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무망루(無忘樓)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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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10-04 15:39 조회3,37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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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무망루(無忘樓) 유감
글쓴이 여상환(지유지성300인회 회장)
지난번에 뜻 맞는 친구 몇 분들과 함께 남한산성 산행을 했다. 철저한 등산보다도 산성이 갖는 의미와 병자호란 당시의 전후사를 상고하기 위해서 이곳을 택했다. 이 산은 경기도 광주시-하남시-성남시를 관통하고 있으며, 성의 둘레는 약 12km라고 한다. 4개의 대문과 16개의 암문, 5개의 옹성, 200여개의 문화재가 있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 중이라고 한다. 해발 500m로 높지 않은 산이나, 경사가 가팔라서 등산이 만만치는 않다.
기록에 보면 이 성은 백제 시조 온조의 왕성(王城)이었으며, 삼국의 개축과정을 거쳐 병자호란 직전에 인조 임금의 특명으로 외적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크게 축성했고 진지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출발지점에서 약 2시간 남짓 걸려서 제 1남옹성 지화문(至和門)을 거쳐 정상인 수어장대에 이르게 된다. 아마도 지화문의 화(和)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연상하여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느라 쓴 것이 아닐까? 수어장대는 5개의 장대 중에서 유일하게 잘 보존되어 있다.
영조(1751년)때 2층 누각으로 증축한 곳인데, 내부에 걸린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이 관심이 간다. 이 편액은 현재 수어장대 비각에 보존되고 있으며, 무망의 의미는 다시는 병자호란 같은 치욕을 겪지 말자는 뜻으로 후세에게 그 원인을 반성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자는 경고의 뜻으로 만들어진 편액일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로 청나라의 욱일승천의 힘이 대륙을 넘쳐 조선에 흘러들어 왔을 때, 실리외교보다 임진왜란 때 도움을 받았던 명의 은혜를 생각해야 한다는 명분론에 매달려서 사활을 다투는 논쟁으로 시종하다가 역사의 순리를 거스른 고초의 운명은 이미 예고된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1636년 12월 16일부터 그 이듬해 1월 30일까지 꼭 45일간의 항거, 이것을 항거라고 할 수 있겠는가. 솔직히 싸움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독 안에 든 쥐’와 같은 형상이었다. 이 매서운 추위와 기아(飢餓)속에서 더 이상 버틸 수도 없었고, 마침내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라는 항복의 절차를 밟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는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이마를 땅에 찧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삼전도의 치욕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런 와중에도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은 머리가 터지도록 싸움 일변도였다. 마침내 무조건 항복의 삼전도 치욕으로 기록에 남게 되고, 방치되었던 백성들의 간난과 신고는 어찌되었을 것인가.
이런 처절한 상황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우리의 모습을 되살려본다. 차라리 이 당시에는 나라의 명운을 걸고 척화파냐 주화파냐 방법의 차이를 가지고 논하였지 조선을 지켜야한다는 원칙론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요즘의 상황은 어떤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무시하고, 대한민국의 국기를 게양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애국가를 제창하지 않는 정치집단을 민주주의라는 허울 속에 같이 아우르고 있는 그 현상을 어찌 볼 것인가.
민주주의라는 것은 Common-will, 공동의 의사가 타당할 수 있고 국가 목표가 같고 정치적인 신조가 대한민국을 전제로 하였을 적에 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일 것이다. Common-will이 형성되질 않는데 즉, 대한민국은 태생적으로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라고 주장하는 부류가 공공연히 국회에 진출하고 있고, 북의 지령 하에 움직이고 있는 간첩집단이 노골적으로 준동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면서도 이 나라의 국기를 다스리고 대한민국을 책임져야 할 조직기능은 전혀 기능발휘가 안 되는 이 처절한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다수결의 원리가 타당하지 않는 곳에 무슨 민주주의의 실효성이 보장될 수 있으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기를 인정하질 않는 집단과 더불어 공통분모의 Common-will이 도출될 수 있겠는가. 답답하기 짝이 없고 통분하기 짝이 없는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역사가 저물기 전에 그래도 뜻이 있는 자의 외침의 소리가 한층 더 메아리 칠 수 있는 사회적인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이제 어쩔 것인가! 마룻장 한쪽이라도 붙들고 통곡을 하고 싶은 심정을 헤아릴 길이 없구나. 대한민국을 지키자. 조국의 명운이 풍전등화와 같은 그런 처절한 상황을 느끼게 된다. ‘무망록’. 잊어서는 안 될 것! 대한민국의 오늘과 내일을 헤아리면서 병자호란 당시의 삼전도 치욕을 되새겨 보는 이것은 나만의 과민반응일까?
금번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에 따라 장중한 장례절차가 진행되었다. 오랜 군사문화의 정수를 보는 듯 하고 장엄한 절차와 결집을 통해 세계를 호령하던 영국의 권위와 아름다움을 크게 떨치는 숙연한 예식이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우리의 경우 전두환 대통령의 공과가 있겠으나 일국의 대통령을 역임한 분을 그 유골을 집에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통절하기 짝이 없다.
본인의 소망대로 화장하여 그 유골은 그가 지휘하던 사단 최전방 산야에 뿌리면 호국의 신으로 이 나라를 지키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왜 전달이 안 되어지는가. 생각건대 육군장으로 하여 예포발사와 장중한 군악으로 행사를 진행하면 많은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게 되고 흩어진 국민들의 민심을 하나로 귀일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하나가 무엇이 그리 어렵다고 이 상태에 이르러야하는가. 영국의 장중한 장례절차와 비교되면서 참담하고 참괴함을 금할 수가 없다. 뜻있는 분들의 의견을 바란다.
여상환, 자유지성300인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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