworm)도 서아프리카의 기니 해안을 따라 이 기생충이 유행했기 때문이란다. 이왕 이름을 설명한 김에 조금 더 나가자면, 기생충의 학명인 Dracunculus는 ‘작은 용에 의해 고통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단다. 1미터 쯤 되는 가느다란 벌레를 보면 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수 있겠다.

사람을 물로 가게 만든다

주위에 우물이나 호수가 있으면 사람들은 그 물을 마시기 마련이다. 생수는 꿈도 못 꾸던 시절엔 그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물에는 물벼룩이 살기 마련이고, 그 물벼룩 중 일부는 메디나충의 유충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사람이 물을 마실 때 메디나충을 지닌 물벼룩이 들어가면 일이 생긴다. 물벼룩은 위산 때문에 죽지만, 거기서 나온 메디나충의 유충은 작은창자로 빠져나가고, 적당한 곳에서 창자를 뚫고 나가 배나 가슴에 머무른다. 2, 3개월쯤 지나면 유충은 어른이 되고, 짝짓기를 한다. 그 뒤 수컷은, 너무 힘을 쏟은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로 죽어버리고, 혼자 남은 암컷은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는데, 이때 암컷의 몸 안에는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자라고 있다.

1년 정도가 지난 후, 즉 새끼들이 충분히 살 수 있게 된 때, 암컷은 자신의 최후를 준비한다. 암컷은 사람의 피부 표면으로 기어나가고, 거기서 피부 밖으로 머리를 들이미는데, 이 과정에서 수포가 만들어진다. 메디나충이 아무 곳에나 수포를 만드는 건 아니다. 물과 접촉할 확률이 높은 곳을 선택하는데, 인체 내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면 아무래도 발이 될 테고, 실제로 복숭아뼈 근처가 가장 흔히 수포가 생기는 장소다. 수포가 생기면 그 부위가 뜨거워 미칠 지경이 되고, 통증도 무지 심하다. 성서에서 ‘불뱀’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쯤되면 사람은 수포를 터뜨리고 싶고, 또 발이 뜨겁다 보니 상처부위를 물에 담그게 된다. 신기하게도 발을 물에 담그면 통증과 뜨거움이 사라지니, 주위에 수포가 생긴 사람이 있다면 “너도 빨리 물에 담가!”라고 권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바로 메디나충의 노림수다. 물을 만나면 메디나충은 몸에서 키우던 수천 마리의 유충들을 물속으로 내보내니까. 그 유충들은 먹을 게 없어 주위를 살피던 물벼룩에게 잡아먹히고, 물벼룩 안에서 또 다른 사람에게 먹힐 날을 기다린다.

메디나충의 생활사. 물벼룩과 사람을 오가며 번식한다.

이게 메디나충의 최후인 것이 몸에 있는 유충을 모두 쏟아내면 암컷은 곧 죽어버리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다 해도 이 과정에서 감염자는 메디나충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 벌레를 빼내려고 하기 마련이다. 수포가 터진 자리를 들여다보면 피부에 움푹 파인 궤양이 있고, 그 속으로 메디나충의 머리가 보인다. 이걸 그냥 놔둬도 저절로 죽겠지만, 일단 벌레의 존재를 알고 나면 그냥 놔두긴 어렵다. 당연히 그 동네의 용한 의사를 찾아가 제발 어떻게든 해달라고 매달리게 되는데, 용한 의사가 어떻게 할지는 치료 부분에서 설명하겠다. 참고로 한 사람에게 18마리가 감염된 예가 있긴 하지만, 환자 한 명당 평균 마리수는 1.8이란다.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오랜 기간 인류는 메디나충을 알고 지냈지만 그 생활사가 제대로 밝혀진 것은 1913년에 이르러서였으며, 인도의 세균학자 터커드(Dyneshvar Atmaran Turkhud)는 생활사를 알기 위해 자원자를 모집해 그들에게 물벼룩을 먹였다고 한다. 다른 기생충이라면 모르겠는데 이런 치명적인 벌레를 일부러 먹이다니,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아닐까 싶다.

치료할 때는 건드리지 말자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약제는 불행히도 없다. 메디나충이 머리를 디밀어야 비로소 진단이 되는데, 이때 해야 할 일은 물통에 해당 부위를 담그고 벌레가 남은 유충을 모두 배출하도록 유도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환자의 증상이 덜해지고 충체를 빼내는 일도 좀 쉬워지니까. 메디나충의 성충이 자기 뜻을 이루고 나면 의사는 막대기를 꺼내고, 조심스럽게 머리를 빼내 막대기에 감기 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막대기를 감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몇 시간에서 몇 달까지 걸릴 수가 있다니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게 좋겠다.

메디나충을 치료하는 방법은 막대기 혹은 다른 것에 충체를 감아서 빼내는 것이다.<Credit : The Carter Center/L. Gubb>

주의해야 할 점은 만일 중간에 끊어져 버리면 끝장이라는 것. 누군가가 “어이, 의사 선생님, 식사라도 하세요”라고 어깨를 툭 치는 경우 감염자는 남은 생애 동안 몸 안에 끊어진 벌레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뿐이면 모르겠다만 죽은 벌레 주위로 2차적 세균감염이 될 수 있고, 그러다보면 염증이 생기고 석회화되어 무릎이나 발목 관절의 장애가 남을 수도 있으니, 누가 메디나충을 빼내고 있다면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는 게 좋겠다.

의학을 상징하는 심볼인 카두케우스

아쉬운 점은 이런 치료법이 기원전 1550년 이집트 파피루스에 나온 내용이라는 것. 그러니까 3500년이 다 되도록 메디나충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이건 의학자들이 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점일 수도 있지만, 몸에 터널을 파면서 기생하는 메디나충의 행태가 워낙 엽기적인 탓으로 봐주면 좋겠다.

의학의 상징인 카두케우스(caduceus)는 지팡이에 뱀 두 마리가 얽혀 있는 모양인데, 의학의 신1)인 헤르메스가 들고 다니는 지팡이에서 기원한 거란다. 그런데 헤르메스는 왜 이런 지팡이를 들고 다녔을까? 다들 짐작하셨겠지만, 이 뱀은 메디나충이고, 지팡이는 메디나충을 둘둘 말아 빼내는 광경을 묘사한 거란다. 뱀이 두 마리인 것도 위에서 1인당 평균 마리수가 1.8마리라고 한 것과 얼추 맞아떨어진다. 이 기생충이 예부터 골칫거리였음을 증명해주는 일화가 아닌가 싶다.

주민 교육과 필터 보급으로 줄어들다

1986년만 해도 메디나충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20개 나라에서 유행했고, 감염자는 무려 350만 정도로 추정됐다. 마땅한 약이 없는데다 백신을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그렇다고 인류가 같이 살아가기엔 너무 엽기적인지라 이에 대한 박멸대책이 수립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건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가 자유롭게 날면서 사람을 무는 반면 메디나충의 중간숙주인 물벼룩은 그 이름처럼 물속에서만 사니,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박멸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가장 먼저 고려된 게 안전한 물 공급이었다. 모든 이가 안전한 생수를 마신다면 추가적인 감염자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이게 해당 나라의 경제능력과 관련된 사항이라 안전한 물공급을 위한 설비를 만들어 놓아도 유지가 안되면 소용이 없었다. 불행히도 메디나충이 유행하는 나라들은 그다지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곳들이었다. 또한 좋은 설비를 만들어 놔도 주민들의 터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 실속이 없었다. 물 한 그릇 뜨러 10킬로를 가느니, 위험해도 근처에 있는 우물물을 마시는 걸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은가? 그래서 생각한 게 물을 필터에 거르는 거였다. 물벼룩이 작아봤자 1밀리미터는 넘으니, 거른 물을 마시면 최소한 메디나충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게다가 물 공급 설비를 만드는 것보다 필터를 주는 게 훨씬 쌌고, 간단한 교육만 시켜도 주민들이 잘 따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벌레로 인한 수포가 생겼을 때 물가로 달려가는 대신 물통에 발을 담군 뒤 그 물을 먼 곳에 버리게 함으로써 유충이 물로 살포되는 걸 막았고, 우물에 약을 뿌림으로써 거기 사는 물벼룩을 죽였다.

물을 걸러 마실 수 있는 필터를 사용하는 장면. <Credit : The Carter Center/L. Gubb>

메디나충에 관한 책자를 보는 어린이들.<Credit : The Carter Center/L. Gubb>

이런 여러 가지 노력을 한 끝에 메디나충은 시나브로 박멸되기 시작됐다. 20년 전만 해도 65만명의 환자가 발생하던 나이지리아에선 2009년 단 한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메디나충의 마지막 유행지로 불리던 수단에서도 2005년 내전 종식 후 감염자가 급속히 줄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행하는 주간감염병보고(weeklyepidemiological record)에 의하면 1986년 3백만을 넘었던 감염자 수는 2000년이 되었을 때 75,000례로 줄어들었고, 2008년 4,619례, 2009년 3,190례, 2010년 1,797례, 2011년 1,058례로 점점 박멸에 가까워지고 있다. 메디나충 박멸에는 미국 전대통령 지미 카터가 이끄는 카터 센터가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멸에 가까워진 메디나충

기생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생충 다큐멘터리를 찍으려던 모 방송국 촬영팀이 메디나충 촬영을 아직까지 못한 걸 보면, 올해 환자는 그보다 훨씬 더 적지 않을까 싶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올해 5월까지 267례가 발생했다고 한다).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노력한다면 3500년 이상 인류를 괴롭혔던 메디나충이 추억의 기생충이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평소 기생충에 애정을 갖고 그들을 변호해 온 나지만, 메디나충의 박멸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련다.

“축 메디나충 박멸! 다시는 나타나지 마세요!”

메디나충 박멸에 앞장선 미국 전대통령 지미 카터.<Credit : The Carter Center/L. Gubb>

참고문헌

1) Cox FEG. History of Human Parasitology. Clinical Microbiology Reviews. 2002; 15: 595-612.
2) Greenaway C. Dracunculiasis (guinea worm disease). 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 2004; 170: 495-500. 
3) http://en.wikipedia.org/wiki/Dracunculiasis
4) Miri ES, Hopkins DR, Ruiz-Tiben E, Keana AS, Withers Jr PC, Anagbogu IN, Sadio LK, kale OO, Edungbola LD, Braide EI, Ologe JO, Ityonzughul C. American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 Hygine 2010; 83: 215-225. 
5) Monthly report on dracunculiasis cases, January–May 2012. Weekly Epidemiological Record 2012; 33(17): 315-316.

[네이버 지식백과] 메디나충 - 사람을 물로 가게 만드는 기생충 (기생충, 서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5308&cid=58943&categoryId=58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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