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클럽
 
 
작성일 : 09-11-18 21:07
의식 개혁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983  
의식 개혁


시스템이 어떻게 의식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자. 세 대의 공중 전화기가 있다. 한국인들은 세 줄을 선다. 그러나 선진국 사람들은 한 줄을 선다. 가장 짧은 줄을 골라서 섰지만 그날은 재수가 안좋아 오래 기다렸다.

그때 무엇을 느낄까. "일찍 와야 소용없다. 줄을 잘 서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회 곳곳이 이 처럼 요행에 의해 차례를 배분한다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요행의식이 자랄 것이다. 요행이 차례를 배당해주는데 누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저축할 것인가?

반면 선진국 사람들은 한줄을 선다. 맨 앞에 서있는 사람이 먼저 끝나는 전화를 차지한다. 일찍 오면 일찍 차례가 온다. 예측도 가능해진다. 사회 곳곳이 이렇게 논리에 의해 차례가 배분되면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논리의식이 자란다.

동대문과 종로통은 상가 밀집 지역이다. 짐차들이 부지런히 다니면서 짐을 날라야 경기가 활성화된다. 뉴욕같이 복잡한 도시도 대형차가 상점 앞에 20분 간 정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상가에는 이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가끔씩 단속반이 나와 있으면 용달차들이 짐을 부리지 못해 수십 바퀴를 돌면서 눈치를 살핀다. 시간, 자원, 공해상의 엄청난 낭비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성의 파괴다. 눈치보는 습관이 길러지는 것이다. 한국 국민의 의식은 선천적으로 못난 것이 아니다. 바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의식이 개혁돼야 한다는 말이 아직도 유행이다. 모든 국민의 의식이 천사처럼 개혁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이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램일 뿐이다. 그 누구도 수많은 타인들의 의식을 고치지 못한다. 자기 자식의 의식도 고치지 못하지 않는가? 그래서 의식 개혁 운동을 통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선진 사회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 개선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설사 모든 이들의 의식이 천사처럼 깨끗하게 개혁됐다 해도 의식 자체는 시너지를 낼 수 없다. 시너지는 반드시 시스템이라는 기계를 거쳐야만 나오는 것이다.


2000. 5. 21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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