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에 갇힌 한 육사인의 시, 고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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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4-16 23:03 조회2,74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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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에 갇힌 한 육사인의 시
고 목
모진 비바람 이겨내고
살 에이는 엄동설한에 떨던
한그루 고목
내려쬐는 태양에 그을리고
수많은 삭풍 할퀴고 갔건만
그래도 한 그루 고목이어라
멋없이 잘려나간 앙상한 가지들
얼기설기 거느린 채
볼품은 없지만
늘 그 자리에 서 있노라
어째서 세월은
오로지 그 한그루 고목에만
그토록 가혹했던가
수없이 많은 새들 날아와
아주 조금씩만 머물다 간
볼품 없이 그을린
잎새없는 나무
어쩌다 길 잃은 한 마리
파랑새 날아오려나
새야새야 파랑새야
흔들리지 않는 내 가지에
영원히 머물렴
그 노래
어쩌면 내 고목 뿌리
일깨워
어느 한 봄날 맞아
푸르른 잎새 피우리
지만원 시집 [사랑엘레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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