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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부관은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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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7 16:06 조회7,7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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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속부관의 자리를 자기발전의 발판으로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장군을 떠났을 때의 내 위상을 염두에 두면서 참모들에게 겸손하게 행동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로 했다. 참모들이 장군의 결재를 받으려고 부속실을 들어설 때마다 나는 언제나 활짝 웃으면서 반겼다. 그들은 결재의 차례를 기다리는 사이에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담배도 피우고 차도 마셨다.

“어이, 지대위. 담배 안 피우나?”

“네, 못 피웁니다.”

그들은 서로 담배 구걸을 했다.

“어이, 원호참모. 담배 있어?”

“아, 나도 챙기질 못했는데”

이런 광경을 목격한 나는 다음날부터 윈스턴, 말보로, 켄트, 살렘, 럭키스트라이크 등등 여러 종류의 담배를 사다 놓았다. 그리고 이 담배 곽들을, 동동 걷어 올린 팔소매 틈에 찔러 넣었다. 양쪽에 3갑씩! 거울에 비쳐보니 화려한 색깔들로 치장된 듯한 내 팔뚝이 너무 괜찮아 보였다. 이 모습을 본 참모들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 팔뚝에서 담배 개비를 뽑아갔다. 고참 병장인 사무실 당번이 이를 보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자기 일을 찾아서 했다. 차에 대한 각 참모들의 취향을 일일이 기록했다가 참모가 오면 자동적으로 참모들이 좋아하는 차를 대령했다. 참모들이 결재를 받으려고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보였다. 나는 출근하자마자 참모들에게 부지런히 전화를 걸었다. 결재 제목, 소요시간, 긴급정도를 물어서 결재 시간을 예약해 주었다. 그리고 참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뉴스나 정보도 알려 주었다. 장군과 소원한 관계에 있는 참모들의 장점을 메모했다가 차 속에서 하나씩 장군에게 풀어놓기도 했다. “참모장님, 부관참모 말입니다. 고전음악에 참 조예가 깊더군요. 마작도 수준급이라는 것 같던데요. 참, 족보 있는 개를 키우고 있는데 이번에 강아지를 여러 마리 낳았다 합니다.”

“오, 그래?”

“혹시~ 내일 아침 조찬 때 자리가 하나 남는데 부관참모를 추가시킬까요?”

“그래, 그렇게 해봐.”

“강아지가 예쁘다고 하기에 암놈으로 하나 골라서 서울 댁에 갖다 드리도록 부탁했더니 그렇게 좋아하시더군요. 사모님께서도 강아지 좋아하시지 않습니까?”

부관참모! 부관병과 장교들은 임관시절부터 소대장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병사들의 부대배치를 위한 인사명령을 내는 사람들이다. “내 아들을 좀 좋은 데 보내주시오”하는 식의 부탁을 많이 받는 사람들인 것이다. 월남에서는 훈장 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늬만 군인이지 사실 하는 일들은 행정관들이었다. 그들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들이 그리 아름답지 못해 나는 부관병과 장교들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모시는 장군 역시 그러했다. 육군본부에 계실 때, 장군은 그가 다른 지인으로부터 청탁받은 한 병사에 대해 바로 이 부관참모에게 선처를 부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부관참모는 이러이러 해서 참 곤란하다고 하면 될 것을 가지고 장군의 부탁을 그냥 무시해 버렸다. 육군본부에서의 부관병과 대령이라면 웬만한 장군 이상의 끗발이 있었다. 원수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식으로 이 두 사람이 하필이면 주월한국군사령부에서 직속 상하관계로 만난 것이다. 부관참모인 대령도 괴로워했지만, 결재를 해줘야 하는 장군의 마음도 개운치 않았다. 이런 어색한 사이가 전속부관인 나의 주선으로 좋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두 사람은 마작의 고수여서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까워 졌다.


이런 사이공 생활도 불과 5개월 만에 끝이 났다. 어느 날 갑자기 장군이 나를 불렀다. “지대위, 내일 백마부대 포병 사령관에게 가봐. 아마 포대장 자리를 내줄 꺼다. 나가 봐” 도대체 영문 모를 일이었다. 왜 갑자기 장군이 그런 결심을 했는지 그리고 왜 장군의 얼굴이 밝지 않은지 궁금하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했다. 무언가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장군에게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고 물으면 금방이라도 화를 낼 것 같아 그대로 나왔다. 당시 파월된 병사들은 워낙 거센데다 총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포대장 직책은 한국에서 이미 포대장 경력을 마친 고참 대위들로 보직됐으며 통상 나보다 4~7년 선배들이 하고 있었다. 임관 4년생인 임시대위가 나갈 수 있는 자리가 절대 아니었다.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 인사참모인 대령에게 달려갔다. “참모님, 참모장님께서 갑자기 제게 백마부대로 내려가라 하시는데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아, 그거 우리 몇몇 참모들이 지대위를 키워주기 위해 만들어준 자리요. 여기서 전속부관만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해, 백마부대 포병 사령관에게 다 연락이 돼 있으니 나가서 좋은 경력 쌓으시오. 지대위가 잘 커야지”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3명의 포병출신 참모들이 평소 나에게 툭툭 던진 말들이 생각났다. “이 사람, 여기 오래 앉아있으면 안 되는데.” 내가 없는 동안, 이 세 분들이 장군에게 진언을 했다고 한다. “지대위를 그만 쓰시고 놓아주십시오. 백마부대 포대장으로 내 보내시지요” 이 말을 들은 장군은 아마도 나를 이렇게 의심했을 것이다. ‘저놈이 혹시 참모들을 꼬드겨 장난질 친 게 아냐?' 나는 이내 수송기에 몸을 싣고 백마 포병 사령부로 날아가 사령관에게 신고를 했다. 그랬더니 9사단 백마부대 포병사령관이 이렇게 말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 분의 주월사 참모들이 차례로 내게 전화를 했네. 자네 주월사령부에서 아주 좋은 평판을 얻었더군. 자네의 행동이 갸륵해서 장군으로부터 억지로 떼어내 나한테로 보내는 것이니 각별히 잘 보살펴 달라는 부탁이 왔었네. 자네 옛날에 30포병 대대에서 근무했지? 그리로 나가서 포대장을 맡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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