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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QC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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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10 조회6,9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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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만 한 권한만 있어도 티를 낸다니까!” 이 말은 사회적 신분이 별로 높지 않은 사람들이 권한을 빙자하여 목에 힘을 주고 고압적인 모습을 보일 때 뒤돌아서서 하는 말이다. 조직의 출퇴근 운전자도 티를 내고 건물의 수위도 티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티를 내면 조직의 분위기와 생산성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운전자로부터 마음이 상한 사원은 다른 사원들과 접촉하면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연쇄반응에 의해 기업은 장부에는 잡히지 않지만 많은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품의 품질이나 업무의 품질은 전 사원이 동참해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개념을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TQC(총체적 품질관리) 또는 CWQC(Company Wide QC, 전사적 품질관리)라고 불렀다. 

                         

이 사회의 모든 조직에는 서로 다른 ‘임무’를 가진 작은 부서들이 있다. ‘임무’가 주어지면 ‘권한’도 주어진다. 수많은 예하조직들의 장이 각기의 ‘권한’을 티를 내는 식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기업의 가장 큰 문제들은 수많은 예하조직의 장들이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들에 잉태해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조직에는 공사를 불문하고 “이웃이 어떻게 돌아가든 나는 내 할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기업 단위의 문제가 발생하면 이들 부서들은 각기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혜를 짜낸다. “내일만 잘 하면 된다” “내 책임이 아니다” 이 두 가지 말들은 그 자체로 기업에 하모니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자세와 모습은 건설 현장에서나 공장에서 일하는 QC(품질관리)요원들에 잘 나타나 있다.


프로젝트 관리자(Project Manager)는 자기가 맡은 프로젝트가 한시라도 빨리 진척돼가기를 갈구한다. 그래서 공장에 작업 진도를 독촉한다. 그렇지만 공장 근로자들은 전 공정에서 후 공정으로 넘어가려면 전 공정에서 작업한 내용에 대해 QC(품질관리) 요원으로부터 합격이라는 판정을 받아야 한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납기 내에 작업을 마치기 위해 애를 태운다. 그런데 공장 근로자들은 QC요원들이 계측기들을 가지고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일손을 놓고 있다. 프로젝트 관리자는 QC의 지연을 원망하지만 QC요원들은 당당하다. “작업자들은 빨리 빨리 일을 진행시키고 싶지만 QC 만큼은 철저히 해야 합니다. 철저한 QC를 위해 작업이 지연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닙니까?” QC 요원들은 늘 이렇게 주장한다. 공장 근로자들에게 QC 요원은 왜정 때의 순사와도 같다. QC 요원들의 “품질 우선” 논리에 대해 반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100% 틀린 주장이다. 시간 지연 없이도 얼마든지 QC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QC부서의 검사요원 수는 일본보다 많지만 하는 일에 비해 인원은 늘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QC요원이 일본보다 더 많으면서 일본보다 더 느린 이유가 무엇일까? 일하는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QC 요원들은 근로자와 함께 에러를 예방하는 방법을 사전에 연구하고 토론한다. 수많은 작업자들 스스로가 불량품을 만들지 않도록 그들을 훈련시켜 주고, 근로자 스스로 작업과정에서 품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일하도록 코치하고 의논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와는 정반대로 일한다. 우리의 QC 요원들은 마치 일제시대의 감독관처럼 목에 힘을 주고 권한을 행사하며 모든 검사를 혼자서만 하려고 한다. 자기의 영역을 근로자가 참견하면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이른바 티를 내는 것이다


전투행위를 생각해보자. 전투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지휘관이 병사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런 전쟁은 백전백패한다. 병사들이 내일 싸우기 위해서는 지휘관은 오늘 싸워야 한다. 모의연습 즉 시뮬레이션을 다각도로 실시함으로써 병사들 개개인으로 하여금 자기 목숨을 보전하는 방법을 평시에 터득시키는 것이다. 병사들과 함께 수많은 전투 상황을 상상해 내고 각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혜를 갖게 해주며 그에 필요한 기본 기술을 훈련시켜주면 내일의 전투는 병사들이 치른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지휘관은 전투행위 이전에 싸우는 것이고, 실제 전투는 병사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지휘관끼리의 전쟁은 오늘 이미 판가름 나 있다. 내일의 전투는 오늘 지휘관이 어떻게 준비했는가를 실현해 보여주는 결과일 뿐이다.


제조과정 역시 전투행위와 같다. 내일 수백 명의 작업자가 어떻게 일하는 가는 오늘 간부들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달려 있다. 작업장에서 내일 얼마의 시간을 낭비할 것인지, 얼마나 많은 하자를 낼 것인지 하는 것은 오늘 관리자들이 어떻게 일했는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일본의 QC요원들은 전투 이전에 병사들을 훈련시켜주는 지휘관처럼 일하고, 한국의 QC요원은 사전 준비 없이 전투가 발생하면 포화 속에서 이래라 저래라 고함을 치는 지휘관처럼 일하는 것이다. 준비 없는 병사는 포화 속에서 지휘관의 명령을 기다리느라 응용능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생명도 보존하지 못한다. 넓은 작업공간에서 수백 명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일일이 관찰하고 지시하며 야단치는 관리자는 무능한 관리자인 것이다.


작업장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다음 공정으로 가지 못하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QC검사를 받아야 할 항목들은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검사요원의 수는 늘 부족하다. 검사요원을 기다리느라 하루를 하릴없이 기다리는 곳도 있다. 그래도 검사요원은 낭비되는 비용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과는 달리 우리 작업자들은 품질검사요원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작업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지 배우고 있지 못하다. 품질검사자는 칼자루를 쥐었고, 작업자는 칼날을 쥔 일종의 게임이 연속되고 있는 것이다. 품질검사자가 다니면서 작업내용을 놓고 합격이다, 불합격이다 판정하는 방법으로는 하자를 예방하지 못한다. 또한 단순한 계측기들을 가지고는 하자내용을 전체 중에서 조금만 발견할 뿐이다. 이러한 식의 공장운영이라면 수십 년간 운영해도 학습(learning)이 이루어지 않고 제자리걸음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QC요원들은 작업자와 미리 토의를 한다. 내일 무슨 작업을 하며 작업과정에서 하자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그것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작업자들과, 품질관리 요원들이 함께 모여 토의를 한다. 작업의 품질을 높이고 하자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작업자들이 터득하기 때문에 하자가 예방되는 것이다. 따라서 QC요원들로부터 검사를 받기 위해 작업을 멈추고 대기시키는 일이 별로 없다. QC요원은 어느 작업자가 얼마만큼 신뢰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불안한 근로자를 위주로 작업과정을 지켜보면서 잘못돼 갈 때마다 지적하고 바로 잡아준다. 


품질관리의 핵은 에러의 예방이다. 일본의 품질관리는 에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며, 에러의 예방은 작업자를 사전 교육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적 QC는 예방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이루어진 작업내용을 사후에 검사한다. 에러가 생기면 비용도 증가하고 시간도 걸린다. 기껏 해놓은 작업내용을 파괴해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 임금도 배 이상 발생하고 재료도 추가돼야 한다. 이처럼 한국식 QC는 주로 경찰관식 사후적발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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