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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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7-07-29 21:05 조회4,7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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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그 유명하다는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사관생도 때 영어로 읽었다
영어 공부하겠다고
싱거웠다
혹시 내 영어가 모자라나
번역문을 읽었다
그건 더 싱거웠다
아무리 문장이 단문이라 해도
뭐 이런 내용이 노벨상인가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었다
오늘 나는 우거진 숲 속에서
우연히 자아를 인식했다
늘 그러했듯이 어느 날
바다로 나간 노인
따가운 햇살이 내려쬐고
무심한 갈매기들이
쉼 없이 노인의 어깨에 올라탔다
지루한 시각
어쩌다 큰 고기가 입질을 했다
이날의 운세는
고기잡이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
전쟁이었다
고기와 싸웠다
한 없이 풀어주기도 했고
조심껏 당기기도 했다
인생이 그렇듯이
불청객들이 달려들었다
상어 떼였다
사느냐 죽느냐
상어 떼와 싸우며
지쳐 돌아왔다
이웃 소년이 그를 기다렸다
와~ 큰 고기 잡으셨네요
그럼 아주 큰 고기였지 얼마나 컸다고
남은 건 오로지 큰 고기의 뼈다귀뿐
거기에 깃든 추억만 무용담처럼 남은 것이다
오늘 오후 한 시골 정취에
잠시 젖으면서
잊혀진 그 노인과 바다가 떠올랐다
오늘 생각해 보니 그 소설은
역시 명작이었다
노벨상 깜이었다
나는 살면서 큰 물고기들 많이 낚았다
하지만 고기들은 다 남들이 먹었다
그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상어 떼처럼 나까지 삼키려 했다
그래도 나는 상어들의 머리를
때리고 또 때렸다
이제 지친 상태에서 내가 건진 건 오로지
헤밍웨이 노인의 그 뼈다귀 뿐
많고 많은 잃음을
가슴에 담은 노인을 반가이 맞는 철부지 소년
노인엔 조금의 관심도 없는
야구 이야기만 자꾸 한다
2017.7.29.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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