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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품질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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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9 17:18 조회6,16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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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제품 및 A/S에 대한 세계인들의 신뢰는 최상급이다. 일본 기업 모두가 노력하여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높였고, 그 아이덴티티 아래 일본인들은  대부분의 세계인들로부터 1등 국민의 대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독 한국인들만 일본을 무시하고 있다. 영국시인 사무엘 울맨의 젊음(Youth)이라는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영원의 세계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 격려와 용기 그리고 솟구치는 힘에 대한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한 당신은 젊은이다. 그 안테나를 내리고 당신의 영혼을 냉소와 비관의 얼음 속에 묻어 버리면 당신은 이십 세 늙은이다.”  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은 세계의 변화를 받아들여할 안테나를 접고 '과거의 한‘이라는 얼음관 속에 영혼을 묻어둔 채 세계인들과는 동떨어진 일본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한국인이 일본의 조그만 지방마을에 있는 온천장에 이틀간 예약을 했다. 첫날은 즐겁게 보냈지만 그 다음날은 골프가 치고 싶어졌다. 골프를 치려면 예약했던 이틀 중 하루를 해약해야 했다. 온천장에 양해를 구했다. 아마도 한국 호텔이라면 이틀간의 예약사실을 들어 못 마땅해 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지만 일본 종업원의 태도는 정반대였다.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손님 입장이라 해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손님이 조금도 미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말을 예쁘게 하면서 택시를 불러, 짐을 실어주었다. 한참 가다보니 허리띠를 두고 왔는데 그 허리띠는 오래 전에 미국에서 10달러에 산 것이지만 일본에서 다시 사려면 꽤 비싼 것이었다. 다시 돌아가려니 이미 택시 미터기에는 100달러나 올라가 있었기에 되돌아가려면 왕복 200달러에, 두 시간이나 손해를 보아야 했다. 그는 벨트를 포기해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골프장에 도착해 보니 그 허리띠가 먼저 와 있었다. 쪽지에 간단한 메모도 적혀 있었다. “미처 챙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즐거운 시간 가지시고, 다음에 다시 오시면 더 정성껏 모시겠습니다.” 필자의 친구이기도 한 이 한국인은 완전히 감동되고 말았다. 이런 일본인들 때문에 최근 미국의 어느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72%가 일본인을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여러 해 전 필자는 어느 일본 언론인으로부터 ‘코제’ 화장품 회사가 제작한 비누를 하나 받았는데 그 비누는 치약처럼 짜서 쓰는 것이었다. 귀지만큼 조금 짜서 써도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그 회사는 데밍 상 수상자 업체이며 국제 최고수준의 기업이다. 그 회사가 처음 창업을 했을 때 아주 먼 곳에 있는 소매점에서 ‘코제’ 제품의 립스틱 한 개를 주문한 일이 있었다. 통상의 기업 같으면 송료가 비사서 수지맞지 않는다며 거절을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예나 지금이나 외국으로부터 오는 소량주문을 대부분 거절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유통비 때문이 아니었는가? 그런데 코제 화장품은 달랐다. 사원이 직접 립스틱을 포함, 코제 제품들을 여러 개 들고 먼 곳에 있는 소매점으로 갔다. 주문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다른 상품들을 소개하고 돌아왔다. 가깝게 계산을 하면 이는 바보 같은 행동이겠지만, 멀리 계산을 해보면 이는 기업의 명예와 이미지를 세우는 일이었다.


우리 기업은 일본제품 자체를 재현해 보려는 노력은 했어도 일본의 기업문화와 품질시스템을 흉내내보려고 애쓴 적은 별로 없다. 일본의 기업문화는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일본기업 제1의 문화는 고객을 대하는 문화다. 품질의 척도는 고객의 만족도이며 고객의 만족도는 제품이 폐기되어질 때까지 유지돼야 한다. 이 사실로 부터 일본인들은 몇 가지의 중요한 의미를 유도해 냈다. 


첫째, 그들은 고객을 접촉하는 부서가 마케팅 부서이기 때문에 마케팅 부서가 품질개선의 기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를 가장 창의적으로 찾아내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며, 고객의 불만을 찾아내고 분석해서 이를 새로운 설계에 반영시키는 일도 마케팅 부서의 일이라는 것이다. 비싼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노출되지만 값싼 제품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노출되지 않는다. 단지 말없이 그 제품을 떠날 뿐이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회사를 도산시킬 만큼 결정적인 것이지만 이 비용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장부에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마케팅부서는 이러한 말없는 불만을 찾아 나서야 했다. 이러한 노력에는 많은 비용이 들기도 하지만 그 많은 고객들 중에서 말없는 불만을 찾아낸다는 것은 매우 막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처지에서 고객이 스스로 불만을 제기해 온다는 것은 이들에게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제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오는 고객에게 일본기업인들이 그토록 친절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한국기업에서의 개념과는 달리 일본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가장 유능한 엔지니어들과 분석인들을 수용하고 있다.


둘째, 고객의 불만은 정당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무조건 수용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수출품에 대해 하자나 불만사항이 제기돼오면 그들은 즉시 달려가서 사과하고 바꾸어 주었다. 일본인들은 1950년대부터 이렇게 했고 홍콩, 싱가포르, 대만은 1980년대부터 이렇게 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그 정도 가지고 무얼 그렇게 까다롭게 하느냐"라는 자세를 가지고 고객과 실랑이를 벌인다. 한국에서는 고객의 불만사항을 말없이 잠재우는 간부가 유능하게 평가됐다. 한국 기업의 간부들은 말 많은 중간관리자들을 싫어한다. 윗사람을 성가시게 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조용히 해결하는 관리자들을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중간관리자들이 이런 식으로 고객의 불만을 혼자의 힘으로 처리해 오는 동안 기업주들은 그들의 고객을 하나씩 잃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업주들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일본기업인들은 공동의 집을 짓는 반면 한국기업들은 공동의 집을 허물고 있는 것이다. 기업만이 아니다. 우리 국민은 공동의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해 마음가짐을 달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사는 한국교포들이 흑인 교통순경에게 돈을 집어주었다. 그들은 그렇게 해서 순간을 쉽게 모면할 수 있었다. 한국교포의 돈맛을 본 미국경찰은 한국인들만 보면 적발하려 했다. 몇 사람의 교포들로 인해 모든 교포들이 수난을 당했고 그의 자식들도 수난을 당했다. 불과 몇 사람들이 교포전체가 살고 있는 공동의 집을 허물었던 것이다.


셋째, 고객이 품질개선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이끌어 냈다. 일본 기업들은 1956년부터 거리에 나가 고객을 계몽했다. 불만제품을 참아주는 것이 더 이상의 미덕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고객의 협력만이 일본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호소였다. 불만내용을 반겨주는 기업인들의 훌륭한 매너는 더 많은 제보를 얻어낼 수 있었으며 수많은 고객의 참여는 기업에게 있어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 고객의 적극적 참여로 인해 기업은 앉아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받을 수 있었으며 마치 운동선수가 응원을 받고 분발하듯이 나태해 지려는 기업정신에 시스템적으로 자극을 제공받게 되었던 것이다.


일본기업의 제2의 문화는 하청업체를 대하는 문화다. 하청업체가 납품하는 재료와 부품이 불량하면 조립업체가 아무리 품질관리를 잘해도 의미가 없다. 일본기업은 하청업체를 선정하는 데 매우 신중을 기하지만 일단 선정된 업체와는 일생동안 품질 동반자관계를 유지했다. 하청업체에 새로운 기술을 보급해주고 품질개선에 저해가 되는 모든 요소들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다. 반면 한국 대기업들은 하청업체가 품질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나쁜 일만을 골라 했다. 하청업체들에게 과도한 덤핑경쟁을 유도했고 납품 시에 부정과 비리를 강요해 왔으며 대금결제 시에는 여러 가지 횡포를 부렸다. 이 모두는 하나같이 한국의 중소업체를 착취하는 일이었으며 부품의 질을 낮추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기업 제품이 명맥을 유지해온 것은 대부분의 부품들을 일본에서 수입 해다가 조립했기 때문이었다.

   

일본 기업의 제 3의 문화는 기업 내의 품질문화다. 근로자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은 일본에서도 있었다. 1946년 전후 일본사회는 한마디로 비전을 잃고 있었다. 근로자들이 일을 하지 않고 많은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경영진들은 근로자들의 정신 상태를 비난했고 근로자들은 경영자들이 여건을 갖추어 주지 못한다고 불신했다. 지금의 우리 현실과 똑같았던 것이다. 이 때  일본에는 다행히 과학기술자 협회(JUSE:Japanese Union of Scientist & Engineers)가 있었다. 이들은 데밍박사나 쥬란박사를 위시한 미국이 낳은 세계적 품질관리 대가들을 초청해 품질관리 이론을 배우고 확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근로자들의 정신력을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과학적 시스템은 설치해주지 않고, 모든 것을 정신력으로 극복하라는 것은 화살로 전투기를 쏘아내리라고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가르쳤다. 정신적 접근방법(Spiritualism)을 버리고 통계학적 품질관리 기법을 중심으로 하는 과학적 접근방법(Scientific Approach)을 선택하라고 가르친 것이다.


그 과학적 접근방법의 시효가 ‘이나’ 타일의 사례였다. '이나 타일' 사가 타일을 생산했다. 타일의 크기가 일정치 않았다. 전문 기술자들은 이를 고칠 수 없는 병이라고 결론지었다. 타일이 일정치 않은 것은 기다란 가마 속의 온도가 일정치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 불길을 골고루 퍼지게 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들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이 망한다며 체념해 버렸다. 하지만 가오루 이시까와라는 통계학자가 이를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통계학의 '실험설계'(Design of Experiment)방법을 적용해서 문제를 풀었다. 수학에서의 편미분 개념이었다. 다른 요소는 그대로 둔 체, 하나하나의 요소를 변경시켜 가면서 종속 변수의 변동 폭(Sensibility)을 체크한 것이다. 경제학에서는 이런 편미분 개념을 "Other things being equal"이라 부른다. 결론적으로 타일의 일곱 가지 성분 중에서 석회의 함량을 종전의 1%에서 5%로 올리니까 불길에 상관없이 타일의 크기가 일정해 졌다. 수십 년간의 경험으로 권위를 인정받아왔던 전문 기술자의 고정관념이 수학자 앞에서 무너졌던 일대 사건이었다. 1950년대의 일본이었다.


그로부터 40여년 이후인 김영삼 시대, 한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의 대통령은 한국병이라 진단했고, 사회 저명인사들과 경영자들은 이를 근로자들의 정신력 탓으로 돌렸고, 한국 유명대학 교수는 신바람 부재의 탓으로 진단했다. 그리고 센세이셔널리즘에 중독된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가면서 연일 의식개혁운동과 신바람운동을 부추겨 국가적 낭비와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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