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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묻힌 가나야마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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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9-02 16:50 조회6,5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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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에 묻힌 가나야마 대사

 

경기도 파주의 천주교 하늘묘원에는 국제한국연구원 원장최서면의 가족묘가 조성돼 있다. 그리고 그 묘역에는 일본인 가나야마와 최서면이 나란히 누워있다. 최서면은 1928년 원주에서 태어나 최초에는 이승만에 반대하는 노선을 걷다가 1957년부터 일본으로 망명한 후 한일관계의 증진을 위해 연구자 생활을 했다. 그러다 19년 연상인 일본인 가나야마(1909-1997)와 우정을 쌓았다. 가나야마는 국교 정상화 이후 두 번째 주한 일본대사에 부임해 1968715일부터 19722월까지 37개월 동안 근무했다.

 

가나야마가 파주에 최서면과 나란히 묻힌 데에는 가나야마의 소원에 따른 것이었다, “나도 죽으면 이 땅에서 묻히고 싶다. 최 원장과 이 세상에서 일·한 관계에 대해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이 술이나 먹자며 가나야마 대사를 청와대 쪽에 불렀다. 그리고 돌발 질문을 던졌다.

 

 ▶박정희=“가나야마 대사, 당신은 누구요.”

 

 ▶가나야마=“, 일본국 주한 특명전권대사입니다.”

 

 ▶박정희=“거꾸로는 안 되겠소? 대한민국의 주일 특명전권대사 역할 한번 해주시오.”

 

박 대통령은 즉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에게 보내는 친서를 대사에 건넸다. 친서는 포항제철소를 만들고 싶은데 일본 측이 기술 협력을 해달라는 요청서였다.

 

가나야마 대사는 일본 외무성에는 알리지도 않고 사토 총리를 만났다.

 

 ▶사토=“(한국의 제철소 건설을 지원하는) 그 문제는 안 된다고 했는데 또 해달라고 가져왔군.”

 

 ▶가나야마=“박 대통령께서 저에게 이 친서에 답이 없으면 한국에 돌아올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일·한 관계가 끝장납니다.”

 

 ▶사토=“이거 큰일 났네.”

 

사토 총리는 그 자리에서 이나야마 요시히로(稻山嘉寬) 신일철 회장 겸 일본 경제단체 회장에게 전화를 돌렸고 그날 밤 세 사람이 만났다.

 

 ▶이나야마=“나사도 제대로 못 만드는 한국이 무슨 제철소야.”

 

 ▶가나야마=“그런 말씀 마십시오. 1897년 야하다(八幡) 제철소(신일철 전신)를 만들기 전에는 우리도 나사조차 못 만든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변명보다는 도와줄 방법을 찾아주세요.”

 

가나야마는 마치 그가 주일 한국 대사로 부임한 사람처럼 집요하게 이나야마 회장을 설득했다. 당시까지 일본의 재계 총리로 불리던 이나야마 회장은 결국 마음을 돌렸고 포항제철소 지원의 길이 열렸다. 가나야마는 딸을 한국인에 시집보낼 정도로 한국을 사랑했다.

 

2022,9.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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