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물은 고요합니다

아름다운 소리 내는 계곡
달려가 보았습니다
가까이 가니
품은 게 없었습니다

가슴이 채워지지 않는 목마른 사람들
조금의 소리만 나도 찾아가
거기에 터를 잡습니다 
시간이 흐르니
그 아름답던 물은
비가 와야 흐르는 물이었습니다

비가 와야만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오늘도 목마른 사슴들은 부나비가 됩니다
비가 와야 소리를 내는 사람 있습니다
소리가 나면 달려가는 사람 있습니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 많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찾든 않든
고고히 존재하는 깊은 물이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도 출렁이지 않고
가뭄이 와도 마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나비들은 소리 없는 이 곳
찾지 않습니다

깊은 물엔 소리 대신
보이지 않는 사색과 꿈이 서려 있습니다
그래서 눈빛이 깊고 그윽한
영혼들만 찾습니다
깊은 물은 절대로
유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합니다

2013.8.1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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