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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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만원 작성일11-01-26 23:03 조회21,8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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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계절의 축복!
비오는 날이 좋다.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빗줄기가 서쪽 산으로 쏠리다가 다시 동쪽 산을 휘어감을 때 신비롭고 힘찬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고요한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에도 있었다.
가로등 옆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에는 아름다운 속삭임이 있다. 그건 물줄기가 아니라 뽀얀 은가루다. 그 은가루 밑에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온갖 상상속의 그림이 있다. 눈 내리는 순간이 너무 좋다. 눈이 내리면 반사적으로 창가에 간다. 펑펑 쏟아지는 눈송이가 아름다워 송이 송이에 커피 향을 담는다.
이 세상에 이런 순간들만 있으면 참 좋겠다. 이런 순간에만은 근심도 걱정도 욕심도 없다. 그냥 부담 없는 방관자가 되는 것이다. 사계절, 철따라 자연이 주는 선물은 참으로 풍성하다. 꽃이 있고, 낙엽이 있고, 나비가 있고, 새소리가 있다. 자연이 주는 이런 아름다움을 매일 매일 구경해도 부족한데 나는 스스로를 벽 속에 가둔다.
앞으로 몇 번이나, 진달래 꽃, 철쭉꽃, 복사꽃을 보며 “아, 저 꽃 참 아름답다!” 이 말을 식구들에 남길 수 있을까? 새삼스럽게 봄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바뀌는 계절이 귀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나는 무엇에 길 들여졌는지 자연으로 훨훨 날아가지 못하고 오늘도 동물원에 같인 창조물처럼 창가에만 매달려 있을까?
고독!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면 고독해지는 마음이 있다.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누구에게 설명할까? 거기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내가 느끼는 그 것 만큼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할 능력이 없기에 소통이 없다. 그래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의 가장 훌륭한 선택은 오직 고독 그 자체일 것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영합하여 글을 쓰고 행동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쓰고 내가 행동하는 것은 순전히 고독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나는 많은 매를 맞는다. 내게 내려지는 매는 아프지 않다. 그 매들이 아프지 않은 이유는 내가 고독 속에서 맞는 매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오직 나의 기준만이 있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기준도 내 고독 속에 있다.
나의 인식 체계에는 줄기가 있고 방울들이 있다. 나는 가지가 무엇이고 줄기가 무엇인지 확실히 구별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철쭉꽃을 과연 몇 번이나 보고 세상을 하직할지 모르는 것처럼, 지금부터 내가 뜻이 있는 국민들에 몇 송이의 철쭉꽃을 남기고 갈 수 있을지 그걸 모른다. 나는 내 인생을 다할 때까지 오염되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서 내가 앞으로 피워 낼 철쭉꽃은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철쭉꽃이 될 것이다. 바라건데!
철쭉꽃은 내게 너무 과분하게 아름답고 화려한 꽃일 수 있다. 아무래도 내게 어울리는 꽃은 옹달샘으로 가는 숨은 길에 수줍게 피어난 초롱꽃일 것이다. 초롱꽃에 만족해야 할 내가 감히 철쭉꽃을 탐내는 것은 엄청난 욕심일 것이다. 그래도 초롱꽃보다 철쭉꽃이 더 아름다운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아직도 내 마음에는 욕심이 있는 것이다.
2011.1.26. 지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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