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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인생 자체가 현대사 

                    (나의 산책)

 

               자유공간에 내가 남긴 궤적

 

나는 내가 걸어온 길이 절대자가 짜놓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 말고는 내가 내 인생을 해석할 수가 없다.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현대무용의 전설이요 어머니라 불리는 여인 이사도라 던컨이 산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49세의 생을 농도 짙게 채우고 갔다. 그녀를 그렸다는 영화주제곡 이사도라는 슬픈 곡이다. 짧은 생을 살았지만 그녀의 삶은 영혼의 삶이었다. 사회적 통념과 인습을 훌훌 털어버렸다. 춤을 위해서는 옷도 신발도 다 던졌다. 코르셋과 토-슈즈도 내 던졌다. 그녀가 추는 춤은 매뉴얼로 추는 춤이 아니라 자유를 즐기는 영혼의 춤이었다. 영혼이 추는 춤에 육체가 실린 것이다. 이것이 그녀의 춤 이론이었다.

 

타이타닉의 여주인공 로즈,  거미줄 같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상류사회의 속박을 이기지 못해 바다에 뛰어 내리려 했다. 이 순간 남주인공 잭 도슨이 나타나 영혼적 교감을 했고, 순간의 교감이 그녀를 살려냈다. 그녀는 잭 도슨이 이끄는 대로 자유분방의 세계에 몰입했다. 그 자유분방함은 자유방임이 아니라 자기철학과 자기기율에 충실 하는 격이 있는 삶이었다. 잭 도슨은 영국 상류사회 사람들에 말한다. “나의 하루하루는 다 기억할 수 있는 날들이었다”(Make everyday count). 자유분방했던 잭 도슨은 운명이 엇갈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로즈의 영혼을 해방시킨다. “말을 탈 때에는 다리를 한쪽으로 모으지 말고, 말 등의 좌우에 나눠 놓고 타라, 애들도 아주 많이 낳아라” 로즈는 잭 도슨의 도움을 받아 영혼적 자유인이 되었지만 이사도라는 스스로 영혼을 해방시키며 살았다.

 

영혼적 자유인, 나는 살벌한 육사 생활을 하면서도 낭만 속에서 살았고, 그 낭만은 영혼에 있었다. 모든 내적 외적 속박으로부터 나를 벗어나게 한 것은 독서와 사색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19세부터 나는 역사소설로 시작해 영웅전 위인전 고전소설 같은 것들을 읽었고, 읽은 내용들을 되새김질 하면서 길을 걸었다. 내가 걷는 길은 상상으로 채워진 길이었다. 

 

독서에 몰두할 수 있었던 사관학교 교정을 졸업하고 싶지가 않았다. 주홍글씨를 읽을 때에는 내가 헤스터 프린이 되어 베개를 적셨고, 나폴레옹을 읽을 때에는 내가 나폴레옹이 되어 높은 연단에 올라 사방을 훑어보기도 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사춘기, 내가 읽고 생각하고 상상했던 모든 것들이 내 몸 속의 한 영혼을 조각해 놓았을 것이다. 자유분방,  이사도라에도, 황야의 총잡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에도, 잭도슨에도 넘쳐나 있었다. 아마도 나는 이런 부류에 속한 하나의 존재가 아닐까.

 

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병영 세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소위 시절, 하사관들을 괴롭히는 고참 대위가 짐승처럼 느껴지는 순간 앞 뒤 안 가리고 그와 격투를 벌였다. 청운의 꿈은 안중에도 없었다. 26세로 갓 중위가 되었을 때, 베트남 전쟁터에서 한국군을 면전에서 비하한 미군소령이 있었다. 나는 그를 혼내주기 위해 병사들을 시켜 그의 발밑에 조준사격을 가했다. 우쭐 대던 미군소령이 체면도 위엄도 다 팽개쳐 버리고 줄행랑을 쳤다. 27세, 베트남에서 잠시 귀국하여 6개월 동안 육군본부에 근무할 때, 나는 아래 위 개념 없는 한 기생오라비 병사를 패주었다. 이에 정일권 국무총리실로부터 지중위를 엄벌에 처하고 결과 보고하라는 전통문이 김계원 참모총장실로 날아왔다. 나는 먼저 그의 누나 집에 찾아가 정인숙과 담판을 지었고, 국무총리실로 찾아가 담판을 지어 지중위를 엄벌하라는 국무총리의 전통문을 폐기시켰다. 28세에 갓 대위가 된 나는 다시 베트남으로 재파병 되어 130여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포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병사들에게 군복 바지를 궁둥이까지 잘라 입으라 했고, 모든 집합과 점호를 생략했다.  

 

1974년, 미해군대학원에 경영학 석사 학생 1명을 뽑는다 하기에 사관학교 졸업 만 8년이 지난 시점에서 영어시험을 보았고,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아 군사유학 역사에 이변을 낳았다. 베트남에서 작전을 나갈 때에도 철모 속에는 얇은 영문소설책이 있었다. 미해군대학원에서 일단 공부를 시작하면서 나는 극기의 인생을 살았다. 군사작전에 수리공학을 응용하기 위해 1907년에 설립한 미해군대학원 역사에서 문과 석사과정에서 이과 박사과정으로 전환한 사람은 오로지 나 한 사람뿐이었다. 나는 박사 논문에 수학공식 2개와 수학정리 6개 그리고 미해군함정이 90일 동안 작전을 나갈 때 함정 창고에 싣고 나가야 할 각 수리부품의 수량을 계산하기 위한 실용적 알고리즘을 만들어 선사했다. 한국에서 온 한 작은 청년장교가 콧대 높은 미국의 한 상아탑 세계에서 전설의 인물로 회자됐다. 극기와 열정의 덩어리가 그 시대의 나였다.

 

금의환향하던 1980년 10월 어느 날, 그날부터 나는 중앙정보부 이문동 제2차장실 특별보좌관이 되었다. 나에게 배당된 넓은 방이 차장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국장들의 사랑방이 되었다. 나는 이 분들로부터 수많은 미지의 현실세계를 접할 수 있었고, 북한에 대한 문헌들을 읽었을 수 있었다. 그리고 4개월짜리 단기 교육과정도 받았다. 이런 기회는 나를 길러주려 하셨던 육사11기 김성진 박사님의 배려차원에서 마련해 주신 것이었다. 청와대 비서관을 할래, 중정에서 과장을 할래, 아니면 연구소에 갈래? 많은 생각 끝에 나는 연구소에 가겠다고 했다.

 

                  내가 가는 곳엔 풍운 일어

 

연구소에 가서부터 나는 연구벌레가 되었다, 밤 12시가 넘어도 내 방에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1982년 내가 내놓은 첫 연구는 홈런으로 통했다. 그 연구결과를 당시 윤성민 국강장관이 받아들이면서부터 군에는 일대 회오리바람이 불었다. 전군적 예산개혁, 나는 전군을 순회하는 강사가 되었다. 각 사단별로 자원관리 참모가 생기게 되었고, 공기나 물처럼 자유재로 인식되던 군용품 모두가 회계처리 됐다. 역사상 처음으로 군에 비용의식이 탄생한 것이다. 아마도 육해공군 해병대에서 내 이름을 모르는 군인들 없었을 것이다. 2005년에도 윤상민 전 장관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에 열번 건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12.12와 5.18에 대한 역사를 쓰면서부터 그는 나로부터 사라졌다. 그는 분명한 역사적 인물이었고, 그에 관한 기록들을 가지고는 그를 미화할 수 없었다. 웃는 알굴에 또 침을 뱉은 것이다.  

 

1982년부터 예산개혁을 실행하던 5년 동안 그와 나는 하나였다. 예산개혁으로 인해 그는 장관을 최장수 5년을 했고, 그 예산개혁은 전 공무 사회로 확산됐다. 당시 윤성민 장관은 내가 건의하는 것들은 다 수용했다. 지금의 방위청 같은 특수조직을 만들자 건의했고, 그는 이를 추진했다. 그런데 기득권을 가진 장군들이 결사 항전을 해서 포기됐다. 미해군대학원과 같은 대학원을 군에 만들자 제안해서 장관이 수락했다. 당시 육사교장인 김복동 장군은 골프장을 헐어 학교를 만들겠다 했다. 그런데 김복동 장군과 라이벌이었던 육사 11기 이범준 장군이 국방부 기획관리실장을 하면서 적극 반대해서 무산됐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제안했던 방위청이 설치됐고, 수준은 미달되지만 국방대학원에는 대학원 과정이 따로 설치돼 장교들의 수학적 사고방식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내 얼굴은 두 개가 되었다. 한 얼굴은 신선한 충격을 주는 국보의 얼굴이고, 다른 한 얼굴은 건방지다는 얼굴이었다. 마치 이사도라가 현대무용의 어머니라는 얼굴과 ‘공산당 창녀“라는 두 개의 얼굴을 선사받았듯이. 

 

                  나비인생과 공산세계는 양립 불가  

 

1987년, 나는 미해군대학원에 다시 갔다. 아름다운 해변이 그대로 있었고,  성난 파도를 은가루로 만들어 하늘 높이 분사하던 절벽이 그대로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내가 공부를 할 때 달랐고, 교수생활을 할 때 달랐다. 목가적이고 시 같은 인생이 제2의 고향인 몬터레이 반도에도 있었다. 1989년 말에 돌아온 나는 전혀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 의도해서가 아니라 열심히 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이후 약 10년 동안 나는 나비처럼 화사하게 살았다. 가족 모두가 행복했다. 가는 데마다 반가운 인사를 받았고, 심지어는 택시에서도 기사들로부터도 인사를 받았다. 김대중 진영으로부터 온 장관자리 제의도 마다하고, 이회창 진영으로부터 제의된 전국구 자리 등도 마다 할 만큼 프리랜서로서의 내 인생은 참으로 행복했다. 자유가 보장됐던 행복했던 내 인생은 55세로 마감됐다. 그리고 김대중 시대로부터 열리기 시작한 이른바 빨갱이 물결이 파도치면서 화사했던 내 행복은 부서지기 시작했다. 내 인생을 스케치한 “뚝섬 무지개”, 읽은 분들은 독특한 자서전이라고 평한다. 또 다른 분들은 목가적이고 낭만적인 시대를 그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의 후반에 이어지는 내 인생 스토리는 험한 가시밭길을 걸으면서 피를 흘리고 있는 고난의 역사요  비극적인 현대사 그 자체로 읽힐 것이다.

 

       육사시절 가장 가까웠던 1년 선배가 고소

 

내 일생 최초로 나를 고소한 사람은 육사21기 이청남이었다. 그의 동기생들이 '육사 선후배 사이에 이러면 안 된다’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이청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대중 시대의 개막이 여기에서도 실감됐다. 당시 해군은 독도문제로 자극받아 대양해군을 꿈꾸고 있었다. 하푼 미사일을 장착하는 3천톤급의 대양 잠수함을 갖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국방과학연구소 연구결과 3,000톤급이 합참 소요문서에 반영됐다. 이 찰나에 김영삼의 청와대에서 몸체를 키운 예비역 소장 이청남이 국방부 방위사업실장으로 부임하면서 3,000톤급 소요가 밀실에서 갑자기 1,500톤급으로 둔갑됐다. 현대로 결정되었던 잠수함 제조권을 대우에 수의계약을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수많은 실존 잠수함들이 매대에 올라있었지만, 그는 실존하지도 않는 독일 잠수함만을 고집했다. 원칙을 준수한다는 육사전통은 이청남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기술능력을 평가한다며 기술평가단을 독일, 프랑스 등에 출장을 보냈지만 이는 독일 잡수함을 선택하기 위한 낯 뜨거운 쇼에 불과했다. 당시 나는 전두환으로부터 명령을 받아 율곡 13년의 성과를 분석했던 사람이었기에 율곡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통했다. 이런 내가 보기에 이 파행은 율곡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장장 6개월에 걸쳐 수백 건의 신문기사와 사설들이 이청남의 비리를 질타했지만 그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라이벌 업체인 현대가 1997년 11월 18일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이청남 방위실장은 거칠 것 없다는 듯 97년 11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량형잠수함은 대우와 수의계약 할 것이다" 매우 거세게 나갔다.

 

나는 당시 월간 말지로부터 기고 요청을 받았다. 당시 나는 한겨레나 말지가 좌익 매체인지도 몰랐다. 그런 매체들이 빨갱이 매체들이라는 것은 김대중의 적화작전이 실행되면서 비로소 알게 됐다. '말'지는 내게 “IMF를 당해 나라가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도 국방부가 국방비를 함부로 쓰고 개혁도 하지 않고, 특히 당시 사회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잠수함 사업에 대해서는 밀실 놀음을 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지적하는 기자에 대해 국방부 출입을 금지시키는 전근대적인 조치를 취한다며 이를 따끔히 지적하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말'지는 1998년 2월호에 ‘IMF특집’을 냈다. 그 중에 내가 기고한 "15조 국방비, 30%의 거품을 걷어내라"는 제목을 단 아래 글이 포함돼 있었다.

 

“문제의 근원은 군이 추진하는 대부분의 사업은 장교들의 발상에 의하여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기업들이 장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해 주고, 사업에 대한 교육도 시켜주며, 적지 않은 도장 값으로 매수하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정경유착은 절대로 근절되지 않는다. 군 스스로 과학적 분석의 질을 높이지 않는 한, 장교들의 두뇌는 기업에 의해 점령된다. ‘정보화 사회’라는 구호는 높지만, 세상 물정과 새로운 정보에 어두운 한국군 장교들은 앉아서 기업인들이 제공해 주는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그때그때 받아들이기에 바쁘다. 머리가 비어 있는 장교들의 두뇌는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임자다. 일단 어느 한 업체에 의해 세뇌당한 장교는 다른 경쟁업체의 접근이 귀찮아진다. 이미 형성된 기존 업체에 대한 호의적인 선입관은 하나의 소신으로 비화된다. 그 소신을 펴기 위해 장교들은 특정 업체를 적극 비호하게 된다. 예산을 가진 장교를 먼저 점령하는 기업이 돈을 버는 것이다. 그래서 국방비는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있다. 이번 중형 잠수함을 둘러싼 파행이 이를 웅변해 준다. 이번 잠수함 도입을 둘러싸고 장관, 차관, 방위실장, 합참무기체계조정관, 국방부사업조정관 등이 한 재벌기업을 일사불란하게 밀실에서 감쌌다. 그들이 돈을 얼마나 챙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공공연히 저지르는 파행은 ‘돈을 먹지 않고서는 저지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부조리다”

 

위 글이 고소를 당한 것이다. 일생에 처음으로 당하는 재판이라 나는 마치 망치로 머리를 가격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 재판 도중 그가 증언대에 섰지만 그는 그를 향해 날아가는 합리적 질문들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모두가 비밀이었기 때문에 그가 아니라 답하면 아닌 것이 되었다. 말지가 고용한 변호사가 변호를 했지만 제1심을 맡은 변진장 판사는 1999년 7월 20일, 말지 편집부장 최진섭과 나에게 각 벌금 100만원씩을 선고했다.  

 

말지는 항소를 포기했지만 나 혼자 항소를 했다. 변호사도 없이 내가 쓴 항소장에 의해 제2심 판사 김경종 재판장은 1999년 12월 7일, 나와 최진섭에 무죄를 선고를 했다. 변진장 판사는 검사의 공소장 그대로를 베껴서 판결문을 썼지만 김경종 판사는 판결문을 아래와 같이 창작해서 썼다. 내가 김경종 판사의 판결문을 그대로 여기에 옮긴 것에는 이유가 있다. 판사가 편하게 지내려면 검사가 쓴 공소장을 그대로 베끼면 되는 것이고,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해 주려면 많은 양의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제2심 판결문에는 행진곡마저 흐르고 있다.

 

“고소인 이청남과 나승수는 ‘율곡시업이 계획단계에서부터 많은 전문가들과 각부서의 실무자들이 여러 차례에 걸친 혐의 끝에 결정을 하게 되고, 사업의 시행에 있어서는 세부적인 사항에 이르기까지 각 부서의 장과 장관 및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보고를 하는 등 사전 및 사후 통제를 받게 되어 있고, 정기적인 감사를 받도록 되어 있으며, 이번 잠수함 도입사업과 관련하여 관련자들이 비리에 연루되어 처벌을 받은 적이 없으므로 피고인 지만원의 글은 이청남을 악의적으로 비방하기 위해 허위의 사실을 나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 지만원은 한국군사평론가협회 부회장으로서 군사평론, 국가.기업의 경영혁신에 관하여 꾸준히 기고 및 강의 활동을 하고 있고, 특히 한국 군수산업 및 한국군의 문제점을 비판해온 군사평론가로서 율곡시업의 성과분석의 책임자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이번 "말"지에의 기고문에서도 "IMF시대의 한국군의 과제: 15조원의 국방비 30%의 거품을 걷어내라"는 제목 하에 비방목적과는 전혀 무관한 개선 지향 적인 소제목들이 나열돼 있고, 그 결론을 "군이 군 내부의 과학자들까지도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을 만큼 과학과 경영지식을 멀리 한 채, 15조라는 국방비를 사용하니 낭비가 오죽하겠는가 라고 맺고 있다.”

 

“또한 이청남과 나승수의 주장대로라면 군에 비리가 없어야 했지만, 실제로 국방부는 이미 율곡사업 등 군수사업 비리와 관련하여 1993. 7 경 국방부는 국방 제2차관보, 해군 군수사령관 등 장군 2명을 보직해임하고, 관련자 28명을 징계했으며, 그 이후에도 여러 잡음이 일다가 1996.7경에는 3명의 전직 국방장관, 4명의 4성 장군이 뇌물수수 등의 비리혐의로 형사처벌 된 사실, 게다가 당시에는 율곡사업 중 중형잠수함사업과 관련하여 (1)애초에는 3,000톤 급 잠수함 기종이 계획되어 공개경쟁 사업으로 추진되는 게 원칙이었음에도 비공개 절차에 의하여 3,000톤 급이 1,500톤 급으로 하향조정 되었고 (2)방위사업실장인 이청남 주도하에 "SSU 개량형 잠수함 사업 관리규정"이 특별 예외 규정으로 신설되면서 공개경쟁 입찰 방식이 대우 측과의 수의계약 방식으로 변경되었으며 (3)이청남은 1997.11.21경 개량형 1,500톤 급 잠수함 사업은 중복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대우 중공업과 수의계약 할 것이라고 기자회견을 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고 1997.11.28경 앞서의 기자회견 내용은 자신의 사견에 불과한 것이므로 취소한다고 번복하는 기자회견을 하는 등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인하여 사업의 문제점이 논란거리로 등장한 사실, (4)이어서 대우와 경쟁관계에 있던 현대중공업이 국방부를 상대로 법원에 "방위사업 참여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1997. 10경 정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에 대한 타당성이 논란거리로 등장했고, 언론에서도 국방비가 특정재벌 기업을 밀어주는 것이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중형잠수함 사업이 사회 전체의 공익적 관심사로 부각돼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5)이러한 사실들과 관련하여 지만원은 군장교들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고 직접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군장교와 기업간의 유착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 여건을 지적하고, 중형잠수함 사업의 파행 정도가 대단히 큰 것에 비추어 유착관계 또한 클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그 당시의 일련의 상황에 비추어 지만원이 군과 기업간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해서는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에 기고 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6) 지만원의 기고문은 "IMF 시대에 국빙비를 줄이고 소수정예군대로 개편하며, 군수 사업 분야를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자는 주제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글로서 공익수호 적 성격이 강하다. (7) 이 사건과 관련한 표현에 있어서도 "장관, 차관, 방위실장, 합참무기체계조정관, 국방부사업조정관 등 위 율곡사업의 처리 라인에 있는 핵심간부 5개의 직책을 모두 거론하였을 뿐, 구체적인 성명을 특정하지 않았다. (8) 기고문은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이는 당시의 특정기업 밀어주기라는 논란에 대한 여론과 비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인정되며, 이청남이 문제로 삼고 있는 "금품수수 의혹"에 관한 글은 따로 분리해서 고려될 성격의 것이 아니라 기고문의 전반적인 내용과 관련지어 판단돼야 한다. 이렇게 볼 때, 지만원의 기고문은 이청남 개인의 뇌물비리를 고발하기 위한 취지의 글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9)다소 부적절한 표현에 의해 이청남의 주관적인 명예 감정이 다소 침해된다 하더라도 그보다는 자유로운 평론활동을 보호할 필요성이 더 큰 것으로 인정된다. (10) 결론적으로 지만원의 기고문은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도 아니며,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해 쓴 글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형법 제309조 소정의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당원은 형사소송법 제364조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거꾸로 이청남이 위증죄로 처벌받아

 

대법원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나는 2000년 11월 24일, 이청남을 위증죄로 서울지검에 고소했다. 그는 8개 사항에 대해 내가 피고인으로 받는 재판정에 나와 위증을 했다. 내가 그를 위증죄로 걸어 넣는 데에는 증거가 필요했었다. 당시 모 국회의원 보좌관이 내가 원하는 자료들을 구해주었다. 그에게 선고된 위증선고 내용은 이러했다.

 

“피고인(이청남)은 1997.1경부터 1998.3경까지 국방부 방위사업실장으로 재직하던 자로서, 1999.4.28.경 서울 지방법원 제526호 법정에서 위 범원 98고단11167호 피고인 지만원에 대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 후 증언함에 있어서, 사실은 피고인이 위 국방부 방위사업실장으로 재직하던 때인, 1997.7.18.경 국방부 제176차 합동참모회의에서 해군잠수함소요가 3,000톤급에서 1,500톤급으로 변경되었으며, 1997.3.17.경부터 같은 달 27.경까지 11일간 위 방위사업실 소속 사업조정관 이원형 등 6명이 잠수함설계기술 힉득 소요의 타당성 연구조사 및 관련자료 수집을 위하여 프랑스와 독일 등에 출장을 간 사실이 있고, 1997.11.21.경 국방일보 기자 등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국방부의 일관된 정책은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국가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잠수함건조업체는 1개 업체를 지정 유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개량형 잠수함사업은 국내 잠수함 건조 업체로 지정된 대우 중공업이 맡게 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한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위 지만원의 변호인 신문에 대하여 증언함에 있어서 1) 계획되어 있던 잠수함 소요를 3,000톤급에서 1,500톤급으로 바꾼 것은 증인이 오기 전에 이루어져 있었다 2) 1997.3.경 잠수함 사업 건조능력 조사차 독일 프랑스 등에 출장 나간 간부가 누구인지 모른다 3) 1997.11.21경 이번 1,500톤급 잠수함 사업은 대우와 수의계약 할 것이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고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증언을 하여 위증하였다”

 

나와의 소송에서 패하자, 그는 그 자리에 더 있을 수 없었다. 그래도 김대중은 지만원에 고통을 가한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2000년 2월 1일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승격시켜주었다. 그 후 잠수함사업은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으로 전환됐고, 그 결과 잠수함 업체는 대우에서 현대로 전환됐다. 1,500톤급 3척의 가격으로 책정됐던 사업비 1조 5천억 원은 엄청난 거품이었음이 탄로 났다. 1,800톤급 3척의 가격이 9,500억 원으로 낙찰된 것이다. 1,500톤급과 1,800톤급은 바다에서의 신분이 다르다. 격이 훨씬 더 높은 잠수함을 샀는데도 5,500억 원이 절약된 것이다. 이청남의 밀실파행이 저지되지 않았더라면 국민은 얼마나 많은 손해를 입었겠는가?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이었을 것이다. 이런 부정 부패 때문에 수리온 헬기가 이룩하자마자 무쇠덩이처럼 추락하여 아까운 생명들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1999년은 임동원의 국정원이 지만원 죽이기에 몰두했던 계절

 

나를 향한 소나기 소송들이 동시다발로 연이어 제기됐다. 그 당시 나는 이런 소송들이 나를 조직적으로 죽이기 위해 김대중과 임동원 부대가 기획한 것들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 1998년 1월, MBC 2580에 군 조달본부가 무기부품을 400-500배의 가격으로 바가지 구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이는 조달본부 박대기 구매관이 필자에게 폭로했고, 필자는 이를 TV에 나와 해설했다. 이런 비리는 내가 국방연구소를 나기기 전에 이미 연구되었던 내용들과 일치했다. MBC 보도로 인해 조달본부는 저자거리 깡패들보다 더 유치한 방법으로 박대기씨를 괴롭혔고, 결국 그는 견디다 못해 조달본부를 사직하고 나와,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통역을 하다가 마음에 병이 들어 곧 작고하고 말았다. 이 일로 조달본부장 권영효 중장은 나보다 육사 1년 아래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안면몰수하고 나를 고소했다. 방송으로 인해 조달본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자 그는 돌연 고소를 취하했다.

 

김동신은 나보다 육사 한 해 선배라 잘 아는 처지였지만 국방장관이 되자 빨갱이 행세를 냈다. 시스템클럽에 "군 수뇌부에도 간첩 있다"는 제목으로 군 간첩사를 소개하자 2001년 10월, 그가 국방장관 자격으로 나를 고소했다. “6.25때 군에는 간첩이 없었다. 군에 간첩이 있었다는 지만원의 글은 호국영령을 모독하는 글이다. 군에는 간첩이 없다. 보고 받은 적이 없고, 검찰이나 국정원에서도 그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그 논리가 5.18에 북한군이 단 1명도 오지 않았다는 데 대한 조갑제의 황당한 논리와  참으로 유사했다. 이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김동신을 조롱하자 그는 슬그머니 소를 취하했다. 그는 판문점까지 가서 북송되는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에게 꽃다발을 걸어주었고, 1996년 합참 작전국장을 할 때에는 강릉 작전을 생중계하게 함으로써 도망가는 북괴 간첩들을 이롭게 해주기도 했다. 있을 수 없는 이적행위를 했던 것이다.

 

2001년에는 또 국방부 땅굴 관계자 3명이 나를 터무니없는 이유로 나를 고발했고, 판사들은 나에게 참찬람을 내며 800만원을 선고했다. 민간 탐사자들이 국무총리 정원식을 움직여 김포 후평리 김천환씨의 텃밭 땅굴 의심지점에 시추공을 박게 했고, 민간탐사자들이 이 시추공 속으로 마이크를 넣어 소리를 녹음하자 군이 새벽 5시에 중장비를 끌고 와 시추공을 빼고, 빠지지 않은 시추공에는 돌과 흙과 각목을 꾸겨 넣는 등 국가기관에 어울릴 수 없는 저질 행동을 했다. 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는 시추공을 민간인들이 박았다고 표현했다. 민간인들이 총리를 움직여 군으로 하여금 시추공을 박게 했다면 이 시추공은 민간인들이 박은 것이라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이 만꼬리 잡기식 소송에 의해 나는 황당하게도 300만원의 벌금을 물었다.

 

연천의 제5땅굴은 지질학자, 폭파학자 모두가 북한공법에 의한 인공동굴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런데 군은 이를 3회에 걸쳐 보도한 SBS를 걸어 소송을 했다. 군은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한 반면 SBS는 과학적인 자료들을 내놓았다. 판사는 군에게 대응자료를 내놓으라고 했지만 군은 내놓지 못했다. 판사는 강제조정을 했다. 이 조정내용을 보면 사실상 군이 패소한 것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소개하면서 군이 사실상 패소했다고 썼다. 판사는 이에 대해 50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당시 변호사 세계에서 들리는 말은 판사들이 지만원에 대해 매우 안 좋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걸기만 하는 걸리는 신세가 바로 나였다. 이제 모든 사실들을 시계열에 따라 해석해 보면 국정원의 공작이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어서 2002년 국정원이 민사와 형사로 직접 나를 걸었다. "국정원이 황장엽 비서의 밥에 독극물을 넣을 수 있다"는 글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글은 임동원이 황장엽을 그야말로 쥐잡듯 하면서 오기를 부리던 때에 황장엽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사전 쐐기를 박기 위해 쓴 글이었다. 국정원은 이 사건에 6명의 변호사를 선임했다. 문제 삼은 구절은 오직 하나 "독극물을 넣을 수 있다"는 구절이었다. "넣었다"고 단정한 글이 아니라 개연성을 지적한 글이었다. 국정원은 황잔엽에 밥을 공급해 주는 라인에 있다는 3인을 내세워 소송을 했다. 민사를 맡은 판사는 국정원측 변호사에게 “옛날에 고종황제의 밥에도 독극물이 들어갔었다고 하지 않느냐” 말하자 국정원 변호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안타까워 보였던지 판사는 국정원 직원 3명에게 각 30만원씩 주는 것으로 사건을 조정했다. 각 개인 계좌 번호를 나에게 알려주던 국정원 직원들은 좋아 죽겠다는 말투를 보였다. 간첩을 잡는 국정원이든, 안 잡는 국정원이든 국정원은 폐기해도 좋을 만큼 타락해 있었다. 한마디로 저질집단이었다.

 

          김대중과 임동원이 북한의 종이라는 증거

 

2001년 6월 2일, 울산 앞 바다 22마일 동쪽에서 13,800톤급의 청진2호가 발견됐다. 제주해협을 가로지른 후 NLL을 유린하면서 북상했다. 해군 초계정 6척이 27시간 동안 동행하면서 “귀 선이 우리 영토를 지나고 있으니 방향을 틀어주세요” 이런 말들만 50여 차례 반복했다. 이에 대해 북한 배들은 " 이 길은 우리 장군님께서 열어주신 길이니, 가까이 오지 말기요" 큰 소리를 치고 다녔다. 청진2호를 발견한 시간으로부터 불과 40분 후, 제주도 바로 북방에서 6.635톤의 령군봉호가 또 발견됐다. 이 배는 8시간 동안 영해를 유린한 후 밤 8시에 영해를 이탈했다. 19:10분, 령군봉호 발견 7시간 후에 2,740톤의 백마강호가 제주도 서북쪽 근방에서 발견했다. 이 배는 제주도와 본토의 중간선을 따라 동쪽으로 항해하여 8시간 영해를 침범한 후 6월 3일 03:08분에 영해를 이탈했다.

 

위 3척의 북한 배 모두가 제주도 지역의 우리 영해를 유린한 것이다. 이때 군수뇌부가 보인 행동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이 나라는 나라도 아니었다. 조영길 합참의장은 6월 2일 13:30분. 청진2호 및 령군봉호 사건을 보고 받고도 골프를 강행했고,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를 곁 드린 저녁까지 마친 후, 20:00분에야 유유히 골프장을 이탈했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16:30분, 언로사 사장 및 여당 의원들과 골프를 즐겼고, 장정길 해군총장도 13:00시에 골프를 강행했다. 영해를 침범 당해 기분 좋다는 식의 집단 시위였고, 김대중과 임동원의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행동들로 보였다. 6월 3일 17:00시, 임동원 통일장관 주재로 NSC 안보회의가 열렸지만 그들이 내놓은 결과는 한마디로 북한에 대한 찬미였다. "이번 영해 통과에 대해서는 6.15공동선언정신을 존중한다는 이유로 허용한다" "북한에게도 무해통항권을 인정한다" "사전에 통보하거나 허가요청이 있을 때에는 NLL 통과도 허용한다"

 

반면 5월 27일에는 82톤의 우리 꽁치 어선이 조수에 밀려 NLL을 2마일 정도 북쪽으로 넘었다가 북으로부터 8발의 무차별 사격을 받았다. 언론들이 비아냥댔다. "북한은 쏘고, 남한은 안 쏘고". 이런 비난이 일자 김대중 졸개들은 선장 때문에 욕을 먹었다며 선장을 처벌했다. 6월 13일 23:45분, 2,437톤급 남포2호가 동해 NBL(Northern Boundary Line)을 5마일 넘었다. 750톤급 우리 초계함이 우리 영해를 마구 침해하고 다니는 그 배를 20시간 이상 동행해 주었다. 6월 24일 새벽 2시 50분 경, 9톤짜리 손바닥만 한 북한어선 1척이 서해백령도 서북방 NLL을 2.5마일 가량 침범한 채 남하하자, 대청도 해상에서 초계 중이던 우리 해군 고속정 편대가 즉각 출동해 기적과 경고방송 등 검색을 시도했다. 선원 5명이 탄 북한어선은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며 해군 고속정에 횃불을 던지고, 갑판위로 올라와 각목, 쇠파이프, 식칼을 휘두르며 깡다구 시위를 벌였다. 한국해군은 한마디로 죽고 없었다.

 

드디어 해군은 동쪽 육지로부터 그어진 218마일에 이르는 동해 NLL을 모두 방어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결국 앞의 모든 북한 선박들의 영해침범 시위들은 모두 한국군으로 하여금 영토를 다 방어할 수 없으니 그 일부를 북한에 떼어 주자는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 남북이 짜고 친 게임이었다. 바로 이때 나는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고 하이아트 호텔 등에서 열리는 원로들의 모임에 나가 이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잡지와 홈페이지에 임동원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국정원으로부터 도청을 당했고, 군과 국정원의 수많은 조직들로부터 소나기 소송을 당하고 있었다.

 

         19년 육사 후배 박왕옥 소령으로부터 당한 조롱

 

고기가 뛰면 망둥이도 뛴다는 격으로 얼토당토않은 존재가 나를 괴롭혔다. 국방부에 근무한다는 육사 41기가 필명 ‘박중령’으로 나를 공격했다. 그가 공격의 소재로 삼은 것은 “70만 경영체 한국군 어디로 가야 하나"(91. 김영사 베스트 7주간 베스트 1위), "통일의 지름길은 영구분단이다"(96. 자작나무 일간지 및 KBS에 소개), "시스템 요법"(97. 석필. 베스트 6위) 등 모두가 베스트셀러였고, 나에게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역작들이었다. 일생의 프라이드요 보람으로 여기고 있는 저서를 인격살인 목적에 악용한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행위였다. 아래는 그가 쓴 글의 일부다. 

 

"북한 대변인이 쓴 글이 아니다. 우리의 반공투사 지만원 박사님께서 당당히 주장한 글이다. 우리보고 북한의 연방제 안을 수용하랜다!(국가보안법은 어디다 써먹을려고 적용하지 않는가!)" "하기야 지 박사님께 논리를 기대한다는 것이 애시 당초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미치고 환장하겠구먼! 그러면서 지만원은 "북한이 말한 것은 무조건 다 나쁜 것이라고 배척하면서 어떻게 '남북간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고 정부와 국민들을 상대로 훈계한다"  "이토록 노골적인 김일성 찬양과 북한통일방안 선전을 넘어, 오히려 우리더러 북한의 연방제 통일방안을 수용하라고 열을 내는 지 박사님을 우리가 매카시스트라고 비난하면 쓰겠는가! 앞으로 우리의 지박사님을 빨갱이일지도 모른다고 의심은 할지언정 매카시라고 욕하지는 말자!" "김정일 북한위원장은 이참에 우리의 지 박사를 북으로 초대하여 화끈한 식사매너를 보여줌으로써 지 박사를 확실한 '오빠부대'의 부대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어떨까?" "북한에도 많은 오빠부대를 거느린 우리의 지 박사님! 한동안 북한의 주장을 속 시원하게 설파해 오신 것을 북한에서 알아주니 그 감격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었겠습니까? 혹시 그때 김정일 위원장의 안부나 아니면 친서를 받지는 않았는지 공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 사이면 그 '개연성'은 충분히 없지 않다고 생각 되는데요"

 

‘박중령’이 누구인가 궁금해 있던 차에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한다는 해군 중령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필명 ‘박중령은 박왕옥 소령입니다. 육사 41기입니다. 저는 박사님을 존경합니다. 저도 사관학교 출신이지만 사관학교에서는 1기 선배가 대단한 존재인데 19년이나 선배이신 박사님에게 너무하다고 생각하여 저도 분노합니다. 그 친구는 전남 순천고등학교 출신입니다.”

 

박왕옥은 7월16일부터 27일까지 총 20여개의 글을 올려 19기 선배인 나를 조롱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 한분에 박옹옥이 쓴 글들을 보여주었다. 그 변호사님은 “그런 자는 장교일 필요가 없다”며 손수 소장을 써주었다. 하지만 당시 내가 걸린 재판은 일사철리로 패소 당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의 내 재판을 맡은 판사들 모두가 국정원의 관리대상이었다는 의혹이 간다. 내가 박왕옥 이야기를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한 목적은 선후배 개념이 가장 선명했던 육사인들의 유대관계마저 완전 파괴시킨 사상적 분열이 얼마나 국가사회에 해로운 것인가를 말하고 싶어서다. 육사 8년 선배인 임동원이 나를 도청하고 집요하게 다방면으로 탄압한 것처럼 전라도 순천 출신 19년 후배 박왕옥 소령이 중령을 사칭해가면서 나에게 쏟아 부운 막말들은 이념 앞에서는 육사도 신뢰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는 충분한 경고음이 될 것이다.  

 

나는 김대중이 북한에 얼마나 퍼주었는가를 다방면으로 조사해 “김대중의 퍼주기 백서”를 시스템클럽에 올렸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2001년 1월 2일 밤 10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아무런 통보 없이 정보통신사업자 PSI NET에 명하여 시스템클럽 자체를 무단 폐쇄했다. 국정원의 당시 차장인 권진호에게 항의했더니 “그런 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권진호는 육사 19기였다. 나는 2001.5.21., 위원장 박영식과 폐쇄를 직접 명령한 공성현을 상대로 극히 소액의 손해배상 청구소를 냈다. 위원장 박영식은 전직 법관이었다. 이 재판을 배당받은 이건배 판사는 2001년 10월 17일, 단 한 자의 판결문도 없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는 판결을 내렸다. 막가는 빨갱이 세상이 아닐 수 없었다.

 

             과학을 짓밟은 대한민국의 알량한 사법부

 

내가 받은 판결의 거의 모두가 황당하지만 그 중에서도 기록에 남기고 싶은 재판은 광주출신 천용택 당시 국방장관의 지시와 여수 출신 육사 27기 당시 방공포 사령관 김규 준장이 고소인으로 나선 나이키 유도탄 오발사에 대한 소송이다. 1988년 12월 4일,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나이키 기지에서는 쏘려 하지 않은 유도탄이 오발사 되는 무서운 사고가 생겼다. 중량 500kg의 탄두는 한국군이 가진 최강의 파괴력을 가진 무기였다. 이 탄두가 97.5도로 수직상공을 향해서만 발사되는 유도탄이 이날은 수평으로 누운 채 발사되어 아파트 밀집지역 상공에서 폭발했다. 모든 국민이 아연실색했고,  7명의 주민이 부상을 당했고, 100여장의 아파트 유리창과 차량 유리창이 파손됐다. 매일 같이 기자들이 의혹을 쏟아내면 군은 이리 저리 변명을 했고, 그 변명은 군의 상식을 의심받을 만큼 황당했다. KBS가 나에게 시사포커스 프로에 나와 평론해 달라 요청했다. 나는 "권총에도 잠금장치가 있다. 나이키에는 잠금장치가 3곳에 설치돼 있다. 누군가가 잠금장치를 풀어야 유도탄이 발사된다. 이는 불가항력의 사고가 아니라 인재다"라고 평론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도 러시아에서도 통하는 과학적 진실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1998년 1월, 나보다 5년 후배라는 김규 준장이 이를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역시 이념적 고소행위였다.

 

KAIST 전기전자공학과 조규형 교수 팀이 공군의 요청으로 현장을 조사한 결과 사고는 전기 줄을 진흙탕 속에 묻어놓고 방치해서 발생한 어처구니없는 합선사고였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 조규형 교수의 진단은 참으로 어이 없는 진단이었다. 전기가 합선되면 안전장치도 소용없다는 그야말로 무식한 말이었다. 전원과 유도탄 연료 사이에는 전기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도탄이 발사되려면 유도탄 발사체에 장입돼 있는 연료에 불을 붙여야 한다. 불을 붙이려면 불쏘시개 화약을 누군가가 가져다 장입을 해야 한다. 불쏘시개 화약을 누군가가 장입하지 않으면 유도탄은 합선이 100군데 난다 해도 절대로 발사될 수 없다. 이에 더해 그 불쏘시개 화약에 스파크를 일으키려면 점화 케이블이라는 별도의 분리된 부품을 불쏘시개 화약과 전기 줄 사이에 연결해야 한다. 그런데 그 점화용 케이블은 시건장치로 잠겨 진 박스 속에 있다. 그 잠겨 있는 점화케이블을 함에서 꺼내라면 각 분대장이 24시간 목에 걸고 생활하는 열쇠를 가지고 열어야 한다. 이 점화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으면 세상없어도 유도탄은 발사되지 않는다.

 

포대는 유도탄이 오발사 될 것을 예방하기 위해 언제나 전기선을 합선시켜 놓는다. 그런데 합선이 유도탄을 발사시켰다 하니, 이런 코미디가 어디 또 있겠는가. 이러히기 때문에 유도탄은 여러 사람이 공동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발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조규형 교수는 합선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의견서 한 장만 내놓고 재판에서 불러도 나타나지 않았다. 내가 전화를 걸고 편지로 하소연을 해도 그는 마이동풍이었다. 나는 떳떳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않은 그를 꼭 법정에 세우고 싶었지만 내 시간은 이미 한계를 넘고 있었다.

 

1심의 안호봉 판사는 내 설명을 무시했다. 전기과 교수를 증인으로 채택하자 해도 막무기내였다. 나는 재판부와의 합의에 의해 4월 10일자로 조규형 교수에 많은 것들을 차례로 묻는 두꺼운 서면진술서를 보냈다. 그런데 법원에 제출한 이 질문서들이 먼저 공군에게 전달되었다. 검찰이 준 것이다. 조규형 교수가 내게 말하기를 “지만원으로부터 서면진술서를 받으셨지요?”라는 전화가 공군으로부터 왔다고 했다. 어찌된 일인지 재판부는 이 서면진술서마저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나는 국방연구원에 있을 때 공군의 비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놓고 보고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공군 소령이 내 방에 몰래 잠입해 책상에 있던 그 보고서를 훔쳐갔다. 그 소령은 국방연구원에 파견된 보안사 상사로부터 문초를 받았다. 방공 시스템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 등 많은 공군사례를 연구했던 나는 3개 군 중에서 공군을 가장 불신한다.

 

하지만 판사나 검사들은 방공포 사령관의 주장이 무조건 맞고 이에 동조하는 한국과학기술원 조규형 교수의 ‘합선’ 이론이 무조건 맞다고 했다. 내가 주장하는 내용들은 방공포에 나가보면 금방 확인이 되는 것이지만 판사들은 밀어붙이기 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검사의 1년 징역 구형에 이어 2000년 6월 13일 안호봉 1심 판사는 나에게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제2심은 우리법 연구회를 만든 한기택 판사가 맡았다, 그는 더 막무가내였다. 나는 법원에 가다가 길가에 절단돼 있는 전기선을 끊어다 이것이 도체이고 이것이 절연체라면서 설명해 주면서 그 전기선을 한기택 판사 앞에 패대기쳤다. 2001년 4월 26일, 제110호 법정으로 표기된 제2회 공판조서에는 “피고인에게 최종의견 진술 기회를 부여했고, 이에 피고인은 무죄판결을 바란다고 진술했다”는 참으로 기막힌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었다.

 

이렇게 허위로 기록해 놓고 한기택 판사는 나에게 선고날짜도 통보하지 않고 2002년 2월 15일에 선고를 했다. 공판기일에 대한 통지가 없어서 2002년 4월 22일에 수원지방법원 형사과에 가서 사정을 알아보았더니 이미 2002년 2월 15일자로 벌금 300만원이 이미 선고돼 있었다. "나이키유도탄 오발사고는 안전장치와는 무관하며, 유도탄은 선로의 합선에 의해 발사됐다". (한기택 판사, 곽내원 판사, 정선오 판사). 기상천외의 도둑재판을 한 것이다. 유도탄 오발사고가 안전장치와 무관하게 발사됐다면? 안전장치도 무용지물인 그런 위험한 유도탄을 어떻게 군이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인가? 2월 15일의 선고 사실을 알 수 없었던 나는 선고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상고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상고기회까지 도둑맞고 말았다.

 

2002년 4월 23일, 나는 대법원에 “상고회복신청서”를 냈고, 2002년 5월 17일, 수원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나에게 상고권을 회복한다는 결정문을 보냈다. 이로써 한기택 판사의 가공할 도둑재판 사실이 대법원에 의해 인정된 것이다. 판사들이 이런 불법적인 행동을 보였다면 판결내용인들 오죽했겠는가? 이렇게 해서 상고를 하긴 했지만 대법원은 2003.2.28.에 상고를 기각했다. “공군이 전기 케이불 관리를 소홀히 해서 합선이 발생한 것은 인정된다. 이는 안전장치가 풀린 것이지 누군가가 안전장치를 풀어놓은 것이 아니다. 비방할 목적은 없었으나 피고인의 표현이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에 수긍이 간다.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한다". (재판장 윤재식, 주심 변재승, 대법관 이규홍).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유도탄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나이키 유도탄 교범을 구해 재심청구를 했다.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져 재심을 하긴 했지만. 이 나라의 판사들은 편할 대로만 판결을 했다. 원심 판결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판사들은 나이키유도탄에 있는 안전장치는 합선이 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참으로 해괴한 판결을 내렸다. 전기를 배우는 중학생들도 포복졸도 할 판결을 내놓은 집단이 대한민국의 판사 나으리들이다. 한기택은 2005년 7월 어느 날, 방콕에 휴가를 갔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금도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은 “한기택 판사님, 목숨 걸고 재판 하신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렇게 추모한다.

 

2018.7.21.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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