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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반란과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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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3-22 17:01 조회25,1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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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순반란과 박정희


여순반란이 일어나자 크게 놀란 군 당국은 여수·순천 지구의 군인 3,000여 명을 수사하여 군 내부에 침투해 있던 적색분자 150여 명을 색출해냈다. 이 과정에서 적색분자가 육군사관학교에까지 박혀 있음을 발견하고 수사범위를 넓히면서 당시 박정희 소령이 남로당 군사부의 고위 간부임을 밝혀냈다.


1948년 11월 11일, 육사 7기의 졸업에 참석했던 박정희는 그날로 체포됐다. 1,000여 명에 달하는 숙군 피의자들과 함께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박정희는 몇 차례 전기고문을 받기도 했으나 어떤 시점부터는 순순히 자술서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사기록에는 박정희의 남로당 가입 동기가 이렇게 진술돼 있었다.


“형 박상희가 대구폭동 때 경찰 총에 맞아 죽었는데 집에 내려가 보니 그 유족을 남로당 군사부 총책임자인 이재복(李在福)이 잘 보살펴주었기 때문이었다”


박정희는 자신이 알고 있는 남로당 조직의 명단을 수사관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박정희는 남로당 조직도상으로는 상당히 중요한 자리에 있었지만 활동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다만 동료들과 함께 술을 자주 먹었을 뿐이다. 그는 순전히 인간관계에 얽혀 남로당이 되어 있었다. 자술서를 분석한 수사관들은 그가 이념적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다.


수사책임자였던 김안일은 이 문제를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 백선엽 대령에게 가지고 가 “국장님에게 꼭 할 말이 있다고 간청하니 박정희 소령을 한 번 면담해주십시오”라고 청했다. 이후 김안일은 박정희를 정보국장실로 데려왔는데 이때의 일을 백선엽은 이렇게 적었다.


“박 소령은 묵묵히 앉아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를 한 번 도와주실 수 없겠습니까?’ 작업복 차림의 그는 측은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면담 도중 전혀 비굴하지 않고 시종 의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평소 그의 인품에 대해서는 약간 알고 있었으나 어려운 처지에도 침착한 그의 태도가 일순 나를 감동시켰다. ‘도와드리지요.’ 참으로 무심결에 이러한 대답이 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백선엽, <군과 나>, 1989)


이후 백선엽·정일권·원용덕·김일환·김백일 등 만주군 인맥의 구명운동에 힘입어 박정희는 그 해 12월 10일 구속수사 한 달 만에 풀려나게 됐다.



2011.3.22.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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