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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11-19 17:52
특별검사제의 명암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759  
특별검사제의 명암


한국사회에서는 한동안 검사가 과대평가돼 온 것 같다. 시집을 가는 처녀에게 검사의 몸값은 최고 수준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한국의 검사라는 집단은 실력면에 있어서나 도덕적인 면에서나 그리 존경할만한 대상이 아닌 것 같다.

어릴 적에 우리는 옛 어른들이 고등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선망하던 모습을 보아왔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여러번에 걸쳐 재판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고압적인 정부 기관이 어느 한 언론인을 명예훼손죄로 고발한 재판이었다. 고위 공직자들의 불투명한 행정을 글로 질타한 것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단다. 이런 명예훼손죄 소송은 현정부에 들어 더 극성인 것 같다.

국가기관이 고소장을 내니까 검사는 무조건 국가기관을 편들었다. 고소장을 요약하여 공소장이라는 걸 만들어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다. 그 공소장에 검사가 보탠 내용은 단 한 개도 없었다. 검사가 추가로 조사한 내용도 없었다. 검사는 대서사였을 뿐이었다.

그 언론인이 쓴 글은 전문 분야를 비판하는 평론 내용이었다. 검사는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기관의 대서사 역할을 수행했을 뿐만아니라 힘없는 프리랜서 언론인을 탄압하려는 국가기관의 법무 대리인 역할만 수행하고 있었다.

그 언론인은 변호사를 쓰지 않았다. 변호사에게 전문분야에 대한 설명을 아무리 열심히 해주어도 자기만큼 대변해 줄 수 없었다. 그가 변호사를 사용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한국의 변호사는 판사 앞에서 당당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마치 준육들린 사람 처럼 써온 원고를 작은 소리로 읽었다.

판사 앞에 당당히 서 있는 언론인은 검사의 공소장을 들어보이며 질낮은 대필서라며 공격을 가했다. 공소장에 써있는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 검사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검사는 얼굴만 빨개졌다. 검사가 수많은 방청객들 앞에서 그가 얕본 언론인에게 망신을 당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법정 공방이 별로 없고 판결은 막후에서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다. 한국법정에 누구나 나가보면 검사들이 미리 작성해온 내용을 방청객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낮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저런 것이 한국의 검사람 것인가!"하는 탄식의 소리가 절로 날 정도다.

미국의 법정에 여러번 구경간 적이 있었다. 판사가 쟁점을 부각시키고 각 쟁점에 대해 검사와 변호사가 열띤 공방을 시작한다. 판사는 공방이 초점을 벗어나지 않도록 사회하고 유죄냐 무죄냐는 10여명의 야합할 수 없는 다수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투표로 결정한다. 판사는 형량만 선고한다. 이런 법원에는 스릴과 낭만이 있다. 판사의 독단이나 막후 협상도 있을 수 없어 보인다.

우리 사회에 비쳐진 최근의 검사들은 불신 리스트에서 톱 랭킹에 속한다. 왜 그럴까? 그들이 인생에서 얻어낸 자격증은 법조문을 외운 결과로 얻어졌다. 그들이 외운 법조문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일본 법을 번역한 것들이다. 용어들도 외계인들이 사용하는 용어드 같고, 현대 감각에 맞지도 않으며, 때로는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도 들어 있다.

이런 비논리적이고 전근대적인 법조문을 세상의 최고인 것으로 알고 외우며 젊음을 보냈다면 그 사람들에게 과연 창의력이 길러질 수 있을까? 그래서 가장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들 중에 꼽히는 사람들이 법조인들인 것 같다. 전근대적인 법체계를 현대화하는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구시대 법으로 현대인들을 단죄하는 검사들은 존경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칼든 미숙아에 비유될 수 있을 것 같다.

실력이 없으면 권력에 아부한다. 연전의 검사에 대한 신문 만평이 떠오른다.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문다". 권력이 인사권을 쥐고 있고, 그래서 권력에 아부해야 하는 검사가 무슨 진실을 파낼 수 있을까?

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사람의 능력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시스템적으로 보면 한국검사들의 누뇌는 시간이 갈수록 퇴화될 수 있다. 논리를 훈련받지 못한 검사에게는 직관력도 자라지 않는다. 과거에는 고문이 검찰의 도구였다. 구문만 하면 없는 죄도 창조됐다.

그런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 검사들의 두뇌가 퇴화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민주화를 맞이하여 고문이 불법화되자 검사들의 성과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논리와 직관이 둔하기 때문에 검사는 피의자에게 속을 훤히 내보인다.

형사 콜롬보 처럼 여기 저기를 타치하여 피의자로 하여금 검사가 무엇을 마음에 두고 있는 조차 모르게 취조하고, 이렇게 모아진 편린들을 가지고 논리를 꿰어내야 하지만 한국 검사들에겐 그런 두뇌가 없어 보인다.

한국국민들은 이제 이런 검사들에게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검사제가 필요한 것이다. 특별검사라고 해서 이들보다 월등하게 유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객관성은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당사자배제의 원칙"(conflict of interest)이라는 게있다. 대통령이나 그의 부하들을 수사해야 하는 특별검사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한국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을 모두 대통령이 좌지우지 하기 때문에 삼권이 분립돼있지 않다. 그래서 진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이러한 상태에서 집권자들의 파행과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특검제다.

집권당 쪽 사람들은 미국에서도 특검제를 페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들어 한국의 특검제에 대해사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지만 민주주의가 일천하고 집권당의 황포가 횡행할 수 있는 한국에서야 말로 특검제가 양산되고 조사 범위도 확대돼야 한다고 본다.

옷로비 조사를 위한 특검팀, 조폐공사 파업 문제를 다루기 위한 특검팀은 집권당이 가한 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검찰 조사와는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 결과 검찰은 특검제와 비교되는 것을 의식하여 검찰의 독립과 능력향상을 자극받고 있으라 본다. 이는 검찰의 발전을 위한 매력적인 대안이라고 본다.



2001.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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