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탐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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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8-09 23:49 조회3,51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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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탐험 [10]
좌익경제 우익경제
전두환은 철저한 시장 경제주의자였다. 그는 경제 학습을 통해 시장 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해 터득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 시장 경제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대한 전두환의 노력과 업적을 소개하기 전에 시장 경제에 대한 대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경제는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현실의 광장에는 좌익경제와 우익경제가 각축하고 있다. 좌익은 결과의 평등을 내세우고, 우익은 기회의 평등을 내세운다. 좌익은 삼성 등을 해체하여 골고루 나누어갖자 하고, 우익은 삼성을 통해 파이를 키운 다음에 각자 기여한 것만큼의 파이를 쪼개갖자고 한다. 성장도 자유 경쟁에, 분배도 자유 경쟁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시장 경제의 뜻
‘경제’란 가계, 기업, 사회, 국가 단위의 모든 경제 주체가 그들에게 가용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합리적인 의사 결정(Rational Decision Making) 행위다. 소비자는 그가 가지고 싶어 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여 소득을 배분하려고 노력하는 경제 주체다. 생산자는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해 합리적이고도 창의적인 방법으로 비용을 줄이고 부가 가치 높은 제품을 만들어 보다 많이 팔려고 노력하는 경제 주체다.
이처럼 민주주의적 룰(Rule)과 합리적인 의사 결정 이론에 따라 행동하는 소비자와 생산자를 우리는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고 말한다. ‘합리적인 소비자’와 ‘합리적인 생산자’를 만나게 해주는 공간이 바로 아담 스미스가 정의해 놓은 ‘시장’(market)이다. ‘시장’이란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기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만나는 유무형의 공간인 것이다. 민주주의 세계에서 말하는 ‘시장’이란 18~19세기를 통해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주도됐던 정치 혁명의 기본이었던 개인의 자유(individual freedom)와 개인의 이익(self interest)을 근본정신으로 하고 있다.
모든 개인은 자기 이익을 추구할 자유를 갖아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장에서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생산과 분배가 소위 시장 가격(market price)에 의해 자연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장은 경제를 합리적으로 제어하는 자동 통제 메커니즘이 되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이를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라고 불렀다.
‘보이지 않는 손’, 과거 오랜동안, 은행 객장에는 ‘보이는 손’이 있었다. 여러 개의 창구 앞에는 은행 서비스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얌체 고객들이 끼어들기를 했다. 이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청경이 흰 장갑을 끼고 질서를 통제했다. ‘보이는 손’이 있었던 것이다. 재수가 있는 날은 빨리 차례가 왔고, 재수 없는 날에는 자기보다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용무를 끝내고 갔다.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다.
1990년! 은행 객장에 ‘순번 대기 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먼저 온 사람은 반드시 먼저 용무를 마쳤다. 줄을 잘못 섰다가 기분 상하는 일도 없어졌다. 흰 장갑도 없어 졌다. ‘순번 대기 번호표’ 시스템이 곧 ‘보이지 않는 손’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나라들이 시장 경제를 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국가는 성적이 좋고, 어떤 국가는 나쁘다. 시스템의 차이인 것이다. 시스템으로 보장된 시장은 질서가 있고, 효율이 높지만, 시스템이 없는 시장은 자유 방임이요 혼란이다.
“시장 경제”, 그 전제 조건은 무엇인가? 3가지다. 첫째, 모든 경제 주체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rational decision making)을 해야 하고 둘째, 모든 시장 정보가 누구에게나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흘러야 하고(free flow of information), 셋째, 경제 주체 간에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free and fair competition)이 보장돼야 한다. 이 3가지가 보장될 수밖에 없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국가는 일류 국가가 될 수 있고, 3가지 조건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없는 나라는 삼류 국가가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전제 조건이 보장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 곧 ‘보이지 않는 손’인 것이다.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장 경제에 대한 전두환의 인식
전두환은 그의 회고록 제2권 135-136쪽에서 시장 경제를 이렇게 정리했다. “시장 경제의 핵심 원리는 경쟁이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경쟁이 있어야 사람들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된다. 그러나 경쟁은 어디까지나 정의로워야 한다. 경쟁의 약자에게 고통과 박탈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 ‘게임의 룰’이 필요하고, ‘룰’을 감시해야 하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인류는 평등해야 한다. 하지만 그 평등은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국가는 낙오자들에 따뜻한 손길을 주어야 한다.”
물가 안정과 평등
전두환은 스스로를 물가 안정에 올인했다고 회고한다. 인플레 세상이 오면 부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사재기를 한다. 이렇게 해서 품귀 현상이 발생하면 물가는 더 오른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물가 안정이 소득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메커니즘이라는 것을 터득한 것이다. 분배는 강제로 삼성을 털어 골고루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물가였던 것이다. 달러를 벌어들이는 Cash Cow인 삼성을 해체해서 잡아먹으면 지금 당장은 배가 부르겠다만 이후의 Cash는 누가 벌어들일 것인가.
과외 수업 금지와 평등
전두환은 평등을 연역적 철학적으로 접근했다. 이 세상에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 있고, 흑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 있다. 공정한 경쟁은 시장 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서도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100m 경기를 하는데 누구는 30m 앞에서 출발하고, 누구는 30m 뒤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공정한 사회도 아니고 정의로운 사회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두환의 회고에 의하면 1980년에는 과외가 기승을 부려 한 해에 당시 화폐로 1조원이 넘는 돈이 과외 시장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과외 망국’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전두환은 국보위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이를 최규하에게 건의하여 과외를 금지시켰다. 그래도 할 사람들은 몰래 그리고 편법으로 과외를 시켰다. 이러한 시대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었다. 전두환이 그의 회고록에서 밝힌 통계에 의하면 과외 금지로 인해 흑수저가 대학에 진출한 숫자가 6% 정도 상승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과외와 사학은 지금까지 고질화돼 있다. 한마디로 사학 경영자들은 돈이 있고, 돈이 있어서 교육부 공무원들과 먹이 사슬을 형성해 왔다. 마치 장애인 복지업자들이 보건부 공무원들과 카르텔을 형성하여 마음 약한 장애인 가족들을 훑어 먹는 현상과 같은 맥락의 부패 현상인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으로는 한국의 사학 문제의 원인이 교과서다. 교과서가 독학도 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도 친절하게 제작된다면 머리 좋은 학생은 혼자 공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학생만 과외를 찾을 것이다. 학자인 저자와 군 경력자인 전두환이 사회 병리에 대한 진단이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전두환 시절, 만일 저자가 전두환 옆에 있었다면 저자는 교과서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건의했을 것이다. 누군가가 말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과외 문제에 대해 그의 주변에는 디테일이 없었던 것이다.
공정 거래법과 평등
1970년대, 한국은 자본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일본 기업을 불하받은 대기업들은 사고방식이 미개했던 반면, 박정희는 일본 육사를 2등으로 졸업한 최상의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이끄는 정부가 주도하여 정부가 확보한 자금으로 중화학 공업을 위주로 하는 성장 정책을 이끌다보니 정부 자금을 나누어 주는 데에도 특혜, 정책적 지원에도 특혜였다. 이러한 특혜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 현상을 유발시켰다.
이런 특혜를 받은 대기업들은 어떻게 했는가? 독과점으로 일확천금을 벌었다. 이 돈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거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일에 투자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들은 20대 전후에 가슴을 키우는 독서를 한 적이 없는 인스턴트 자본가들이 됐다. 시쳇말로 양아치 시절을 보냈거나 먹고사는 일로 인생을 시작했던 천민자본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했기에 그들은 국가 정책으로 벌어들인 떼돈을 또 다른 떼돈을 벌어들이는데 사용했다. 문어발식 확장과 부동산에 투기한 것이다. 46세의 보안 사령관 시절로부터 이러한 현상을 관찰한 전두환은 1980년 12월 31일, “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공정 거래법)을 제정했다.
경제적 경쟁의 패자, 중소기업과 농어촌
1982년, 전두환은 ‘중소기업 진흥 장기 10개년 계획’을 성안했다. 경쟁의 약자들에게 ‘소의 언덕’을 국가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근로자들에게 건강 보호와 재해에 대한 융자를 늘리고 산업 재해에 대한 보험을 확대했다. 1985년에는 ‘중소기업 창업 지원법’을 제정하여 창업 지원 기금을 운용하게 했다. 농어촌, 전두환은 그의 고향이고, 모든 국민의 고향이라고 생각했다. 부채를 경감하고, 농어촌 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해 ‘1983년 3월 ’농어촌 종합 대책‘을 수립했다. 너무 극진하게 투자해서 농촌 인구 10명당 ’농‘자가 붙은 공무원이 1명이었다. 농기계 보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고, 농민들이 정신적으로 당당해졌다.
위와 같이 전두환은 통치자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늘 학습하고 실천하는 부지런한 봉사자의 모습을 보였다. 1988년 5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소득 분배는 개발도상국들 중 최고이며, 미국과 영국보다 더 잘되어 있다. 한국은 세계의 유례가 없을 만큼 경제 발전. 교육 발전, 소득 분배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2005년 10월 UN 본부에서 열린 ‘사회발전 국제포럼’에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대표 발제자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나라가 한국“이라고 평가했다.
2022.8.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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