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수록 한심한 영어교육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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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2-15 14:29 조회8,04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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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수록 한심한 영어교육 정책
이 나라에는 대통령과 교육장관 이상으로 교육정책을 세울만한 인재들이 많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자기들만의 실력으로 국가정책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 사계에 잠재해 있는 지혜를 동원하여 올바른 정책을 세워야 하는 자리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세운 교육정책을 보니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죽이자는 정책이다. 복지를 통해 국민에 공짜 정신을 불어넣고, 근로정신을 파괴하더니, 이제는 이 나라 장래를 이끌고 갈 청소년들의 면학정신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입시 자기소개서에 토익·토플 등 공인영어 성적을 기재하면 서류전형 점수를 0점으로 처리한다? 토익-토플에서 높은 점수를 이룩한다는 것은 극기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서류전형에서 전면 무시하겠다 하니, “노력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세상 만들겠다”는 공약은 어디로 갔는가? 유치원 및 사립초등학교의 영어 몰입 교육을 금지하겠다? 규제를 없앤다면서 대통령과 장관이 이런 반시장적 규제를 만들어 내도 되는 것인가?
영어의 독해, 작문, 회화 영역을 시험출제 범위에서 제외하고, 지문 분량을 줄이겠다? 독해-작문-회화를 다 시험대상에서 제외하면 영어교육에 무엇이 남는가? 세상을 아는 사람,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한심한 발상 할 수 없다.
필자의 영어는 간신히 개인적 앞가림만 할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고 적어도 미국 대통령 등에 보내는 비즈니스 편지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나마의 영어실력을 쌓는데도 오랜 동안의 극기가 있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거의 독학으로 3위1체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그나마 책이 잘 쓰여졌기에 가능했다. 그 영어로 육사 시험에 합격했다.
필자의 영어는 육사에서 제대로 훈련되기 시작했다. 육사는 발음 교육을 제대로 훈련시켰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생각하지도 못한 영역이었다. 발음기호대로 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어에 마다 제1차 액센트를 어디에 두어야 하고, 제2차 액센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시험을 치렀다.
영문 단편소설들을 읽히고, 그 뜻을 묻는 시험도 많이 치렀다. 여기에 더해 필자는 추가적으로 영문 단편소설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추가로 회화책을 샀다. 회화책은 다이아로그로 구성돼 있다. 영어 표현을 접할 때마다 “아, 이 말은 내가 어떤 장면에 처했을 때, 응용해야 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며 장면과 표현을 연결시켰다. 그랬더니 미국에 가서도 장면에 접할 때마다 그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육사에서 행군을 할 때도 대화 장면을 영화장면처럼 연상하여 대화내용들을 재생해 내서 외우고 입 속에서 중얼거렸다. 소위가 되어 부대 배치를 받은지 몇 개월 후에 베트남 전쟁터로 갔다. 작전을 하지 않을 때에는 미국 PX에 가서 영문 소설들을 사다가 틈틈이 읽고, 밀림지역으로 작전을 나갈 때는 철모 속에 소설을 넣고 다니며 틈틈이 읽었다.
대위 때 귀국해서는 화천의 추운 겨울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장갑을 낀 채 영어신문코리아헤럴드를 한국말 신문 대신 읽었다. 마침 육군에서 전략정보 과정 학생을 모집하기에 거기에 들어가 10개월 동안 하루 종일 영어공부를 했다. 발음과 언어해석 을 훈련받고 이어폰을 끼고 원어민 발음을 훈련하고 독해를 훈련했다.
다이아로그 훈련도 많이 했다. 용산 해방촌 군인아파트에서 통근버스를 타고 남한산성까지 가려면 40분은 걸렸다. 그 시간이 아까워 계속 다이아로그를 외워서 발음연습을 했다. 영어에 관해서는 사관학교에서 1-2등을 했고, 이 전략정보과정에서는 1등을 했다.
그리고 미해군대학원 석사과정에 1명을 뽑는다기에 영어시험을 보았다. 육해공군해병대 장교들이 응시했다. 군대식 토플인 ECL 테스트를 치렀다. 100점 만점에 97점을 받았다. 군 역사상 최고의 점수였다. 영어를 놓지 않았던 끈질긴 훈련의 덕으로 1명을 뽑는 시험에 선발돼 유학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석사과정은 경영학 과정이라 많은 어휘들을 더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박사과정에서는 칠판에 쓰이는 수학기호가 99%의 소통도구였다. 이렇게 했는데도 처음 미국에 갔을 때는 시험을 언제 치르겠다는 교수의 말을 놓쳐 준비 없이 시험을 치른 적도 있었다. 모든 반 학생들이 교수의 말에 한동안 배꼽을 잡고 웃어도 나는 왜 웃는지 몰랐다. 다 웃고 난 후에 이웃 학생에게 “너희들 지금 왜 그렇게 웃었니?” 하고 물을 정도였다. 이렇게 물으니 그 학생이 “미스터 지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학생들에 알렸다. 그들은 이 말에 더 많이 웃었다. 그래도 뽑혀서 갔는데!
필자의 영어학습 노력은 극기에 가까운 것이지만, 겨우 생활영어이고, 원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정도에 그친다. 이렇게 해야 하는 영어를 교육부장관과 대통령은 어째서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필자의 영어실력은 육사라는 공교육을 통해 획득한 것이지 사교육을 통해 한 것이 아니다. 육사에서는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과 기초를 닦아 주었고, 필자는 자기 노력으로 거기에 더 많이 얹었다.
학교는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방법과 기초를 훈련하는데서 그치는 것이고, 그 이상의 실력을 개인노력에 의해 쌓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이런 기초공부도 시키지 말라니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 공부가 싫은 사람은 하지 말라 하라. 그런데 공부를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까지 기회와 면학분위기를 박탈한다는 것이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모두가 다 제 정신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사백사, 이 하나를 보아도 이 정부가 얼마나 즉흥적이고, 얼마나 내공이 없는지 알 수 있다.
2014.2.15.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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