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 최근글

본문 바로가기

System Club 시스템클럽

최근글 목록

‘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4-01-04 21:19 조회7,593회 댓글0건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본문

                                          ‘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연구소에 있었던 하나의 작은 일이다. 미국의 모 대학에서 교수를 하고 있던 한국인 교수를 연구소로 유치한 적이 있었다. 연구소의 계급은 호봉이었고 새로 유치하는 교수에게도 호봉을 주어야 했다. 너무 높게 주면 기존의 간부들이 불평할 것이고, 너무 낮게 주면 유치학자를 서운하게 할 판이었다. 회의 진행자인 부원장이 8명의 간부를 불러 회의를 했다. 인사과에서 그의 경력을 기계적으로 해석해서 7.2호봉이라는 계급을 산출해냈다. 진행자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각 간부의 의견을 말해달라고 했다. 
 

맨 처음에 대답한 사람이 7호봉을 제안했다. 그러자 다음 사람들도 돌아가면서 ‘동감’을 표했다. 필자가 맨 나중에 앉아 있다가 7호봉을 제안한 간부와 동의를 표시한 간부들에게 “왜 7호봉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까” 하고 물었다. 모두가 대답을 못했다. 단지 사사오입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사사오입을 하자고 간부회의를 소집했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었다. 회의의 형식은 나무랄 데 없는 민주주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 회의의 질은 그게 아니었다.  

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 모이신 간부들은 오직 7.2 라는 숫자가 쓰인 종이 한 장 받아 쥐고 있을 뿐입니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토의를 해야 합니다. 그래야 논리가 전개되고, 그 논리에 의해 각자는 자기의 마음을 정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정한 후에 각자의 의사결정 결과를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해 사회자는 이렇게 물었다. “그 말씀은 옳은 말씀인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정보가 도출되고 논리가 전개될 것인지 말씀 해주시겠습니까?”  

필자는 유치 학자를 회의장에 불러 차를 함께 마시자고 했다.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엄청난 정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질문들을 한 후 그를 내보낸 후 필자가 양해를 얻어 칠판으로 나갔다. "자, 유치 학자를 보셨지요. 유치 학자와 견줄 만한 기존 연구원들의 이름을 열거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가 자기 휘하에 있는 한두 명씩의 이름을 거명했다. 그 이름들을 칠판에 써놓고 한사람씩 견주어 갔다. 누가 더 높고 낮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들이 백출됐다. 마지막에는 김 박사보다는 높고 이 박사보다는 낮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그는 9호봉으로 결정되었다. 7호봉과 9호봉의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다. 회의진행 방법에 따라 참석자들의 창의력이 유도될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다. 
 

한국의 조직들에서 토의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것은 순전히 진행자의 탓이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간부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해봤는데 안 되더군요, 일본과는 달리 한국문화에는 맞지 않습니다."  

2014.1.4. 지만원
http://systemclub.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최근글 목록

Total 14,234건 307 페이지
최근글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추천
5054 박근혜 대통령은 김일성 동상에도 절을 올릴 것인가(비바람) 댓글(2) 비바람 2014-01-06 7282 144
5053 문화-리더십이 필요한 계절 지만원 2014-01-06 7558 189
5052 아버지와 딸 (경기병) 경기병 2014-01-06 7427 189
5051 검찰은 왜 이남종 분신의혹에 손 놓고 있나?(현산) 현산 2014-01-06 7968 290
5050 드디어 판사들이 육사까지 파괴한다? 지만원 2014-01-05 9970 319
열람중 ‘토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지만원 2014-01-04 7594 231
5048 종로1번가에 우뚝 선 크레믈린 지만원 2014-01-04 8840 274
5047 대선불복운동은 종료 되었다! (삼족오) 삼족오 2014-01-04 7566 163
5046 도로명 새주소는 종북좌익똥개들이 주도한 사회혼란 책동이다(白雲) 댓글(2) 白雲 2014-01-04 8085 237
5045 이남종 분신자살의 미스테리 (비바람) 댓글(2) 비바람 2014-01-03 7824 192
5044 김무성의 반란을 통해 본 어지러운 상념(현산) 댓글(1) 현산 2014-01-03 7625 219
5043 윤봉길, 안중근 의사가 넘쳐나는 나라(EVERGREEN) EVERGREEN 2014-01-03 6803 167
5042 대처에 못미치는 박근혜(김피터) 댓글(3) 김피터 2014-01-03 7541 162
5041 이승만 박사님에 비하면 나는 티끌 지만원 2014-01-03 9634 280
5040 분신자살 희망자 모집 요강 (비바람) 비바람 2014-01-02 10827 359
5039 꿈꾸는 청와대! 지만원 2014-01-02 7814 281
5038 박근혜 리더십 진단 지만원 2014-01-02 10501 279
5037 나이키(허큘레스) 미사일(자료) (JO박사) JO박사 2014-01-02 7750 67
5036 대한민국재판부를 재판한다(15) 지만원 2014-01-01 6898 143
5035 대한민국재판부를 재판한다(14) 지만원 2014-01-01 6243 116
5034 대한민국재판부를 재판한다(13) 지만원 2014-01-01 7671 145
5033 박근혜 대통령 각하께 올리는 글(권사장) 댓글(3) 권사장 2013-12-31 9407 324
5032 새해의 시 지만원 2014-01-01 7522 274
5031 2013년을 보내는 순간에! 지만원 2014-01-01 7498 265
5030 철도파업을 통해 본 국정수행능력 지만원 2013-12-31 8959 356
5029 김무성, 다 된 밥에 재 뿌렸다! 지만원 2013-12-30 11414 515
5028 이승만 박사의 쓸쓸한 최후 지만원 2013-12-29 11008 360
5027 대한민국 진보 깡통들에게 고함(DennisKim) DennisKim 2013-12-28 7688 263
5026 대한민국 국회는 21세기 동물농장이다 (청원) 댓글(1) 청원 2013-12-29 6717 190
5025 감사원이 밝혀낸 코레일 노조의 만행 지만원 2013-12-28 10476 428
게시물 검색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 대표자 : 지만원 | Tel : 02-595-2563 | Fax : 02-595-2594
E-mail : j-m-y8282@hanmail.net / jmw327@gmail.com
Copyright © 지만원의 시스템클럽. All rights reserved.  [ 관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