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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18 18:07
교육개혁은 교과서 개혁으로부터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419  
교육개혁은 교과서 개혁으로부터

공무원들이 설친 것만큼 한국정부가 발전했다면 지금쯤 한국정부는 세계 최고가 됐을 것이다. 교육에 수선스러웠던 것 만큼 한국교육이 잘됐다면 지금쯤 한국은 세계 최다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냈을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두 아이를 둔 서민이 최하 100만원의 과외비를 쓰고 있다. 공무원 봉급으로 이러한 과외비를 충당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부정을 하면서도 양심에 가책을 받지 않을 것이다. 자식교육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혹은 공무원들만이 받는 것이 아니다. 교육비는 가계부에서 가장 큰 뭉치돈이다. 공식수입과 비공식수입이라는 이중 구조적 병폐를 이 사회 곳곳에 유발시킨 가장 큰 주범이 바로 한국교육이다.

학교교육의 개혁은 교과서 개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유치원 어린이가 읽도록 쓰여진 세계명작 애니메이션들이 있다. 어린이 책을 가장 잘 만든다는 회사가 만든 책들이다. 이 책들에 문제가 많다. 첫째는 유치원생이 읽기에는 문장이 길고 복잡하다는 사실이다. 둘째는 유치원생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선택됐다는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세 번 째 문제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논리적 연결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때에는 플로우차트라는 논리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매우 짧은 단문의 명령들로 구성됐지만 논리적 연결이 생명이다. 유치원생이 읽는 글은 바로 이렇게 쓰여져야 한다.

글을 읽으면서 논리적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익혀야 하는 것이다. 중학생용 자연 교과서를 읽어보았다. 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어른도 그 글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만큼 엉성하게 쓰여져 있다.

그 책들을 읽으면 교과서를 만든 사람들을 저주하고 싶을 만큼 흥분하게 될 것이다. 읽어도 읽어도 뜻을 모르기 때문에 과외수업을 찾게 되는 것이다. 논리로 문제를 풀려는 생각보다는 눈치로 위기를 넘기려는 마음이 앞서게 되고, 어려서부터 공부에 취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모든 교과서에 공통적으로 잉태돼 있다. 가장 어린 학생이 읽는 책일수록 가장 훌륭한 석학들이 공들여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권위 있다는 교수가 회계학 교과서를 썼다. 그 책을 읽으니 골이 아팠다. 용어가 상식과 일치하지 않았다. 논리적 근거가 정리되지 않았다. 만일 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았다면 회계학과 영원히 담을 쌓았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 가서 영문 교과서를 읽으니 혼자서도 넉넉히 깨우칠 수 있었다. 그 싫던 회계학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모든 교과서들이 이렇게만 쓰여진다면 누가 비싼 과외를 할 것인가?

교과서만 엉성한 것이 아니다. 조립용 장난감에 들어 있는 설명서를 보고는 장난감이 조립되지 않는다. 전자제품 설명서도 이 같이 부실하다. 일본 여성잡지를 보고 뜨게질을 하면 훌륭한 옷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한국 여성잡지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이 선박을 제조해서 외국에 팔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은 언제나 엉성하다.

사교육비가 20조를 넘는다. 정부예산의 30% 만큼 엄청난 것이며 공교육비 17조보다 더 큰돈이다. 이 사교육비는 대학교육 이전단계에서 낭비된 돈이다. 미국은 고등학교 때까지 돈 한푼 들이지 않게 하면서도 훌륭한 대학생들을 키워낸다.

우리 대학 도서관에는 읽을 만한 책들이 없다. 간단한 실험 기기도 없다. 모두가 죽은 교육이다. 대학에서 전기를 가리키던 교수가 미국 연구소에 취직했다. 전기 부품을 앞에 놓고서도 무엇이 저항이고 무엇이 커페시터인지를 구별하지 못했다. 학생이 질문거리를 가지고 교수를 면회하려 해도 시간을 얻지 못한다. 매년 20조라는 과외비가 대학에 투자됐다면 이렇게 못난 대학들이 지금쯤은 이미 선진화됐을 것이다.

이 세상에 가장 위대했던 위인이나 발명가는 경쟁을 통해 탄생하지 않았다. 경쟁은 인격을 파괴한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사람을 경쟁의 용광로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교육은 각자의 재능을 키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교육은 재능을 파괴해 왔다. 기업은 어던가? 잘나가는 기업일수록 군대보다 더 경직돼 있다. 경직된 THEORY-X 문화권에서 창의력이 자랄 리 없다.

한국에서 세 번이나 재수한 학생이 쥴리아드에 가서 천재로 성장했다. 대학에는 필수과목들이 너무 많다. 교수들의 이기심 때문이다. 자기 과목이 필수과목에 들어 있지 않으면 소외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렇게 길러진 대학생들은 천편일률적이다. A가 할 수 없는 일은 B도 할 수 없고, A가 할 수 있는 일은 B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능력과 관심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들은 사회에 나와서도 좁은 길에서 과당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01.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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