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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법원으로 소풍가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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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1-12-31 20:17 조회4,6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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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 소풍가는 날

 

내년 1월 21일 이른 아침

나는 법원으로 소풍간다

 

좋아하는

콤비양복 차려입고

콤비 색 어울리는 와이셔츠에

화사한 넥타이 매고

커프스 버튼으로 손목까지 장식하고

 

대위 때부터

훈련해 왔던 솜씨로

머리 매무새 만지고

양복 겨드랑이엔

은은한 향수 뿌리고

오래되었지만 구두에도 광내고

경호 차 타고

50명으로부터 매타작 당했던

그 법원에 가

판사 앞에 설 거다

 

이 순간이

나를 5.18질곡으로부터

해방시켜

승리의 면류관을 씌워주는

이 세상 가장 화려하고 영광스러운

역사의 순간되기를 소원하면서

고개 숙여 판결문 낭독 음을

눈감고 들을 거다

 

나는 상상한다

1980년 10월 26일을

그날 난

미 해군대학원 졸업식 무대에 홀로섰다

논문지도교수가 내 학문적 업적을

열거하고

이에 따라 학장이 내게 다가와

아카데미 가운 후드를 걸어주고

사방모를 씌워 주었다

 

내년 그날

재판장이

성취를 상징하는 그 묵직했던 후드와

영광의 면류관을 또 씌워주기 바란다

그 면류관 정중히 받기 위해

때때옷 차려 입고

매 맞던 그 재판소에

소풍가는 기분으로

차타고 갈 거다

 

 

2021.12.2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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