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시(9)] 바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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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3-02-21 10:42 조회9,0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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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래?
을씨년스런 미나리 밭
한 가운데
검정색 하코방
야간고 교실 있었다
갈 곳 잃은 고2시절
울퉁불퉁한 흙바닥에
검은 책상 연결해놓고
곤한 잠 취했다
한밤중
천둥번개가 엉켜 싸우고
장대비가 유리창을 때렸다
문틈 뚫은 귀신바람
책상 밑을 맴돌았다
상상이 발산하는 공포감
견딜 수 없었다
비에 젖은 나무창틀
열리기를 거부했다
저 멀리
등대 빛이 흐리게 보였다
검은 건물을 멀리하기 위해
숨차게 달렸다
그칠줄 모르고
쏟아져 내리는
차디찬 은구슬만이
나를 위한
유일한 위안이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이 밤중에
막막한 이 순간
내 지금의 처지와 바꿀래?
아니~
베트남 전쟁터
바위와 바위가 얽혀진
정글 속
갑자기 교전소리 요란했다
고향에 두고 온 얼굴들이
주마등 되어 스쳐갔다
아! 이 순간을
무를 수만 있다면
이 절박한 순간
지금의 처지와 바꿀래?
아니~
칠흑보다 더 검은
월남 정글의 밤
바위틈 속에는 베트콩
그 위에는 따이한
네 개의 수통 물은
이미 오전에
다 마셨고
혀가 타고 피가 마르는
갈증이 이어졌다
숨소리마저 부담스러운
적막 속
전후좌우 바위틈에서
베트콩이 단검을 들고
기어올 것만 같았다
이 기막힌 순간
지금의 처지와 바꿀래?
아니~
호랑이 등 타고 간
박사과정
고공에서 외줄 타는
처지가 됐다
세 개의 지옥문 앞에 섰을 때
그 입장을 무르고 싶었다
지금의 처지와 바꿀래?
아니~
내가 살아온 80인생
그대로 다시 살라
하늘이 허락하면
살래?
아아니 천만에요
2023.2.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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