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시스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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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2-01 14:27 조회7,40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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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스템인가?
옛날의 무질서했던 은행 객장, 새치기가 성행하고 고성이 오갔다. 질서를 지키려고 청원경찰 몇 명이 동원됐지만 고객과 질서유지원 사이에도 충돌이 발생했다. 해방 후 수십년 동안 고질병으로 인식됐다. 사회인사들은 이런 무질서를 한국병이라 불렀다. “미국사람들, 일본 사람들은 질서를 잘 지키는데 조센진들은 안 된다”며 자조-자학했다.
그런데 1990년부터 모든 은행 객장에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했다. 간단한 시스템이 등장하자 수십 년 고질병이 순간적으로 치료됐다. 이 간단한 번호표 발매 시스템이 등장하자 질서유지 인력이 사라졌다. ‘보이는 손’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 얻는 교훈이 무엇일까? 사람에 의한 통제를 하려 말고, 먼저 시스템을 만들고, 시스템으로 하여금 일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3만여 개의 부품들로 구성돼 있다. 부품들을 일렬로 나열하면 시스템이 탄생하지 않는다. 이들을 논리적 연관성에 따라 배열해야만 자동차라는 시스템이 생긴다.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십만, 이들을 모두 동원해 무슨 일을 하려 하면 아무 것도 달성하지 못한다. 이들로 하여금 자동차라는 시스템을 만들게 해야 자동차가 내는 괴력을 즐길 수 있다. 괴력을 내려면 먼저 괴력을 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인체는 전형적인 시스템이다. 대뇌에서 일일이 명령을 내리지 않더라도 수많은 장기들이 각기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고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면서 스스로의 건강을 유지한다. 시스템의 전형이 바로 인체다.
조직도 인체처럼 그리고 자동차처럼 단위조직 상호간에,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논리적 연관관계를 형성하여 위의 유기체들처럼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은행 직원이 도둑질을 하고, 사회복지 모금 기관에서 성금이 줄줄 새나가고, 공무원들이 몰래 부정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들을 예방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저토록 아비규환의 형태로 굴러가는 것도 제3자에 의해 논리적으로 짜여진 운영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운영규정은 모두 이해당사자들이 아전인수 격으로 얽어놓은 거미줄에 불과한 것이다.
이 당연한 논리를 기업 또는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모든 일을 수많은 공무원들을 동원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려고만 한다. 이 나라는 정확히 말해 시스템의 황무지다. 시스템이란 그렇게 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자동장치인 것이다. 모든 공무사회에 선진화된 내규 시스템을 짜야 한다. 우리 공무사회에는 SOP(Standing Operational Procedure), 내부견제제도(internal control system), ISO에 어울리는 자율시스템이 전혀 없다. 해외에 나가 있는 두뇌들이 대거 들어와 독립적 지위를 보장할 수 있는 연구들을 동원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매우 비극적인 것은 국정운영자들이 이러한 분야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컴퓨터에 OS가 있어야 하듯 국가조직, 사회조직을 운영하는 데에도 선진화된 OS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이 나라에는 황무지로 방치돼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4.2.1. 지만원
http://www.systemclu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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