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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5 02:20
옛날이 그립소, 어느 노부부의 한탄
 글쓴이 : 최성령
조회 : 441   추천 : 18  

 

칠순을 넘긴 內外가 있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다.

남편 노인은 성실했고 남은 재산이 있어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아내는 신부전증으로 투석을 하고 있으며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아 擧動이 불편했다.

하루는 남편이 자식들이 보고 싶다며

아내의 밥상을 차려 놓고 외출을 했다.

 

점심 시간에 맞춰 기별을 하고 딸을 찾았다.

딸은 아버지를 반갑게 맞으며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바지락 칼국수를 마련한다고 시장을 갔다.

사위는 무슨 이유인지

직장을 내 놓고 실업자 신세이다.

그날도 사위는 집에 있으며

TV를 켜 놓고 신문을 뒤적이고 있었다.

딸이 시장에서 돌아와 분주하게 음식준비를 한다.

사위는 무엇이 틀렸는지

밥상머리에 오지 않고 안방에서 빈둥거린다.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 무렵에 아들 집으로 나섰다.

딸이 남동생에게 아버지의 방문을 알리고

저녁 식사 대접을 부탁했다.

 

아들 집에 당도하니 이 녀석이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식사를 준비 중에 있다.

며느리가 올 시간인데 직장에 일이 바빠 늦는단다.

이번에는 아들 녀석이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나서 실업자 신세다.

아들이 차려준 저녁식사를 하고

아들 입에서 돈 얘기가 나올까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보니 아내는 차려 놓은 식사를

반도 안 먹고 남겼다.

대충 설거지를 하고 앉으니

아내는 자식들의 소식을 묻는다.

갑짜기 남편은 욱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

혹시나 자신의 병치레가 힘들어서 그런가 싶어

아내도 자신의 처지가 안타까워 눈물이 핑 돈다.

"여보! 미안해요. 당신 힘든 거 알아요.

이렇게 사느니 나 먼저 저 세상으로 가고 싶어요."

"아니오! 당신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니 그런 걱정은 말아요.

자식은 부모가 지고 갈 평생의 짐 같아서 그렇소."

그렇게 둘이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다.

 

다음날 아파트 老人亭에서 그를 찾는다.

뚝방에 만개한 벚꽃구경을 가잔다.

으례 점심 外食노인의 부담이다.

밥을 살만한 노인이 별로 없는 아파트인지라

그는 내키지는 않지만 나간다고 약속을 했다.

밥을 먹으며 박근혜 탄핵 얘기가 분분하다.

대부분이 반대하지만 찬성도 있다.

 

노인은 탄핵 반대를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뼈 빠지게 일해서 이제 살만하니

복에 겨워 지랄들을 한다고 그는 열변을 토했다.

종북빨갱이들은 북으로 보내

고생을 시켜야 한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

밥을 산 物主가 하는 얘기이므로 조용히들 듣는다.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 놓으니

가슴이 오랜만에 시원하다.

대통령 선거가 코 앞인데

찍을 인물이 없다며 모두들 한탄을 한다.

 

집에 들어오니 아내의 얼굴이 심상(尋常)치가 않다.

어디가 아프냐고 물으니 아내는 고개를 젓는다.

다그쳐 물으니 아내는 울기 시작한다.

자식들이 돈 얘기를 했단다.

노인은 울화가 치밀었지만 아내를 보면서 참아야 했다.

"자식은 웬수여!"

"여보, 영감! 자식들은 저렇고 나 또한 당신의 짐인데

우리 한 날 한 시에 죽읍시다."

"차라리 옛날 배고프던 시절이 그립소."

노인은 아내를 부등켜 안고

참았던 울음을 꺼이꺼이 토해 낸다.

 

이때 전화벨이 울리지만

소리만 요란했을뿐 아무도 받지 않는다.

그렇게 해는 지고 밤이 되었지만

노인의 집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밖에는 벚꽃잎이 바람에 떨어지고

봄비는 추적추적 내린다. *

추천 : 18

Christian 17-04-15 04:12
 
서글픈 글을 읽는동안 아예 자식이 없으면 기대할것도 서운할것도 짐 될것도 없으련만
옛말의 "무자식 상팔자" 라는 말이 생각킵니다.
그래도 자식을 갖지못한 사람들은 "속을 썩여도 자식좀 있어봤음 좋겠다.."하고
세상사 생각하고 살 나름인가 합니다.
모든 자식들이 그렇지 않지만 부모의 늙은 생을 자식에게 의존하는 그런 시대는
이제 아득한 옛일, 되려 늙어서까지 부모가 자식을 돌봐야 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것 같습니다.
금강인 17-04-21 08:50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사십니다.
저와 제 주변도 다름이 없습니다.
자식들을 손님 대하듯 대하면 별 탈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손님 대하듯 말이죠.
손님이니까 예의를 지켜서 대접하고.
손님한테 아쉬워 할 필요도 없고 말이죠.
저는 그렇게 하니까 그나마 덜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비참하지만. 저를 변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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