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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에게 쓴 신상옥 감독의 편지 - 2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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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하늘구름1 작성일10-04-23 21:21 조회15,8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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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5 선언은 민족에 대한 반역

만수대 혁명박물관, 조선전사, 동상들이 보여 주는 의미는 북한 땅과 인민들이 온통 金日成 一家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며, 남북한 간의 어떤 성명과 협약도 오로지 궁극적으로 사회주의 통일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천치 바보라도 알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만수대 박물관의 90개에 이르는 전시실을 꽉 채우고 있는 것은 셔먼號 사건을 주도했다는 金日成의 할아버지로부터 金日成에 이르는 3代의 신화 같은 치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오직 金日成 家系만이 일제로부터 나라를 구하고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민족을 건진 유일무이한 정통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20여 권의 방대한 역사책인 「조선전사」는 역시 절반에 가까운 10여 권이 金日成 一家가 한국의 근대사를 주도한 것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어떤 王朝史도 이럴 수가 없습니다. 북한이 변한다는 것은 이런 모든 것을 뒤집는다는 것인데 그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반세기 넘는 북한 왕조사를 송두리째 뒤집지 않고는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말하는 진정한 남북화해는 불가능하게 돼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615 회담을 했는지 정말로 궁금합니다. 그런 사실을 느끼고도 서명했다면 민족에 대한 반역이자 죄악일 것이며, 보고도 몰랐다면 이것 역시 직무유기로서 심판의 대상일 것입니다.

 

간단하고도 분명한 진실은 북한이 金日成 부자의 가부장적 전제군주 체제라는 것입니다. 이런 체제는 전제군주 일가의 수명이 다해야만 저절로 무너지게 돼 있는 것이지 외부의 「햇볕」으로 변화할 가능성은 눈꼽만치도 없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다행히도 金正日의 아들이라는 자들을 보면 북한 주민들이 3代에 걸쳐 충성의 멍에를 지지 않아도 될 정도이니 우리가 자유민주 체제의 강점을 살려 발전해 나간다면 저쪽은 저절로 와해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입니다. 그런 정권을 당신은 붙들어 주고 연장시켜 주고 있는 것입니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

햇볕정책이 실패한 두 번째 이유, 즉 「은밀한 돈 거래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은 은밀한 뒷거래로 소위 평화를 사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어떤 변명이나 그 유명한 궤변으로도 이 사실을 덮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은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평화는 돈으로 살 수 없다는 아주 기본적인 상식을 도외시한 잘못이 그것입니다. 당신과 당신 추종자들이 아주 평범한 이 진리를 몰랐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알고도 매우 긴박한 그 어떤 필요, 예컨대 노벨상 수상과 같은 절대적인 목표의 추구를 위해 상식을 밟고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일 것 같습니다.

 

북한은 달러에 목말라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자 金正日은 대부분 독재자들이 그렇듯이 막대한 비자금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나와 내 아내를 납치해 놓고 영화 만들기를 강요하면서 엄청난 물량을 지원해 주던 솜씨와 배짱으로 보아 그의 통치자금은 천문학적인 숫자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당신과 당신의 정부는 그런 金正日의 비자금 중 일부를 조달해 주는 代價로 「평화」를 산 셈인데 그렇게 하여 산 평화의 효력이 어떤 것인지 서해도발에서, 핵무기 개발에서, 그리고 여차하면 일방적으로 무산시켜 버리는 각종 회담과 약속의 파기에서 생생하게 경험했을 줄로 압니다.

 

돈이란 것은 아주 더럽고 치사한 것입니다. 주고도 욕을 먹는 것이 돈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거지에게 1000원씩 주다가 어느 날 500원을 주면 욕을 먹습니다. 최근 林東源 특사가 평양을 방문했으나 「위원장 동지」를 만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한 것은 돈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비아냥이 국제사회에 떠돌고 있습니다.

 

아마도 사실일 것입니다. 이로써 당신은 당신 자신을 포함하여 북한의 「장군님」은 물론이고 남북한 동포들 전체를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하였습니다. 최근 당신과 북한의 金正日 615 남북 頂上회담의 뒷돈 거래가 밝혀지려고 하자 서둘러 금강산 육로관광의 시범 운행을 실시하고 北에서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현대의 정몽헌과 김윤규를 보란 듯이 초청하고 南에서는 이들 두 사람에게 일시적인 출국금지조치 해제를 하여 또 한 번 세계를 향하여 꾸며 낸 연극을 보여 준 바가 있습니다.

 

그 행사에 참석한 鄭夢憲의 웃는 얼굴이 신문에 난 것을 보고 연민을 느꼈습니다. 陸路관광이든 海路관광이든 北에서 시혜를 베풀면 길이 열리고 北이 수틀리면 닫아 버리는 길이 아닙니까. 그런 속셈에 이용당하고 있으면서도 철없이 웃다니 한심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北에서는 땅굴 수십 개에 해당하는 침공로를 열어놓고 손익을 계산하고 있을 테지요.

 

지난 5년 동안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돈을 주고 사 놓은 「평화」의 질량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거래를 의심하는 사람들을 당신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이들을 부추겨 전쟁狂, 수구반동분자, 외세의존주의자로 몰아세웠습니다. 민족애라는 이름으로 당신은 진정으로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이 허위의 장막이 영원하리라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당신의 가장 큰 실수일 것입니다.

 

부시와 당신의 뒤바뀐 역할

당신은 북한을 잘 몰랐을 뿐만 아니라(아니면 지나치게 많이 알고 있었든지) 미국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의 「장군님」 또한 그 호칭에 어울리지 않게 미국에 대해 전략적인 시각에서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요즘 절감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마음씨 좋은 엉클 샘이 아닙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힘을 가진 비정한 나라입니다. 미국과 미국민은 거짓말을 가장 싫어합니다.

 

약속을 뒤집고 뒤통수를 치면서 떼를 쓰는 독재자의 허장성세를 가장 증오합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자기 국민들을 굶주림으로 내몰면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정권을 지원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후세인의 정권을 인정하지 않듯이 북한 정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 들어 있는 말입니다. 후세인 다음의 응징 대상은 金正日이라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중재를 하겠다는 한국 대통령의 공언을 미국은 가소롭게 여길 것입니다. 미국 사람들이 한국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이유 중의 하나가 탈북 동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입니다. 30만 명에 가까운 탈북자들이 만주 벌판과 중국 천지를 떠돌면서 매일매일 죽음의 공포와 싸우고 있다면 국가적 차원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마땅합니다.

 

제대로 된 정부를 가진 국가라면 다른 어떤 일보다 이 일을 최우선으로 해결하려고 할 것입니다. 특히 단 한 명의 自國 국민이라도 敵國에 억류되어 있으면 모든 국력을 다하여 구출하려고 애쓰는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오늘의 대한민국 정부는 정부라고 부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의 눈으로 볼 때 북한이 自國 국민 몇 사람 납치한 사실이 밝혀지자 國交정상화의 발걸음을 멈추어 버린 일본은 무엇이 「국익」인지 모르는 바보처럼 보입니까? 미국이 베트남의 오랜 역사의 자주 독립 의지를 잘 몰라 실패했듯이 오늘날 북한은 미국의 가치관과 세계전략을 잘 몰라 망할 것입니다.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북한은 흥정과 도박판을 벌이고 있습니다. 더욱 우스운 것은 북한이 벌여 놓은 그 도박판에 당신이 끼어들어 중재를 하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지금 그런 입장입니까? 북한이 핵무기를 들고 미국과 대치하는 것은 그 핵무기를 미국으로 쏘겠다는 것이 아니라(북한의 핵탄두는 절대로 미국으로 날아갈 수 없습니다) 유사시에 남한을 겨냥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재라니요? 그렇게 한가합니까?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 같고 한국의 대통령인 당신은 바다 건너 제3의 나라 대통령 같은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주한 미군의 존재 이유에 대해 요즘 일각에서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국가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주둔하는 것이지 우리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변합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어쩌자는 것입니까? 미국과 한국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그 위협이 사라지기라도 했다는 것입니까? 갑자기 金正日이 감상적인 소녀로 둔갑하기라도 했다는 것입니까? 요즘 진보주의라는 이름의 대책 없는 낙관론자들은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일으킬 이유가 없다』고 순진하게 말합니다. 역사상 가장 비참한 전쟁은 민족 내부의 전쟁이었다는 사실들을 새삼 들출 필요도 없이 불과 반 세기 전에 625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을 앞에 놓고 이처럼 순진한 소리들을 함부로 지껄여도 되는 것일까요? 남한 사람들의 시각을 이렇게 만들어 놓는 것이 「햇볕」의 진정한 목표였습니까?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어 한국인의 무너진 자존심을 살려달라 자리에서 물러나는 사람에게 잘잘못을 따지거나 돌팔매질을 하지 않는 것이 동양인의 미덕입니다. 이제 며칠 있으면 권좌에서 물러날 당신에게 굳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으로 인하여 상처받은 한국 및 한국인의 자존심과 실추된 국가 위신이 너무나 크고 깊기 때문입니다.

 

우리 외교는 더 이상 국제 사회에서 발을 붙이기 어렵게 됐고, 우방에 대한 신의는 땅에 떨어졌으며, 한국인이 콩으로 메주 쑨다 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준비된 대통령」이라던 당신의 업적입니다. 이 업적들을 그냥 보따리에 싸들고 돌아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일생 단 한 번만이라도 솔직해져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고 국민과 세계를 향하여 사죄할 것은 사죄하여 국가의 위신을 회복케 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이제 막 출범하는 새 정부로 하여금 당신이 파놓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우리는 당신이 거짓투성이의 남루한 옷을 걸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한 점 의혹도 없이 밝혀서 이후의 역사가 제대로 순항하도록 길을 닦아 준다면 우리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의 재임 중 마지막이 될 편지를 쓰려고 사항을 적어 보았더니 그 항목이 너무나 많은 데 스스로 놀랐습니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다 알 것이고 당신 또한 알고 있으리라 믿고 햇볕과 노벨상, 그리고 남북 頂上회담의 화려한 치적 뒤에 숨은 당신의 허위에 대해서만 몇 자 적었습니다. 부디 큰 용기를 내어서 한국인으로 사는 기쁨과 보람을 되찾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국가중흥회 원문보기 글쓴이 : 국가중흥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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