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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병」이 아니라 「시스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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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0-03-28 08:42 조회7,76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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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사회에서 시스템사회로/지만원(한국병어떻게할것인가:1)


◎「의식병」이 아니라 「시스템병」

1980년 미해군대학원에서 시스템 분석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줄곧 이 분야에서 활동해온 사회발전시 스템연구소 지만원소장의 시스템칼럼을 장기시리즈로 본지면에 연재(화,금 )합니다.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등을 역임하다 육군대령(육사22기) 으로 예편,미해군대학원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던 지박사는 시스템분석방법에 입각,오늘의 한국병을 진단하여 그 처방전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그 의 저서로는 「한국군」 「싱크로경영」등이 있습니다.<편집자주>

우리 국민에게 「기업의 최고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모두 「이윤극대화」라 대답한다.경영자의 성과는 이윤극대화라는 오직 한가지 잣대에 의해 평 가돼 왔다.잘해 보려 노력하다 회사에 손해를 입히게 되면 그 경영자는 해고되기 십상이다.이러한 환경에서는 훌륭한 경영자가 양성될 수 없다 .누가 잘못했는지를 따지는 것은 바보짓이다.잘못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야 한다.잘못이 다시는 반복 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경험으로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잘해보려고 노력하다가 저지른 실수를 용서받지 못한다면 누구도 소신있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다.그 비싼 경험으로부터 배우지도 못할 것이다.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이윤극대화정신 」은 이렇게 기업에게는 물론 사회전반에 엄청난 독약이 되어 왔다.많은 이들은 이러한 「단기 업적주의」를 군사문화라고 지칭하지만 실은 잘못된 기업정신이 만들어낸 한국병이었다.


아시아나여객기 참사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사고는 잇따랐다.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경험으로부 터 배운다.그러나 우리는 지난 20개월간의 값비싼 경험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무엇이 잘못됐는지 분석해 교훈과 시스템적 대안을 만들어 내지는 않고,누가 잘못했는가를 따져 일벌백계하자는 식으로만 일 관해 왔기 때문이다.결국 시스템적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장관만 체신 없이 잘려 나갔다.

한국인 한사람 한사람은 우수하다.그러나 이들이 모인 조직의 힘은 저조하다.선배들은 이를 국민성 탓으로 돌렸다.그러나 아니다.이는 시스템 탓이다.개인의 힘은 시스템 없이도 발휘되지만 조직은 다르다.시스템이 훌륭하면 조직의 힘은 인간능력을 곱한 것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시스템이 약하면 조직은 한사람의 능력만큼도 발휘하지 못한다.이러한 「시스템 에너지」에 착안하지 못하면 국제경쟁에서 낙오하고 만다.

카메라가 출동해서 사회적 병리현상을 조명해 주었다 .어떤 것들은 즉시 시정됐지만 어떤 것들은 여러번 조명해주어도 시정되 지 않았다.장관 소관 사항인 단답형 문제는 즉시 해결됐지만 여러 장관 이 동시에 관련된 시스템적인 것들은 조금도 시정되지 못했다.

수도물 문제에는 5개 정부부처가 공동으로 관련돼 있다.5개부처를 다루는 정 부의 경영능력이 단 한개 부처의 힘만큼도 발휘될 수 없을만큼 낙후돼 있다.국무총리 주재로 여러날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그들에겐 묘안이 없었 다.시스템에 착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내년 봄이면 낙동강 식수파동이 또다시 재현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만큼 시스템 황무지인 것이다 .복잡한 사회를 언치에 의해 경영하는 것은 혼란만 증폭시킨다.이러한 사회에 병리현상이 증폭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정부는 이러한 병리현상을 한국병이라고 진단했따.한국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의식 이 개혁돼야 한다고 믿었다.사정활동을 통해 의식이 잘못된 공무원을 색 출해 내겠다고 했다.

이로 인해 공무원과 대통령 사이에는 만리장성이 치솟았고 공무원은 만리장성뒤에서 복지부동해 있다.대통령이 90만 공 무원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해서는 이 사 회를 조금도 개선시키지 못한다.한국병은 의식병이 아니라 시스템 병이다 .

과거 수십년간 은행의 객장에 질서가 없었다.최근 어느날 갑자기 「대기번호표」시스템이 등장하자 은행질서가 즉시 개선됐다.그 간단한 번호표 시스템 하나로 해결될 일을 가지고 우리는 그동안 애꿎은 국민성만 탓했다.공항택시 바가지요금도 의식탓으로 진단됐다.진단이 잘못됐으니 처방도 없었다.싱가포르 공항에는 택시승차대가 7개다.7대의 택시가 동시에 사람을 싣는다.공항근방을 지나는 택시는 공항방송을 듣는다.그 결과 손님이 많으면 택시도 많이 들어온다.손님도 택시도 기다리지 않는다 .

기내에서는 안내방송이 나왔다.공항이 도심과 떨어져 있으니 손님은 미터요금에 3달러를 더 얹어주라는 것이었다.택시기사로부터 부당한 일 을 당하면 차번호를 적어다가 자기가 묵고 있는 호텔 프론트에 제보하면 경찰이 나와서 즉시 해결해 준다.바가지요금도 없지만 중요한 것은 손 님이 택시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홍콩공항에서는 한술 더 떠 1 4대의 택시가 동시에 사람을 태운다.

그러나 지금도 김포공항에서는 사람도 일열,택시도 일열로 늘어서 있다.맨 앞차가 짐많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떠나야 두번째 택시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20번째 서 있는 택시는 30분정도를 기다려야 한다.택시도 손님도 기다리는 시간에 짜증 이 난다.

택시기사에게 시간은 돈이다.그는 잃어버린 시간을 누군가로 부터 보상받고 싶어한다.가난한 사람이 돈많은 손님에게 바가지 좀 씌운 다고 뭐 그리 잘못됐느냐고 생각한다.못난 시스템이 못난 의식을 낳은 것이다.

의식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의 산물이다.바람직한 의식을 낳으려면 의식이 그렇게 바뀌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식개혁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 시스템개혁의 대상이다.개혁을 표방하고 나선 문민정부는 바로 이 중요한 사실에 착안하지 못하고 있다.<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1994.11.29 (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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