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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7 03:37
대개 오래 사시는 분들을 보면서...
 글쓴이 : Long
조회 : 459   추천 : 12  

발행일자 : 2017-04-14 발행번호 : 2

대개 오래 사시는 분들을 보면 ...
지난 3월 1일 
싸늘한 수요일 아침녘,

이튿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 찬양을 위해 KTX를 타려고
동대구역에서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털모자 쓴 노인(?) 한 분이 다가와
반기듯 말을 건넸다.

“아이구나∼
KBS 박 장로님 아니신가요?
이게 도대체 얼마만입니까?
옛날 모습 그대로인데,
서울 가십니까?”




낯선 얼굴이라 가만히 살펴보니
10여 년 넘게 뵙지 못했던
아련한 얼굴,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버린
S목사님이셨다.

지금은 비록 은퇴하셨지만,
한 때 뛰어난 지도력으로
한국교계를 뒤흔드셨던 인물로

옛날 KBS에서 근무하던 나를
온갖 골칫거리(?)를 들고 찾아오셨던…,

예나지금이나 한 톨 변함없이
자기중심의 청문회스타일로
말씀을 던졌다.

“이 아침에 서울 가시는데
혹 시위에 참가하러 갑니까?
촛불은 아닐 게고
태극기 맞지요?
나도 태극깁니다!”



아흔에 가까운 고령(高齡)이지만,
탁월한 설득력으로 웅변하듯

상대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발휘하는 어르신이기에

작은 캐리어를 끌고 가던 나를
영락없이 요즘 흔한
시위 꾼(?)으로 몰아붙이는 듯해
조금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

“아∼ 아닙니다!
장로합창단 연주로 서울에 가려고…”

말도 채 끝나기도 전에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쏴 붙여댄다.

“아직도 매미(?)같이 노래합니까?
나이 일흔 넘어서도
KBS시절 청바지차림의 청년 모습 그대로구먼∼
허허허…”

쌓여드는 언짢은 기분에
서둘러 어설프게 작별인사를 나눈 후
승차시간이 되어서 캐리어를 끌고 KTX에 오르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공교롭게도 바로 옆자리에 S목사님이 앉으시기에
존경의 뜻으로 창 쪽 좌석을 양보해드렸다.



곧장 열차가 출발하자
잠깐 묵상기도를 마친 목사님은
더욱 밝아진 표정으로
본격적인 청문회(?)를 시작하신다.

“아까 말하다 그친 것인데…
정말 아직도 찬양을 계속하고 있단 말입니까?
나이가 있는데
목소리는 잘 나옵니까?”

“네,
30년 시무하고 원로장로가 되었지만
1부 예배 찬양대에 아내와 함께
모퉁이 돌처럼 앉아 찬양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박 장로님,
옛날 KBS방송국 때의 열정 그대로이네요.
창단하신 장로합창단 단장도
계속 맡고 있는지요?

도대체 몇 년째 단장을…,
요즘도 100명 넘는 장로님들이 찬양합니까?
물론 사무 간사도 있겠지요?

그토록 많은 단원들을 관리‧운영하시면
사례(?)도 꽤 많이 받지요?
참,
요즘 목사아드님은 어디서 목회를 하고 계십니까?”



연거푸 쏴대는 기관총(?) 질문에
주위의 승객들이 힐금힐금 눈총을 주는 동안
KTX가 대전역을 지날 무렵이었다.

“장로님이 17년째 단장인 것은
뛰어난 리더십과
권위와 명예를 누리신다는 뜻인데
가히 세계적인 기록 깜입니다!”

“목사님,
단장이란 권위와 명예의 자리가 아닌
낮은 자세로 단원을 섬기는
머슴일 뿐입니다.

가장 오래하신 단장은
인천 창단단장 고일록 장로님이 91세까지 31년을,

저와 창단발기인이셨던
故 송창화 장로님이 75세까지 15년을…”



“아∼ 정말
놀라운 감동 스토리입니다.
그 많은 장로들이 모인 대집단을
은혜롭게 잘 이끌어가다니…

옛날
내가 시무했던 교회의 10명 남짓한 장로들은
제각기 의견이 달라서
늘 나이 많은 이 담임목사에게 마음고생을 시켰고…

결국 우리부부는
정신과치료와
심한 만성위장병으로 숱한 고통 겪었답니다.
그런데
박 장로님 건강은 어떤지요?"

“목사님,
방송쟁이가 나이 먹으면
으레 말이 많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말 대신에 찬양시를 쓰는 글쟁이가 되어서
단장으로 봉사하면서

5년 전인 2012년 3월 초봄에
위장병 중에 가장 심각한 질병이라는
위암수술을 했답니다!”



이 말에
목사님의 말씀이 멈췄다.
청문회(?)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그러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조용히 말씀하셨다.

“장로님,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찬양하신다니
하나님께서 얼마나 좋아하시겠습니까?

이번 5월 부활절연합예배 때
장로합창단이 찬양을 하면
아멘으로 크게 화답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건강하십시오!”



다시 한참 침묵이 흘렀다.
창밖을 보니 KTX가 한강철교를 지나면서
곧 서울역이 가까워질 무렵,

S목사님께서는
나의 두 손을 힘 있게 꽉∼ 붙잡으셨다.

그리고
나지막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매우 뜨겁게 축복기도를 하셨다.



“찬양을 즐겨 받으시는 하나님 아버지!
아버지의 뜻에 따라
어릴 때부터 찬양케 하시고

오랜 방송생활을 거쳐
원로장로가 되도록 찬양의 종으로 지켜주심에
감사합니다.

장로님들의 찬양소리로
보수와 진보로 분열된
난국의 이 나라가

평화의 세상으로 변화되는
역사가 일어나게 하소서.

특히
호흡 있을 때까지
찬양하려는 박 장로님에게
건강의 복을
더하여주소서.

주여 믿습니다!
믿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아멘 아멘!”



대구에서 서울까지 가는 동안
KTX안에서 지겹게 쌓였던
언짢은 느낌은 사라지고,

목사님의 축복기도에
어느새
큰 머슴의 두 눈에 고였던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DEC170/늘 노래하는 큰 머슴
지난 4월 2일(主日)오후 노원교회 설립 60주년 기념 DEC의 축하연주회를 마치고
큰 머슴이 젊은 담임 목사님을 격려할 때 박수로 기쁨으로 축하하던 찬양동지들...

Phil Coulter Piano-Whispering Hope/(희망의 속삭임)

윈도우 7으로 만들어 음악이 들리지 않아 DEC(대장합) 홈피로 옮겨보세요
-
www.dechoir.net-

추천 : 12

금강인 17-04-21 08:40
 
감동적입니다.
젊게 사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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