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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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22-04-18 23:59 조회4,35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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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자
내 아파트에 나는 거의 30년 살고 있다. 어디로 가기도 싫고 여기가 가장 편하다. 그래서 터줏대감이 되었다. 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매년 바뀌었을 것이다. 어떤 때는 엘리베이터 공간에서 나를 반겨주는 남녀 승객들이 있지만, 어떤 때는 나를 적개시하는 승객들도 있었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나는 10층을 눌렀는데 키가 큰 젊은 여성이 24을 눌렀다. 단둘이 탔기에 터줏대감인 나는 “높이 사시네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다른 사람들은 “네, 제가 높은 걸 좋아해서요” 이 정도로 인사하고 헤어질 때는 “올라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종결한다. 만일 남자나 여자가 고릴라나 산돼지나 여우 같이 생겼다면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인사를 건넸더니 그 여성은 “댁과는 말하고 싶지 않네요” 이렇게 답했다. “싸가지!” 이 충격 발언을 접한 나는 일단 “미안합니다. 말을 걸어서요. 그런데 댁은 거기 사람 같네요” 이 말에 그녀는 답이 없었다. 나는 집에 들어와 그 얘기부터 했다. “24층 여자 알아? 왜 몸에는 살이 통통 붙고, 키는 멀대같고, 얼굴 모양은 ‘여주’처럼 아래 위가 뾰족하고, 눈 모양은 와이셔츠 단추 구멍,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고, 말씨는 전라도 말씨. 그랬더니 그 여자에 대해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었다. 골프채 들고 다니는 밥맛없는 멀대.
한동안 머리 정수리에 털이 없는 여성을 한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났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녀가 나를 못 본체 했다. 어느땐가 나는 키가 2미터 정도 되는 젊은 남자와 자주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그가 나를 보는 시선은 완전 적대적 레이저 광선이었다. 어느 날 그 두 남녀가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고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그녀는 늘 하던 대로 나에게 상냥한 인사를 건넸다. 그 엘리베이터에는 우연히 나를 도와주던 유튜브PD가 탔다. 내리자마다 키 큰 남자가 부인에게 호통을 쳤다고 한다. “ 저 새끼 전라도 미워하는 개새끼여~”
아니나 다를까 그 후 그토록 상냥했던 여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나를 쌩까기 시작했다.
2022.4.18.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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