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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안된다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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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11-18 16:55 조회7,0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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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어트' 안된다 (시론)
[조선일보] 1997-04-14 (해설) 칼럼.논단 05면 2144자  
  
○미­러,무기 판촉전

코언 미 국방장관이 10억달러 이상의 패트리어트를 팔기위해 세련되지 못한 말로 우리에게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3개 종류의 지대공 미사일을 내놓고 있는 러시아가 미국의 압력을 『자유무역원칙을 무시한 압력 행사』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바야흐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한국 무기시장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강대국간의 자존심 싸움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먼저 미국을 보자. 물론 미국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보면 미국은 북한의 오판을 원천봉쇄하는 100%의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다. 그때문에 우리는 연간 40억 달러에 상당하는 주둔비를 부담하고 있다. 양국의 이익이 합치하기 때문에 형성된 우호관계가 무기구입 하나로 파괴될 수도 없겠지만, 무기구입 하나로 양국 관계를 해치는 일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값싸고 성능좋은 러시아제 무기를 앞에 놓고도, 주권국가로서 언제까지 미국의 압력에 자존심을 구겨가면서까지 성능에 비해 비싼 무기를 일방적으로 사줄 수도 없는 일이다. 미국은 그동안 콧대를 높여가면서 무기만 팔고 기술이전에는 반감이 갈 정도로 인색했다. 그래서 우리 군장교들의 식상함도 하나의 작은 추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군 실무자들은 가격, 성능, 기술이전, 12억달러에 대한 상환수단이라는 명분과 장점을 들어 러시아제 무기를 선호하는 것 같다.

반면 미국의 입장은 매우 다급하다. 한번 맛이 들면 한국이 앞으로도 얼마든지 러시아 무기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군장비간 연동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피아식별 장비 등을 위시한 문제점들은 극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내면적인 이유는 독식 시장을 러시아에 내주는 것이 미국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라는데 있다. 미국의 자존심도 커다란 상처를 입지만, 점점 더 축소돼가고 있는 세계 무기시장으로 인해 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방산업계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문제를 양자택일로 발전시킨 것은 잘못이었다. 우리는 이제라도 문제의 성격을 바꿔야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업을 중단시키자는 것이다. 패트리어트의 성능은 가격에 비해 정당한 것인가. 패트리어트는 1965년도에 개발되기 시작해 1982년도부터 야전에 배치됐다. 이 무기는 전투기를 요격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파편으로 목표물을 가격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 파편을 가지고는 쇳덩이로 된 유도탄을 맞출 수는 있어도 격추시키기는 어렵다. 걸프전에서 이 장비를 사용한 것은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취한 궁여지책이었다. 사막에서의 격추율은 불과 10∼20%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상황에 안맞아

유도탄을 격추하려면 파편이 아니라 몸체로 맞추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중거리용 ERINT와 장거리용 THAAD를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ARROW를 개발하고 있다. 정말로 한국군에 유도탄 요격용 유도탄이 필요하다면 좀 더 기다렸다가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한국군에 유도탄 요격용 유도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가에 있다.

북한은 분당 1만발의 대구경포를 수도권을 향해 날릴 수 있다. 하늘을 새까만 융단으로 덮어씌울 만큼 엄청난 양의 야포들이 날아오는데 그 중에 스커드 몇개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 많은 탄두중에서 어느 것이 스커드인지를 구별하는 방법은 없다. 설사 스커드만 찾아서 요격한다해도 한국과 같이 떳따하면 도착하는 짧은 종심과 산악지형에서의 격추율은 불과 몇 %에 불과하다. 야포에 맞으나 스커드에 맞으나 파괴력은 비슷한데 1만개의 야포는 내버려둔채 스커드 몇 개를 격추한다 해서 달라질 게 무엇인가. 따지고 보면 유도탄 요격용 유도탄은 값만 비쌌지 우리에겐 「불요불급」한 무기다.

○타당성 재검토해야

북한은 장거리용으로 개발한 비싼 스커드를 수도권을 향해 날리지는 않는다. 왜 야포로도 가능한 거리에 비싼 것을 날리겠는가. 스커드 요격용 무기를 부산 근방에 배치한다면 부산을 향해 날아오는 스커드를 잡을 수 있을까. 이 역시 불가능하다. 전시가 되면 한국 상공에는 우군 비행기가 수없이 수를 놓을 것이기 때문에 스커드 하나 잡으려다 우리 전투기만 절단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처리방법은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 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워 하루라도 더 뜨거워지기 전에 불을 끄는 길일 것이다.


지만원/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 시스템공학박사, 군사평론가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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